녹색 취임 무도회
녹색 취임 무도회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3.02.01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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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련 물품 재활용 가능
새 정부 방향 상징적으로 나타내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대통령의 입에서 그렇게 기다리던 말이 드디어 나왔다. 취임 연설에서 모두가 깜짝 놀랄만큼 강도 높은 기후변화에 관한 국정 의지를 나타냈다.

“우리는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응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후세와 다음에 오는 세대들을 배신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미의회 공화당에 팽배한 기후변화 거부자들을 의식하여 “어떤이들은 축척된 과학적인 증거와 결론을 아직도 거부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누구도 화염속에 사라지는 숲들과 타는 가뭄, 미친것같은 폭풍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충격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기술 발전으로 미국의 경제 기반을 삼겠다고 한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가는 길은 길고도 때로는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 과정을 거부하지 않고 이끌어 가야합니다. 우리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새기술을 다른 나라에게 양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그 약속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것으로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국가 재정을 튼튼하게 하고 우리의 삼림과 수로, 농토와 백년설의 산봉우리를 지켜나가야 합니다” 오바마는 이렇게 하는 것이 신이 지시한  청지기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고 건국의 아버지들의 강령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의 재임 취임식 주제는 ‘미국의 미래를 위한 믿음’이었다. 그 주제를 이루는 지침 사항에서 중요한 몇개는 대중의 접근성이 역사상 가장 쉽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취임식 행사를 저에너지 저탄소 친환경적으로 하는 것이다. 일주일동안 진행되는 각종 취임행사에 쓰레기통이 필요없게 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국회의사당 앞에 지은 취임식 연단에 사용된 나무의 90% 재활용 나무이고 폐기되는 음식물은 물론이고 퍼레이드에서 사용된 말들의 배설물도 수거되어 퇴비화 된다.

그리고 두개의 녹색취임무도회가 준비 되었다. 하나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각 단체에서 주최하는 것으로 메리오트 호텔에서 있었고, 다른 하나는 세계야생동식물협회가 주관하는 것으로 뉴지엄에서 있었다. 

뉴지엄은 뉴스와 뮤지엄을 합성한 말로 뉴스 미디어에 관한 박물관이다. 7층으로 된 건물은 뉴스 미디어에 관한 각종 자료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워싱톤을 방문하는 사람이면 반드시 가보아야 할 중요한 박물관으로 꼽혀진다.

뉴지엄의 연회원인 필자에게 400불짜리 티켓을 250불에 살 수 있는 특혜가 있어서 가보기로 작정을 했다. 티켓을 사려 하는데 주최측에서 물어 온다.

뉴지엄과 집과의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고 탄소 오프셋을 적용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하여 가능한 한 지하철을 타고 오라고 한다. 부득이 차를 가지고 오려면 하이브리드를 타고 오란다.  그리고 주변이 차단되어 있어 주차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무도회의 드레스 코드가 ‘브랙 타이’이다. 남자는 턱시도에 상당하는 양복에 까만 보타이를 해야 하고 여자는 어깨가 없는 긴 무도회 가운을 입어야 한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긴 가운을 입고 하이힐을 신고 코트는 입겠지만 지하철을 타고 간다? 드레스 코드를 맞추기 위하여 남자는 간단하다. 100불만 내고 빌리면 신체 규격에 맞추어 구두까지 일체의 턱시도를 배달해 준다.

여자는 그렇지 않다. 가운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장신구와 구두 등을 사러 유명 백화점에 갔지만 스몰 사이즈의 필자에게 맞는 것은 아무데도 없다. 며칠을 시간만 허비하고 고민만 했다. 

사 놓은 티켓이 아까와 가긴 갔다. 일요일 저녁 워싱톤 디시 메트로에는 예상대로 턱시도와 긴 가운 위에 코트를 걸친 승객들로 가득찼다. 너도 나도 모피코트를 걸쳤다.

“녹색취임식이 있는 20일 거리에서 모피 코트를 입은 사람들은 노숙자들 뿐일 것입니다. 모피는 노숙자들에게나 필요하지 우리에게는 필요없습니다”라는 도덕적 동물 대우자 협회(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PETA)의 부회장  브르스 프레드릭의 말이 생각났다. PETA는 모피코트를 기부받아서 팔 수 없게 검은색 페인트를 칠한 다음 노숙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7층으로 된 뉴지엄은 반짝이는 화려한 드레스와 검은 보타이를 한 검은 양복을 입은 군중과 2층에 설치된 무대에서 7번이나 그래미상을 탄 will.i.am 밴드 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관 구석구석에는 유명한 월프강 폭 캐더링이 설치한 음식 스테이션들이 설치되어 있고 서버들이 음식이 든 쟁반을 들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녔다. 와인 스테이션 앞에도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날을 위해 특수 제조된 옴-바마 (OM-bama) 칵테일을 포함한 다양한 와인과 음료가 제공되었다.  특히 필자가 주목한 것은 이 행사에 사용되는 모든 그릇과 포크와 나이프 등은 퇴비화 가능한 물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행사조직위원회에 의하면 음식과 함께 일회용 그릇들은 수거함에 채워지고 수거함은 ‘컴포스트 캡’ 서비스를 통하여 폐기된 음식물용으로 특수 제작된 트럭으로 인근 시설로 운반되어 흙으로 만들어 진다.  운반으로 인하여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계산되어 탄소오프셋으로 상쇄시킨다.

특별히 이번 행사를 위하여 월프강 폭 캐이더링 직원들은 분리 수거에 대한 사전 교육을 철저히 받아 왔다고 한다. 톰 브른델 쉐프는 컴포스트 캡 서비스외에 자체내에서 할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을 더하였다고 한다.

카드보드를 재활용하고 쓰레기를 압축하고 주방에서 쓰고 남는 폐유는  바이오휴엘을 만드는 곳으로 보내고 못 쓰는 전구는 램피네이터라는 기계에 넣어 분쇄한 다음 유해 물질인 수은을 분리시킨다.  그리고 색재료와 소모품의 수요를 정확하게 계산하여 낱개 포장이 아닌 벌크로 사는 것이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부통령 죠 바이든의 예고없는 출현이었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 저는 두가지 이유때문에 지금껏 정치계에 몸 담고 있습니다. 정치 입문 시절부터 오로지 두가지, 그것은 ‘시민의 권리와 환경’ 입니다.

앞으로의 4년을 이 두가지를 위하여 지금까지 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하기로 작정했습니다”고 밝혀 군중의 우뢰와 같은 함성과 박수를 받았다. 이날 참석한 유명인사들은 오바마의 고위급 관료들인 에너지부 추 장관, 현환경청장 리사 잭슨, 교통부 장관 래이 라후드, 환경청장 내정자 밥 퍼시아세프, 버니 샌더스 의원 그리고 전 오하이오 의원 데니스 쿠시티치 가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100% 재활용 재료로 만든 그린 카펫을 걸어서 입장을 했다. 

환경 구룹 시에라 클럽의 회장  짐 도터티가 안주를 먹으면서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생태계의 최대의 위협이고 오바마가 기후변화에 대하여 말은 많이 했지만 아직 확실한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재임 기간동안 어떻게 할 지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한다.

야생동식물협회에서 일하는 수 브라운은 자신의 녹색 희망을 얘기해 주었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녹색 에너지 기술 진흥을 위한 통합적인 정책이 나오는 것입니다. 저는 어린 조카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좀 더 나은 지구를 물려주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게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녀의 절실함이 필자의 가슴에도 싸-하게 아프게 전달되었다. 

녹색취임무도회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참석자는 3700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오바마 취임식의 모든 행사의 목표는 제로 쓰레기였다. “취임식의 행사들을 가능한 한 저에너지 저탄소로 만드는 것으로 온난화를 중지시키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새행정부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중요한 것입니다”라고 진보 싱크탱크인 아메리칸 프로그래스 센타의 기후전략부 부장 댄 위스가 말한다.

12시가 넘어서 무도회장을 빠져 나왔다. 가까운 지하철역에 갔는데 문이 닫혀있다. ‘2시까지 연장 운행한다고 들었는데…’ 인근에 깔려있는 경찰에게 물었더니 잘못 들었단다. 턱시도와 어깨가 들어난 긴 가운을 입은 무도회의 군중들은 겨울밤 추운 밤거리에서 모두 휴대폰을 귀에 붙이고 서성이고 있다.

내겐 높은 샌들 위에 몸을 맡기고 걷는 것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열부락 이상을 걸었을까 다행히 지나가는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그날 밤 샌들속의 내발이 페디큐어로 반짝였어도 너무나 너무나 불쌍했었다.

그러나, 오바마의 재임 4년동안이 이날 녹색무도회의 녹색 관행이 상징이 아니고 그의 취임연설에서 강조한 기후변화에의 의지와 함께 미국의 실질적인 일상으로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픈 발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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