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기술
협상의 기술
  •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 승인 2013.01.0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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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필자는 수년 전 협상에 대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수업의 주요부분을 요약해 보자면 협상은 이의 타결의사를 가진 둘 또는 그 이상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하여 서로 받아들일 수 있을 수준의 합의에 이르는 과정으로서 교수의 요지는 상호 수용할 수 있는 부분에서 일정부분 서로 양보해야만 성공적으로 타결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한 측 또는 당사자 모두가 자신만의 입장과 이익만을 주장하며 한 발짝 물러서지 않는다면 협상은 타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동 경우 타결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더 큰 유익과 시너지효과는 창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러므로 원활한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각자의 이해관계와 함께 상대방의 생각과 가치관, 문화와 상황 등이 나와 다를 수 있고 이는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전제 되어야 한다.

다음은 필자가 들었던 MBA 수업의 일부 내용이다. 이미 오래 전의 일이라서 세부적인 내용은 가물가물 하지만 대충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대학졸업 후 수명의 동창생 간 발생한 사건을 다룬 케이스로서 이야기는 동창생 A가 B에게 사업자금을 빌렸으나 갚지 않았고 이로 인해 B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는 내용으로부터 시작한다.

동 사건을 접한 후 보여진 C, D, F 등 다른 동창들의 반응도 제각기였는데 어떤 이는 B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도우려 했던 반면 또 다른 이는 B의 어려운 처지를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C같은 이들도 있었다.

수업의 목적은 이들 중 누가 제일 나쁘고 누가 제일 선하느냐를 가려내는 일이었는데 흥미롭게도 동양인 학생과 서양인 학생들 간 이를 두고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렸던 점이었다. 아마, 선악이나 가치에 대한 관점이 극명하게 상반되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동양에서 온 학생들은 많은 경우 돈을 빌린 후 되돌려 주지 않은 A나 또는 이를 역이용 해 어려움에 처한 B를 더욱 곤경에 빠뜨리려 했던 C를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반면 서양인 학생들은 돈을 잘못 임대해 준 후 제대로 돌려받지도 못하고 있는 B를 나쁜 사람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수업 중 동양인 학생들과 서양인 학생들 간 치열한 시시비비 논쟁이 벌어졌으나 모두가 다다른 결론은 사람들은 문화차이 등에 따른 상이한 가치관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인간사회에서 상대적 진리가 존재할 뿐, 절대적 진리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후변화협상에 있어서도 EU 회원국 간, 또는 교토의정서 제 2기 참여를 둘러싼 다양하고 극명한 입장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제 2기에 중국, 인도 등의 대형 온실가스 배출국가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뉴질랜드와 일본 등의 국가들도 참여를 거부하고 나선 암담한 현 상황하에서 작년 도하에서 개최되었던 COP(당사국총회) 18에서는 약 40여개 국가들만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담하기로 하였다.

이는 결국 이들 외의 다른 150여개 국가들의 CER 사용이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왜냐하면 UN기후변화 회담의 기조가 더욱 많은 나라들의 구속력 있는 감축의무 채택을 위해, 자발적 감축의무를 선택한 국가들에게는 CER사용을 제한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CER 에 대한 접근을 협상카드로 쓰겠다는 것이다.

현재 저렴한 가격수준의 CER을 활용, 일본과 뉴질랜드 등 여러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추진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들 국가들에게 무조건적으로 CER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들은 오히려 역으로 치고 나와 자신들의 감축목표량을 줄이겠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서로에게 마이너스 결과만이 초래될 것이다. UN으로서는 더욱 많은 국가들을 제 2기 교토의정서 안으로 끌어 들여 더욱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유도를 도모하려 한 일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리스크까지 있다.

어쩔 수 없이, 현실적으로는 이들 국가들의 CDM에 대한 접근은 향후 수년 간 더 허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이들은 더욱 지혜롭게 협상을 진전시켜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결론을 창출해 내어야만 한다.

EU회원국 내에서조차 탄소시장 활성화 정책, 일명 백로딩을 두고 치열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석탄의존도가 높은 폴란드 또는 배출권의 가격이 자신들의 수익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기업들이 반대로비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영국 등의 EU 회원국들은 이를 지지하고 있다.

백로딩 정책이 성공시에는 현 6유로대의 EUA가격이 오는 3년내 두 배 정도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불발시에는 탄소시장이나 여러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노력이나 정책 등이 의미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백로딩 정책이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EU회원국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관련 협상을 풀어나가야 할 것인데 예를 들면 폴란드처럼 자국 발전사들에게 많은 양의 무상할당을 허용한 국가들은 EUA 경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국고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메리트를 느끼고 있지 못한 반면 그렇지 않은 국가들은 경매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백로딩에 찬성하고 있는 것이라는 배경도 간파해야만 한다.

전술하였듯이 원활한 대화진행을 위해서는 나의 입장과 내가 주장하는 것만이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한다. 협상이 술술 풀리기 위해서 상대의 처한 입장과 속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동일한 원칙을 현재 기후변화 시장이 당면한 여러 현안들에 적용해서 풀어나가야 한다.

참고적으로 2013년 1월 초 CER 가격은 3유로 대에 머물고 있다. 올 5월 1일부터 산업가스 CER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만약 EU의 백로딩도 성공할 경우 이들이 CER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아주 미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펴내는 이들도 있는 반면 어차피 경기침체로 인해 EU의 CER수요도 감소될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가격회복은 없을 것이라는 이들도 있다.

사상 최저가격을 기록 중인 CER, 더 떨어질 것인지 아니면 미미하게나마 가격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 예단하기 어려우며 이러한 상황가운데 거래를 진행해야만 하는 입장이라면 일정 부분 리스크를 각오하고 과감하게 결단해야만 할 것이다.

단기간에 떨어져봤자 얼마나 떨어질 것이며 올라 봤자 얼마나 올라갈 것인가? 결정을 도울 수 있는 명분으로 CER 매도업체의 재무상, 경영상의 필요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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