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리더십
어머니 리더십
  •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 승인 2012.11.15 2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토머스 대본포트와 브룩 맨빌이 공동집필한‘최선의 결정은 어떻게 내려지는가(Judgment Calls)는 2012년 아마존 비즈니스 10대 리뷰로 선정되기도 한 책이다. 이의 핵심주장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지도자 한 명에게가 아닌 조직에 맡겨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서문에는“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라도 가끔은 잘못된 결정을 내리며 최악의 지도자들은 그런 결정을 자주 내린다. 답은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 위대한 조직에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우리네 속담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나아가 저자는‘저자의 말’코너를 통해“미래의 리더는 중요한 결정을 혼자서 내리는 게 아니라, 최선의 결정이 내려지도록 조직의 역량을 키우는 사람이다.

특출한 통찰력이나 지능을 갖추고 모든 판단을 혼자서 내리는 대신, 많은 사람의 집합적 판단, 새로운 도구들과 정보의 힘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활용하는 데 리더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민심은 천심이다”라고 했던 우리네 옛말과 그 시사하는 바에서 일치하고 있다.

인생은 미완성이다. 이는 곧 모든 사람은 부족하고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어쨌든 우리는 인생 전 과정을 체험하며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다. 때로는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시행착오가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과 각종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들의 광범위한 각도에서의 시각과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이래서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아닐까?

하지만 사공이 너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으므로  리더는 많은 사람들이 유용한 의견을 잘 개진할 수 있도록 경청 및 유도하고 이를 잘 조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이들을 적절히 조절한 후 끌고 가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수함이다. 조직과 대승적 차원에서의 유익을 위하여 리더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 보통의 팔로워들은 이를 느끼고 진심으로 따르고 싶어한다.

자녀들이 어머니를 존경하고 따르는 이유가 바로 이에서 기인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순수하고 댓가룰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내놓은 명분은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리더개인의 이익과 고집을 위한 리더십이라면 따르는 이들의 공감과 동조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되면 리더는 강압적, 권위적, 독재적 리더십을 펼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조직원들은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 마지못해 따라가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경우 표면적 업무의 성과는 올라갈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적으로는 조직에 마이너스를 가져오게 된다. 한 실례를 들어 보겠다.

X는 한 공기관의 간부였는데 승진대상자였다. 이를 위해서 그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펼쳤으며 무엇보다도 뛰어난 업무성과를 필요로 했다.

따라서 그는 조직에 마이너스를 가져올 사업임을 알면서도 목전의 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양산해 내었다.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무차별적 핍박을 가했다.

결국 그는 겉으로 보았을 때 화려한 성과를 내는 듯 했지만 후임으로 온 리더와 그 조직원들은 뒤처리를 하기 위해 엄청난 곤욕을 치루어야만 했다. 조직의 재산과 명성에도 손상이 갔음은 물론이다. X는 자신의 승진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리한 것이다.

만약 X가 참 리더였다면 조직원들의 입장과 목소리에 귀 기울여 가며 그들의 경험과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여 일을 합리적으로 풀어갔을 것이다. 리더에게 있어 뛰어난 역량보다도 중요한 것은 순수한 동기와 경청이다.

EC의 탄소시장 활성화정책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EC, EU, EU환경부장관들이 모여 내년 초에 개최할 이에 대한 찬반투표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크게 높지는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EU회원국들이 눈치만 보며 분명한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지만 폴란드에 이어 체코와 네덜란드도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서면서 분위기는 점점 부정적인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년 5월 필자가 EC의 고위 공무원을 만나 담화를 나누었을 때만 해도 EC의 탄소시장 활성화정책이 어떻게든 통과는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상당히 반전되었다.

이는 EC의 리더십의 한계에서 기인한 바도 크다. 앞서 필자가 언급하였던 대로 EC의 동기가 과연  순수하였는가? 조직 및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고 조율한 후 적절한 절차를 거쳐 잘 리드하였는가? 시기와 타이밍 등 시간안배를 원활히 하였는가?

등등의 측면에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는데 아무래도 뭔가가 잘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제대로 된 리더십이 펼쳐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유추해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실은, 업무추진과정에 있어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스피드일때가 많은데 안타깝게도 EC가 해당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은 매우 느리고 더디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탄소배출권 가격의 상승을 바라지 않는 수많은 기업들과 이익단체들의 로비는 계속 이어졌다.

이들은,“저렴한 현재의 배출권 가격은 살벌한 글로벌 시장에서 EU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정부가 자유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적으로 보았을 때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현재 경제불황으로 대다수 기업들과 회원국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왜 서둘러 탄소시장 활성화 정책을 밀어 붙여야만 하는가?”,“EC가 추진하는 탄소시장 활성화정책은 법적인 근거가 없을뿐더러 근본적인 치료가 아닌 일시적인 스테로이드 처방에 불과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등의 명분을 내세우며 강력한 저지활동에 나섰고 이로 인해 많은 수의 EU의회 위원들의 생각도 탄소시장 활성화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환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만에 하나 본 활성화정책이 통과되게 된다면 EUA가격은 상승할 수 있게 되며 또한 EC로서는 본 정책을 좀 더 완벽하게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바로 수년 간 판매유보해 놓을 EUA물량에 대한 영구제거를 추진하는 것!

하지만, 만약 기업들의 로비에 밀려 본 활성화정책이 불발로 그친다면 탄소시장은 단기적으로 거의 붕괴위기로 까지 내몰리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해 2014년부터 새로운 EC의 수장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물이 현 폴란드의 국무총리라는 점에서 탄소시장 활성화정책 추진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더욱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폴란드는 탄소시장 활성화정책에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열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