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대 나온 여자야
나 이대 나온 여자야
  •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 승인 2013.01.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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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메르켈 총리, 백로딩 시행 ‘고심’
전 환경부 장관 Vs 올 9월 총선

독일 최초의 여성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은 1954년 7월 17일 목사의 딸로 태어났다.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전형적인 과학자였던 그녀는 한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정치학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기도 했다.

학위취득 후 과학자로서 활동하던 그녀는 후에 정치계에 입문, 독일 여성청소년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역임하더니 결국 거친 남성들이 패권을 쥐고 있었던 독일 정치판의 심장부로 깊숙이 파고 들어가 결국 최고 수장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에 대한 평가 중 가장 자주 인구에 회자되는 것이 ‘힘 있는 여성’이라는 말이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즈는 메르켈 총리는 독일정치 뿐만 아니라 끝도 없는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EU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라고 극찬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전 세계 경제노선의 미래가 그녀 손에 달려 있다는 최고의 찬사까지 보낸 바 있다.

이뿐이 아니다! 2011년 포브스는 그녀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1위, 미국 타임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그녀를 선정했으니, 요즘 그녀는 마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듯하다.

아래는 유럽사회에서 그녀의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일화 한 가지. 그녀는 재작년 브뤼셀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갑자기 한 기자가 메르켈 총리에게 당시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가 불현듯 멍하니 눈을 들어 천정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옆에 앉아 있던 사르코지 대통령을 장난기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멋쩍었던 사르코지 대통령이 깔깔거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메르켈 총리는 정색을 하더니 상당히 외교적인 수사를 써가며 정중하게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6일 후,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사직서를 던지고 만다.

포브스가 그녀를 전 세계에서 오바마에 이어 두 번째로 강력한 리더로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저런 이유로 EU 내부에서도 그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져만 가고 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를 포함한 북유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국의 정치인보다 그녀를 더 존경한다는 답변을 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녀에게 게으름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맹비난을 받은 바 있었던 그리스나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남유럽 사람들은 그녀의 긴축정책을 비난하며 냉정하거나 군화를 신은 나치로 풍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한 이 세상에서 완벽한 인기라는 것은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 정도쯤은 자연스런 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녀는 또 자신과 친한 각국 정상들의 행동이나 성대모사를 즐겨하는 등 유머러스하고 겸손한 성품으로도 유명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세계 최고 경제대국의 수장이기에 발언 한 마디 한 마디에, 그리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 하나하나는 지대한 영향력은 물론 심지어 위엄과 권위까지도 내포하고 있다.

물론, 그녀의 막강한 입김이 글로벌 탄소시장 구석구석에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EU 탄소시장을 살릴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백로딩 뿐 이라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 같다. 실질적으로 탄소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곳이 EU이기 때문에 이곳의 흥망성쇠는 글로벌 탄소시장으로 이어지고 말 것이다.

현재 백로딩에 대해 영국은 찬성, 폴란드는 노골적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독일은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백로딩을 시행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결국 EU 회원국들의 투표를 통해서 결정돼야 할 터인데 유럽의 최강자 독일이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투표 참가 여부조차도 불확실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으니 백로딩을 추진하는 EC로서는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부사정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하다. 독일 내에서도 환경부는 배출권가격의 상승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찬성하는 입장이나 산업계의 부담가중을 우려하고 있는 경제부처에서 강력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지리멸렬한 내부 토론과정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투표를 통한 백로딩 정책의 추진여부 결정을 위해서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현 EU의 재정위기 문제해결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의 참가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독일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독일이 적극 나서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백로딩 추진은 어려워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

관건은 독일 내부의 이견차를 하루속히 마무리 지어 확실한 입장을 정하는 것인데, 만약 환경부와 경제부 스스로 접점을 찾아 내지 못한다면 결국 메르켈 총리가 나서서 조율에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과연 메르켈 총리는 어떤 방향으로 리드할 것인가? 몇 가지 중요한 힌트를 살펴보자면 그녀는 비록 백로딩 정책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는 환경부 장관 출신이기도 하지만 역으로는 올 9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3선을 노리고 있는 메르켈 총리는 현재 적수인 사회민주당의 페어 슈타인브뤽 후보를 압도적 차로 앞서고 있다. 유권자 호감도 조사를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메르켈은 60%의 유권자 호감도를 얻었고 상대 후보는 48%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그녀가 백로딩정책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운다면 판세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다음 호에서는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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