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후랑추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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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 승인 2012.12.0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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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수년 전 코펜하겐의 중앙역에서 목격한 일이다. 한 중년의 남성이 역내 벤치에 앉아 깔깔깔 웃고 있었다. 남성의 눈길을 따라가 보니 매우 뚱뚱한 여성 하나가 뒤뚱뒤뚱거리며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여성의 외모를 놀려서야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가만히 남성을 살펴보니 왼쪽 팔이 없었다. 이 어떠한 모순이란 말인가?

인간의 신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놀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될 일이다.

1987년 10월 29일 대만에서 태어나 1997년 5월 18일 소아암으로 세상을 떠난 주대관 어린이는 45편의 아름다운 시를 통해 세상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겼다.

아래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난관 속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았던 소년의 아름다운 마음이 표현된 시 중 하나다.

베토벤은 두 귀가 멀었고
두 눈이 다 먼 사람도 있어
그래도 나는 한쪽 다리가 있잖아
난 지구 위에 우뚝 설 거야

헬렌 켈러는 두 눈이 다 멀었고
두 다리를 다 못 쓰는 사람도 있어
그래도 나는 한쪽 다리가 있잖아
난 아름다운 세상을 다 다닐거야

사람은 무엇인가를 잃게 되면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게 마련이다. 중학교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목발을 짚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팔씨름을 전교에서 제일 잘했다.

청력을 상실한 음악가 베토벤은 오히려 귀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의 소리를 뛰어넘는 성스러운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리하여 악성이라는 영예로운 칭호까지 받게 된 것이다. 부족하면 채워지는 것이 인생이다.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2012년 12월 5월 부로 블루넥스트가 문을 닫게 되었다. 그러자 독일의 유럽에너지거래소(EEX)가 이를 대신해 2차 그레이 CER과 그린 CER 거래에 나서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개시시점도 블루넥스트가 거래의 막을 내리는 12월 5일이다.

EEX(www.eex.com)는 프랑크푸르트 전력거래소와 라이프치히 전력거래소가 2002년 설립했으며 초기에는 순수 전력거래소의 역할만 수행하다가 차츰 에너지와 관련 상품 거래소로 성장해 왔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 2013년 3월까지는 거래수수료도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하는데 유럽상품청산소(ECC)에서 청산과 정산을 맡고, 그레이 CER의 경우는 20MW가 넘는 수력발전 프로젝트·대수력·HFC-23·아디프산 N₂O 등은 거래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나아가 EEX는 배출권가격 인덱스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카본 인덱스(Carbon Index)를 줄여 일명 ‘Carbix’라고 부른다.

이는 모든 배출권거래일에 거래되는 2차 EUA 현물시장가 경매가격을 이용해 산출한다. EEX는 CER에 대한 가격인덱스도 개발해 CER 현물시장까지 다룰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제반 산술은 현물시장에서의 가중거래량에 기반을 두고 있다.

12월 5일부터 시작해서 일 단위와 월 평균단위의 가격을 제공해 EEX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종합적인 가격신호를 제시할 전망이다. 블루넥스트의 경우 회원가입 절차가 까다로워 최대 6개월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EEX는 한결 간소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EEX의 CER가격 인덱스는 당분간 시장에서 쓰이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블루넥스트 CER 현물가의 경우에도 특히 그린 CER의 경우에는 거래량이 워낙 적거나 또는 없는 날도 있어 유럽의 트레이더들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 왔다.

하물며 이제 막 시작한 EEX CER 가격인덱스도 어느 정도 정착이 이루어져야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당분간은 아이스(ICE)가 가장 유력한 가격인덱스 제공자가 될 듯 싶다.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고 한 세대의 새로운 인물들이 옛 인물들을 대체한다는 뜻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블루넥스트로서는 아쉬움이 크겠지만 한 세대는 가고 또 다른 세대가 오는 것이 삶의 이치이니 어찌하랴! 모두의 가슴 속에 오래 새겨지는 기억으로 남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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