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와 꼬마신랑
신부와 꼬마신랑
  •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 승인 2012.12.07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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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거래제 정착 5년은 걸려

 

▲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마음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 다니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옷자락이 걸려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십년인가 오십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있었습니다.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초록재와 다홍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고 서정주 시인의 1975년 작품이다. 어리어 철없는 꼬마신랑에게 괜한 오해를 받은 순전했던 신부는 사십년인가 오십년을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를 입은 채로 온 가슴이 새까맣게 타서 재가 될 만큼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

아직 성정과 사람됨이 부족하고 어리기만 한 필자도 혹시 철없는 꼬마신랑과 같이 나의 착한 집사람을 괜한 오해로 인해 힘들게 하는 점은 없었는지,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려온다. 이 세상의 적지 않은 아내들이 철없는 남편들의 속깊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나날들을 타는 가슴으로 보내고 있는지!

결혼이란 것은 성숙한 두 인격의 결합이 되어야 하는데 만약, 한쪽이라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이질적인 성장환경과 성격을 지닌 두 사람이 결합하게 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견딜 수 없는 괴로운 나날들뿐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준비 안 된 결혼의 부작용!

지금 탄소시장은 허니문보다도 아름다운 장밋빛 꿈에 부풀어 있다. 왜냐하면 한국, 중국, 인도, 뉴질랜드, 호주,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탄소시장은 이들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많은 양의 CER에 대한 추가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은 2013~2020년 기간 중 CER에 대한 총 수요량은 18억톤을 조금 상회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중 유럽에서 14억 톤 이상, 호주에서 2억 5천 톤 정도, 그리고 한국에서 1억 2천 톤 정도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반쪽 뿐인 꿈에 불과할 뿐이다. 왜냐하면 한국정부는 2020년까지는 외부 CER의 K-ETS 유입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계의 의견을 대폭 받아들여 결정된 일인데, 배출권거래제 초기부터 이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능력을 갖춘 해외기업 등 제3자가 개입하게 되면 한국의 배출권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탄소배출권 투기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렇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혹시라도 중국 등의 저렴하고 질 낮은 배출권이 국내로 유입될 경우 대부분의 업체들이 자체감축노력보다는 값싼 배출권을 사서 감축목표를 달성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시장이 왜곡되고 혼란에 빠질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국내 배출권거래제에서는 한국에서 발생한 CDM사업의 CER만 유통될 방침이며 이는 조직 경계의 내외를 막론하고 모두 인정받을 수 있을 방침이다. 필자가 들은 바로는 이는 조기감축 실정과 별도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추진 중인 배출권거래제 등이 안전하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착수 이후 최소 5년 정도는 시행착오 과정을 겪어 가며 안정화단계에 이르러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EU나 캘리포니아 거래제 등은 자신들보다 더 높은 수준, 더 높은 기준을 갖춘 배출권거래제들과의 연계만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며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도 만약 이들과 연계되기를 원한다면 이들에 버금가는 높은 기준을 만족시키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많은 국가들의 배출권거래제들이 아직은 꼬마신랑의 단계에도 다다르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실은 각국의 배출권거래제가 연계되며 탄소시장이 활성화되고 활발한 배출권 수요를 창출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황인 것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인 것 같다.

2008~2012년 기간 중 발급된 CER은 약 11억 톤 수준이다. 2013~2020년 기간 중에는 총 71억 톤에 달하는 CER이 발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EU-ETS 제3기 기간 중의 CER 발급량은 2기와 비교시 거의 4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EU-ETS에서 사용될 수 있는 CER은 25억 톤으로서 총 CER 공급량의 35% 수준 정도이다.

2013년 4월 이후 HFC-23이나 N2O, 비 LDC 국가에서 발급되는 배출권이 EU-ETS에서 사용되지 못할뿐더러 현 CER 발급량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및 인도의 CER이 글로벌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클레이즈의 분석에 따르면 EU의 GDP는 2009년 -4%, 2010년 1.7%, 2011년 1.5%였으며 2012년은 -0.4%, 2013년은 0.9% 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산업체의 온실가스 배출은 2012년 -2.8%, 2013년 -2.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맥락을 같이하여 탄소배출권의 수요도 감소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최소 10억 톤 이상의 AAU와 ERU 물량이 시장에 계속 유입될 것이기 때문에 탄소시장은 공급과잉 장세를 유지하며, CER가격 또한 지속적 하락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두 사람이 하나 되어 새롭게 살아가고자 결혼한 많은 커플들이 경제난으로 인하여 헤어지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 요즘 우리네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탄소시장이 이토록이나 어려운데 각국 배출권거래소들의 연계를 꿈꾼다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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