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풍력 산업의 미래
대한민국 풍력 산업의 미래
  • 김병준 DNV KEMA 한국 지사장
  • 승인 2012.12.0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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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 DNV KEMA 한국지사장
지난 9월 독일에서 개최한 후줌(HUSUM) 국제 풍력 에너지 박람회에 다녀왔다. 500여개 업체에 2만 5천여명이 참관하는 풍력 산업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시회인 만큼 부품 및 완성품 제조사, 발전 사업자, 풍력 산업 자문기관 등 전 세계의 주요 업체와 기관들이 참가하였다. 전시회의 규모에도 감탄을 금치 못했지만 필자가 무엇보다도 부러워한 것은 전시장까지 가는 길에서 볼 수 있었던 많은 육상 및 해상발전 단지의 활성화와 진보된 북유럽의 풍력발전 산업의 현주소였다.

그 동안 몇몇 국제 풍력 에너지 박람회에 참관하면서 세계 풍력발전 산업의 현주소와 어떤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시장 경쟁력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해 왔지만, 이번 전시회 관람은 풍력발전 산업에서 후발주자인 대한민국이 북유럽의 강자들과 경쟁하여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긍정적인 면을 먼저 언급하자면 대한민국은 현재 풍력발전 산업 외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과 경제규모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다.

다양한 산업에서 쌓아 올린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풍력발전 산업에 응용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이 뒷받침된다면 대한민국도 풍력발전 산업에서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조선과 중공업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 산업에서 오랜 세월 동안 조선 기술을 축적해 온 유럽 국가들에 버금가는 선진 기술을 습득하고 한때 전세계 조선산업을 이끌어가던 일본을 추월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고무적인 현상은 바로 조선과 중공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는 기업들이 풍력발전 산업에 응용될 수 있는 자사의 기술 경쟁력과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풍력 산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분야에서도 대한민국은 중국까지 송전이 가능한 변전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주도-진도간 해저 초고압직류송전(HVDC)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송전기술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은 앞으로 개발이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해상풍력 발전 분야에서 반드시 준비되어야 할 핵심 부분이며 이미 국내 여러 기업들이 자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기업과 협력하여 보다 선진화된 핵심 기술을 습득하고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과 기존 계통과의 결합은 스마트 그리드 시대를 여는 중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나아가 조선, 중공업, 토목 및 전력 산업 외 IT 산업 기술도 풍력발전 산업을 이끌어 가는 중요 원동력이 될 것인데,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현재 IT 강국으로서의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풍력발전 산업에 응용될 수 있는 부분에서 탄탄한 기술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전력 분야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산업과의 원활한 연결에 큰 역할을 수행할 핵심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고무적인 현상에도 현재 풍력발전 산업에서 우리가 하나하나씩 해결해야 나가야 하는 과제들은 많다.

이미 오래 전부터 풍력산업 시장에 뛰어들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유럽과 거대한 규모로 도전하고 있는 중국에 뒤쳐지지 않고 세계 시장을 무대로 대한민국의 풍력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해외 풍력 선진국들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 기술력을 자랑하는 인력을 가지고 있는 자문기관과 연구 단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의 많은 산업체들이 자본과 기술을 축적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풍력산업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전략을 세우고 자사의 기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겠지만 그 중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이 바로 다양한 기술을 받아 들이는 개방성이 필요하며 프로젝트 개발로 얻은 경험을 공유하여 다양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풍력산업의 발전을 위해 근본적으로 정부 차원의 산업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데에는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산업 관계자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나아가 한국 내의 연구 기관과 사업자, 산업체의 연구 및 개발만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풍력 산업 시장에서 기반을 닦아 놓은 유럽의 강호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는 것은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을 놔두고 돌아가는 힘든 길을 선택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미 다수의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해외 기관들과의 협력이 핵심 기술 확보와 중요 사업 노하우 습득을 비롯한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매우 긍정적인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충분한 경쟁력과 자본을 보유한 대한민국의 기업들과 이들을 뒷받침하는 연구기관 및 정부가 이미 풍력발전 산업에서의 다수의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풍부한 경험을 축적한 세계적인 자문기관들과 협력하여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면 풍력발전 산업은 앞으로 유럽의 발전기 제조사와 사업자들만이 선도하던 산업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이 제대로 응용되고 뒷받침될 수만 있다면 스마트 그리드, 전력계통 개편과 같은 보다 광범위한 사업 진행에서는 유럽보다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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