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그때인가?
지금이 그때인가?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3.01.18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리케인 '샌디' 이후 '온난화' 우려 목소리 부각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이 세상은 여러 종류의 자원이 풍부해서 때가 오면 어느 순간 시민들이 깨기 시작하고 시민들이 깨기 시작하면 해결책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2년 전 필자가 ‘클라이밋 프로그레스 블로그’의 저자이며 기후학자인 조 롬을 인터뷰할 때 그가 한 말이다.  2년 전 기후변화의 세계적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던 오바마도 대통령이 되자마자 그 말이 쑥 들어갔고 의회에서는 기후변화법이라고 하면 더러운 말이 되어버린 때였다. 

그러나 미국의 기온은 계속 기록을 깨면서 올라갔고 각종 대형 기후재해의 뉴스가 새로운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예상한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악화된 상황으로 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지구의 티핑포인트를 450ppm으로 잡은 것이 너무 높았다고 자신이 실수했다고 제임스 한센 박사는 말한다. 영국의 제임스 러브락은 이미 더 이상 할 일이 없으니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라는 자조적인 말을 일삼는다.

필자의 질문은 “우리는 이미 때를 놓친 것입니까?”였다. 권위 있는 기후학자인 그의 대답이었으므로 가슴을 조금은 쓸어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지가 설치한 지구의 티핑포인트 카운트다운 시계는 계속 재깍거리고 극지방의 얼음의 녹는 속도는 가속화되고 영구동토대에서는 메탄의 배출이 감지되고 있고 텍사스, 콜로라도의 산불, 오클라호마의 가뭄, 애리조나의 열기로 기록적인 인명과 재산피해가 있어도 미디어는 그것을 기후변화와 연결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한 유엔기후회의와 유럽의 탄소시장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국제에너지기구(IEA), 미 해양대기청(NOAA) 같은 국립연구소의 보고서와 미 하버드,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각종 대학의 연구 논문, 물론 한센 박사와 조 롬의 논문들은 한 목소리로 예상보다 훨씬 악화되어 가는 기후 현상을 지적하고 지구는 이제 섭씨 2도가 아니라 3~5도, 7도까지도 금세기말에 올라갈 것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바른 정책과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음도 잊지 않고 덧붙였다.

워싱톤 대선 정가는 캠페인으로 역대 최고 기록 2억 5천만 달러를 쓰면서 안방의 TV광고로 매시간 시끄럽게 하지만 기후변화에 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공화당의 오바마의 신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을 비판하는 소리만이 거셌다.

아침이 오기 전의 새벽이 가장 어두운 때라 했던가? 투표를 며칠 앞두고 덮친 수퍼 허리케인  샌디는 대중에게 그러한 재해를 지구온난화와 연결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뉴욕시의 지하철에서 출렁거리는 바닷물은 지하철 전산망을 그 자리에서 녹슬게 만들어 도시를 마비시켰다. 지하철에 바닷물이 들어오다니, 어느 설계사가 그런 상상이라도 했을까?

복구 대책에 진땀을 흘리는 정부 관료들은 우리의 도시가 기후변화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함께 뉴저지 주지사이며 오바마의 강한 비판자인 공화당의 크리스 크리스티까지도 샌디가 기후변화의 결과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샌디로 폐허가 된 뉴욕이 복구 작업에 지친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블룸버그 잡지 표지에서 ‘지구온난화야, 이 바보야!(It’s Climate Change, Stupid!)‘라고 외쳤다.

클라이밋 프로그레스에 의하면 사람들은 마침내 극심한 자연 재해와 이상 기후를 기후변화와 연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블룸버그 잡지가 진행한 지난 연말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이 기후변화를 인지하는데 샌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2012년 3월에는 미국인 65%가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샌디 이후의 조사에서는 78%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프랙킹의 기술 발전으로 천연가스 산업이 번성해 지자 이에 대한 환경적 충격 즉 수질 오염과 공기 오염 등을 우려하는 시민 궐기대회가 뉴욕시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또한 1월에 개봉될 ‘약속의 땅(The Promised Land)’는 맷 데이먼이 시나리오를 쓰고 출연하는 영화로 프랙킹(fracking, 땅 속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신기술)의 환경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 블룸버그 잡지에 의하면 프랙킹에 관한한 미국인의 56%가 정부의 엄격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9월에 답했지만 12월에는 66%로 늘어났다고 한다.

환경문제에 있어서도 캐나다 모래기름을 운반하는 키스토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도 여론의 압력으로 오바마가 일부분을 지연 시키고 있다.

대학가에서 일고 있는 바람도 심상치 않다. 젊은이들의 기후변화 대응 웹사이트 ‘350.org’를 운영하는 맥기번이 주도하는 ‘수학을 하라(Do the Math)’ 캠페인은 오바마의 재선 다음 날 시작됐는데 두 달도 채 안돼 이미 192개의 대학이 참가하고 있고 시애틀시도 이에 참가할 의사를 밝혔다.

‘수학을 하라’ 캠페인은 지구의 티핑포인트를 막기 위해서는 섭씨 2도 이상 올라가서는 안 되는데 이를 위해서 인류는 앞으로 이산화탄소를 5기가톤까지밖에 배출할 수 없다. 

그러나 화석연료 회사들은 이의 5배인 25기가톤까지 배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화석연료 회사들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숫자를 빼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생들이 자신의 대학 당국이 화석연료 회사들에 넣은 투자금을 빼라는 ‘다이베스트먼트(divestment) 운동’이다.  이 운동은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을 종식시키는데 성공적으로 사용됐다.

주창자 맥기번은 말한다. “우리는 워싱톤 정가에서 교훈을 얻었습니다. 의원들의 돈 줄을 쥐고 뒤에서 조종하는 화석연료회사들을 직접 공격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 워싱톤으로 가지 않고 달라스로 가야 합니다”

▲ 기후변화 대응 웹사이트 350.org에서 운영하는 '수학을 하라' 캠페인 모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