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아니면 모
도 아니면 모
  •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 승인 2013.01.1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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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군대시절 ‘용사의 다짐’이라는 군가를 즐겨 불렀다. ‘벅차고 고될수록 즐거운 나날’ 가사 중 이 부분은 필자의 험난했던 군 시절을 힘겹게나마 지탱해 줄 수 있었던 버팀목 중 하나가 되어 주곤 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역설적으로 그때가 바로 나의 모든 능력을 총 동원하여 가장 처절히, 열심히 살았던 시기지 않았나 싶다.

매일의 극한 상황 속에서 모든 신체와 정신기능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으며 하루하루 고난을 이겨낸 후의 가슴 속은 배움과 깨달음의 기쁨으로 충만했다.

어려움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죽도록 노력하면 오히려 훗날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고 하는데 살면서 도무지 견디지 못할 수준의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다.

2010년에는 전체 사망원인 중 31.2%가 자살이었다고 하니 매 33분마다 한명씩 자살해 총 1만 556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함께 슬프고 어려운 시기를 겪어 가고 있는 동 시대인으로서 그들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얼마나 사는 것이 어려우면 “사는 게 곧 고통이다(To live is to suffer)"라는 말까지 있겠는가!

실은 군 제대 후에도 어려움은 계속 이어졌고 지금도 필자는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어려울 때 가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라는 노래가사를 음미해 보곤 한다.

가사를 몇 번이고 되뇌어 읽어보다 보면 어느덧 마음이 조금은 위로를 받곤 한다. 다음은 그 중 일부.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 알게 되지.

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달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람이야 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탄소시장에서의 어려움도 점점 가중되고 있다. 죽어가는 탄소시장을 살리기 위해 EC가 팔을 붙이고 나서서 백로딩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계속 미루어지며 더딘 추진실적을 보이고 있다.

원래 2012년에 추진여부 결정을 위한 투표가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결국 모두를 실망시키며 2013년 1/4분기로까지 미루어졌고 실은 현재의 형국은 이조차도 여의치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EC는 본 정책의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27개 회원국들의 충분한 지지를 확보한 후 투표를 시행하려 하고 있는데 실은 폴란드를 위시하여 자꾸만 분위기가 백로딩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 정책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반면 유럽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인 독일이 이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탄소가격의 상승을 희망치 않는 관련 기업들의 반대로비가 점점 탄력을 받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여하튼 백로딩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멀어 질수록 탄소시장에 드리운 암운은 더욱더 짙어져만 가고 있다.
2013년 1월 둘째 주 CER의 가격은 0.4~.05유로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다. 0.6유로가 CER의 톤당 원가이기 때문에 그 이상은 떨어지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린 것이다.

가격이 워낙 떨어지다 보니 배출권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신세로까지 전락하고 말았다. 이는 자연스럽게 CDM 담당자들의 몸값 하락과 신분상실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사내에서 꽤나 칭송받던 CDM 전문가들의 자부심이 무너져가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가격상승이 없다면 이제 굳이 CER을 발급받을 당위성이 약해져 가고 있다. 검인증을 취소하거나 이를 심각히 고민하는 케이스들도 나타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올 한해 3억 4~5천 톤의 CER이 발급되리라고 예상되었었지만 현재는 이에서 훨씬 줄어 3억 톤 이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의 발급양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예측이다.

왜냐하면 산업가스 CER이 올 5.1 부로 EU-ETS에서 통용되지 않기 때문에 그 전에 이 모두를 처리하기 위한 쏟아 붓기 움직임이 당연히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총 CER 발급량 중 이들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60~70%로 막대하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막을 내리는 올 5월 이후 상황은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한 이유들로 해서 CER 발급량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가 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2020년까지 발급되는 CER의 양은 수요량을 약 20억 톤(50억톤/30억톤) 정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CER 가격은 2008년 20유로를 상회하며 최고 가치를 구현했다. 그러던 것이 현재는 0.4유로 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정도 수준이라면 검인증업체나 CDM 사업 개발자들, 투자자나 프로젝트 오너, 금융기관들 모두가 시장에 남아 있을 명분이 없는 수준이다.

우리는 과연 이대로 탄소시장이 붕괴하는 것을 두 눈을 뜬 채 목도해야만 하는가!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 담당자들의 자부심이 일 년만에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내려야만 하는가! EC가 시장활성화를 위해 최후의 노력을 쥐어 짜내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성공하면 탄소시장은 소생할 것이며 이것마저 실패하면 탄소관련 사업은 더욱 더 어두운 흑암 속으로 떨어질 것이다. 바로 도 아니면 모인 상황!

무너져가는 CDM을 살리기 위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묘안을 내고 있는 중이다. 아래는 그 중 몇 개. 우선, CDM 펀드를 조성하여 잉여 배출권을 사모아 수급을 조절하자는 의견은 경제가 어려운 현 상황에서 누가 선뜻 돈을 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에 부딪혀 버리고 만다.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조정해서 수요를 창출하자는 제안도 대다수의 국가들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렵기는 마찬가지.

항공이나 해운부문을 탄소시장으로 끌어들이자는 안도 강한 관련 부분이나 여러 국가들의 강력한 거부에 맞부딪혀 있는 상태.

그나마 CDM의 CER 발급기간을 단축하자는 제안이 조금 타당성이 있어 보이는 정도이다. 조조의 군대는 마초에게 대패하게 되고 조조는 목숨이라도 부지하고자 수염을 자르고 전포까지 벗어버린 채 도망하고 만다.

조조로서는 무척이나 부끄럽고 좌절되는 일이었겠지만 결국 조조는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고 위왕의 자리에 올라 천하의 실권을 잡게 된다. 우리도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쨍하고 해 뜰 좋은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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