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시장 ‘여인천하’
탄소시장 ‘여인천하’
  •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 승인 2013.01.2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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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전략이 있어야 당선된다’라는 책에는 선거운동과 관련한 네거티브 전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비판하고 공격해 그 후보의 지지자들과 부동표로 하여금 그 후보를 지지하지 않게 하는 전술이다.

유권자들이 다른 사람의 장점보다 약점, 비방, 험담 등을 더 잘 기억한다는 점, 비판하는 후보가 비판받는 후보의 이탈 표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 유권자들이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다가 반복해서 계속 들을 경우 결국은 이를 믿게 되는 그간의 경향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한다.

만약 올 9월에 개최될 독일 총선에서 현재 상대후보를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는 메르켈총리가 상대방에게 네거티브 전술을 행사할 수 있는 빌미라도 제공해 줄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우세가 물거품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메르켈 총리 그녀도 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EU의 백로딩 정책을 밀게 된다면 추가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산업계의 반발이 커질 것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활발한 로비를 벌일지도 모른다.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사람들은 그녀의 당선을 바라지 않게 될 수도 있다.

한편, 탄소시장 관계자들은 배출권가격의 상승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들은 독일이 하루빨리 이에 대한 입장정리를 하여 백로딩정책을 지지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5유로대, 0.3유로대에 각각 머물고 있는 EUA와 CER가격은 백로딩이 실패하게 된다면 추가적인 하락을 맛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백로딩 추진 실패시 EUA가 3유로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끔찍한 전망을 내놓기도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CER도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EU 배출권시장, 나아가 글로벌 탄소시장의 붕괴로 밖에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해당 지역의 기후변화정책도 크게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2015년부터 시행될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도 상당부분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탄소시장의 모든 눈들이 현재 메르켈 총리의 결단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만큼 그녀의 고심 또한 정비례하게 깊어져가고 있을 것이다. 현재 독일은 유로존 최고의 경제대국으로서 그동안 적극적으로 나서서 EU 재정문제 해결을 주도해 왔는데 이는 그만큼 독일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켰고 이에 따른 유권자들의 반발도 커져가고 있다. 여기에 산업체 등에게 추가 재정부담을 줄 수 있는 백로딩정책의 손까지 그녀가 들어주려 할 경우 상당수의 표가 그녀를 이탈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과연 그녀는 어떠한 의사결정을 내릴 것인가? 비록 일천하지만 필자는 인터넷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그녀에 대한 정보를 모아 보았다.

필자 또한 퇴근 후에는 하루 종일 아빠만 기다렸던 아이들과 상당 시간을 놀아줘야 하는 한 가족의 가장이자 직장에 출근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이기 때문에 시간의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독자 여러분께 고백한다. 이와 관련 부족한 점에 대해 독자 여러분의 크신 양해를 부탁드리며 미흡하나마 글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필자는 우선 국내외 신문기사 등을 통해 메르켈 총리의 전직고문이나 지인들, 인터뷰 내용 등을 통해 자료를 소량 입수했고 이를 통해 그녀의 의사결정 방식과 성향, 성격, 그녀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 등을 이해해 보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그녀는 전형적 독일인답게 문제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을 가졌다는 점을 알아내었다. 문제에 당면했을 때 그녀는 먼저 열정과 선한 의지, 그리고  창의력을 발휘해 깊게 문제를 검토한 후 이의 해결을 위한 모든 가능한 옵션을 고려해 본다고 한다.

그녀는 ‘스텝 바이 스텝’, 즉 ‘하나씩 하나씩’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그녀는 문제를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침착하고 자연스럽게, 실타래를 풀어가듯 해결해 나가는 성격이라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뛰어난 정치가인 그녀는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을 매우 잘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실은 오랜 정치생활을 통해 그녀는 독일 정치의 핵심이 공감대 창출과 협력자들과의 조화 및 연합에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때로는 이를 위해 끊임없이 국민들이나 자신의 당, 그리고 협력관계에 있는 당들을 설득시켜 나가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그녀가 독단적으로 무리하게 결정해서 밀고 나가는 것보다 차분히 앉아서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사안의 성공을 위하여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녀는 이미 체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혹자에 의하면 그녀는 사안의 마지막까지 결정을 미룬 채 기다리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탄소시장의 활성화 정책, 일명 백로딩 정책에 대하여 환경부 장관 출신의 그녀는 과연 어떠한 결단을 내릴 것인가?

전술했던 대로 그녀는 신중하게 이 사안을 검토하며 활용가능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히 추측컨대 9월 총선을 앞둔 그녀로서는 자신의 3선을 가로막을 수 있는 이 사안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혹시나 백로딩 정책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국민적 또는 정당 내 공감대가 급격하게 이루어진다면야 모를 일이지만, 로비력과 영향력이 뛰어난 산업계의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이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 경우 그녀는 신중한 자세로 추이를 지켜보며 끝까지 결정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 이 세상 그 누가 선거에서 패배하기를 원한단 말인가!

만약 일이 이렇게 진행된다면 백로딩은 올 하반기까지 성사되기 어려울 수도 있고 동 경우 그때까지 배출권가격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실은 더나 안 떨어지면 다행인 것이 그간 필자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EC에서 백로딩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EUA와 CER가격은 출렁이며 올라갔다가 이의 추진이 연기되거나 원활치 않을 때는 다시금 하락하는 경향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일이 이렇게 진행된다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명분을 내세워 탄생한 글로벌 탄소시장은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할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죽어 가는데 아무런 손을 쓰지 않는 사람은 없다.

궁극적으로 EU 또한 자신들의 자식과 같은 탄소시장이 그냥 이대로 붕괴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탄소시장의 모든 눈들이 다시 메르켈총리를 갈구하는 눈빛으로 응시하며 무언의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결국 올 하반기 총선이 끝난 후 이렇게 형성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그녀는 백로딩정책을 지지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메르켈총리의 선택에 글로벌 탄소시장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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