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여건 변화에 대한 대담한 몽유(夢遊)
글로벌 에너지 여건 변화에 대한 대담한 몽유(夢遊)
  •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3.01.2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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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어느 날 갑자기 토끼 굴로 뛰어들어 신비한 여행을 떠난다는 ‘겨울나라의 엘리스’라는 동화가 있다.

이 동화의 주인공인 ‘엘리스’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뛰어 넘는 ‘몽유(夢遊)’의 주인공이 되어 현실과 상상이 함께 존재하는 비밀공간에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상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유쾌하고 누구나 꿈꾸는 이야기이다.

석유금수, 가격급등, 글로벌 위기 등 살벌한 현실이 당연시 되어온 에너지부문에서도 ‘겨울나라의 엘리스’와 같은 ‘몽유(夢遊)’가 가능하다.

그 한 예가 석유수요의 절반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이 중동으로 에너지를 수출한다는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 오고 있다. 최근 세계에너지여건 변화상을 조금만 깊게 보면 가능할 것도 같다.

OECD등 많은 전문기관들은 선진국들의 에너지 소비는 정체되지만 2040년 세계에너지수요가 2010년 대비 3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경제 신흥국인 중국과 인도에서 소비 증가세가 활발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반적인 세계 에너지판세보다 좀 더 깊게 보면 가장 에너지소비증가세가 활발한 지역이 놀랍게도 중동 산유국들이다.

이들은 냉방과 해수 담수화를 통한 식수생산 등을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사우디의 석유소비량은 3백만 배럴/일 수준으로 인구 10억이 넘는 인도 소비수준과 비슷하다.

이는 석유 초과이윤을 국민에게 배분하는 과정을 통해 왕조정치 등에 대한 국민 불만을 완화시켜온 중동 산유국에서 국가의 에너지가격 보조가 당연시되고 있으며 에너지 과잉소비 역시 막을 길이 없다.

특히 최근 아랍세계 민주화추세에 대응하여 중동 산유국들은 에너지 복지(福祉)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여건에 있다. 이에 따라 중동지역에서 저가 전력소비와 발전용 석유, 가스소비 증대는 괄목할 수준에 있다. 사우디의 경우 발전용 석유소비는 백만 배럴/일 수준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결과 중동 산유국들의 자체소비는 급증하고 당연히 수출여력을 감축될 것이다. 가스 생산국인 아랍토후국(UAE)와 쿠웨이트는 지금도 가스수입국이다.

여기에다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화학산업 육성을 지속하고 있어 산업용 석유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다. 가스의 경우 최대 수출국인 카타르가 고가 아시아시장으로 수출을 지속한다면 여타 중동국가들은 가스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이와 반대로 미주(美洲)대륙, 특히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은 세계에너지시장 지배력을 되찾는다는 자신감에 고무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2008~2011년에 미국의 원유 생산은 14%, 천연가스는 10%씩 증가했다. 지난 70년대 이후 내리막길을 지속하던 미국 에너지생산이 세계 최고수준의 증산기록을 이룬 쾌거이다.

여기에다 여러 전문기관에서는 2025년 경 미국의 에너지 독립(Independance)을 전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이 오는 2017년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러한 미국 에너지여건 변화는 미국, 유럽, 아시아시장으로 구분된 세계에너지 물류효율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에너지시장 구조급변을 주도하고 있다.

예컨대 불과 10년 전만 해도 미국의 천연가스수입에 따른 세계가스가격 급증을 우려했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여기에다 미국의 석유증산으로 세계석유수급 구도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미국이 세계 제1 산유국이 될 경우 중동산 원유 90%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소비될 것이다.

이 결과로 중동의 지정학적 역할이 변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OPEC등 산유국들의 고유가정책이 한계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에너지대국인 미국은 천연가스 수출확대를 통해해 자국경제도 살리고 유럽과 아시아 등의 동맹국들의 에너지 확보부담도 덜어주는 글로벌 전략을 추진할 것이다. LNG 수출은 오는 2020년까지 미국에서 약 470억 달러 규모의 경제활동 부양효과를 거둘 뿐 아니라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증가하는 가스수요를 값싸게 충당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전 세계 환경보호에도 천연가스 수출이 이바지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천연가스발전은 석탄발전보다 탄소배출이 50%쯤 줄일 수 있어 글로벌 기후변화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석탄발전비중이 큰 중국과 인도 등에로의 값싼 발전용 미국가스 수출효과는 클 것이다. 이제 미국가스의 중동수출이 논의될 만큼 세계에너지여건변화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정신 바짝 차리고 변화의 요체를 파악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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