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넥스트 너마저!
블루 넥스트 너마저!
  •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 승인 2012.11.1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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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필자가 유럽 배낭여행을 할 때의 일이다. 파리에서 큰 배낭을 등에 짊어진 수명의 한국인들과 함께 지하철에 올라탔는데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프랑스 아이들이 혼잡한 틈을 타 일행의 가방을 뒤지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필자는 일행들에게 얼른 주의를 촉구했고 덕분에 도난을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필자도 몇 해 전 북유럽 횡단 열차로 야간 이동을 하던 중 노트북을 도난당한 적이 있다. 일련의 이런 사건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져 갈수록 각종 범죄가 기승한다는 사실을 상기하여 볼 때 유럽이 그만큼 살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는 EU가 주도하던 탄소배출권 시장의 침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EU가 자신들의 강점인 금융을 내세우며 야심차게 리드해오던 탄소배출권 시장은 지금 추진동력을 잃은채 수많은 투자자들을 잃고 있다.

블루넥스트(BlueNext)는 ICE ECX, NASDAQ OMX Commodities Eruope, European Energy Exchange, Green Exchange등의 거래소들과 함께 유럽 탄소시장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해오던 배출권거래소이다.

2007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장한 이후 배출권 현물거래로는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고 있으며 NYSE Euronext가 60%, 프랑스 은행 Caisse des Depots가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약 100여개의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K사, W사, E사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EUA 도난사건과 관련한 15일 간의 거래 중지, 부가세 탈루에 연류되어 프랑스 당국의 조사를 받는 등의 환난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배출권 거래량에서도 지속적인 부진을 보이는가 싶더니 2012년 10월 26일 드디어 충격적인 발표를 하기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2012년 12월 5일부터 현물과 파생상품 거래를 영구히 중지시키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가장 큰 배경으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EU-ETS 제3기에서 EUA경매를 주관할 거래소를 선정하는 입찰에서 독일의 EEX가 선정되고 자신들이 탈락하자 큰 타격을 입은 것이 거래소 폐쇄의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로 인한 불똥이 사방으로 튀고 있다. CER 현물거래를 하는 기업들 중 블루넥스트가 제공해오던 그레이 CER과 그린 CER 인덱스 가격을 활용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다가오는 12월부터 기준가격이 사라짐으로 인해 이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록 EEX 등에서도 일부 현물 EUA를 거래하고 있지만 기준가격으로 삼기에는 너무 작은 양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대체 거래소의 출현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회원사들도 적절한 절차를 거쳐 회원 탈퇴과정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이것이 끝인가 하는 점인데, 악화일로를 면하기 위해서는 이번 도하에서의 기후변화협상이 더욱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이번 협상에서 탄소시장 활성화나 각국의 적극적 참여유도를 위한 중요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앞으로의 기후변화 시장은 더욱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작금의 CER 가격은 1유로 전후로 형성되어 있다. 향후 수년간 가격상승의 가능성도 많지 않다.

CER이 과잉공급 상태에 놓여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더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엄청난 양의 ERU(Emission Reduction Unit)으로 선진국간의 Joint Implementation 프로젝트를 통해 발급되는 배출권으로서 EU-ETS에서 사용 가능) 배출권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AAU(Assigned Amount Unit으로서 선진국 기업들이 국가에서 할당받은 허용배출량보다 적게 배출하는 경우 그 차액분만큼 배출권으로 인정받는 것으로서 주로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은 동구권국가가 많이 보유) 과잉물량도 10~20억 톤에 달한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이러다보니 아무리 용을 써도 CER가격이 상승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탄소중앙은행을 설립, 펀드를 조성하여 과잉공급된 CER을 사들여 탄소시장의 배출권수급을 조절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탄소시장의 조정역할까지 부여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주제를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요즘 같이 경제적 환난의 시대에 추진이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보아 2020년 이후 정도가 되면 한국, 뉴질랜드, 호주, 중국, 태국 등 여러 나라에서의 배출권거래제도 자리를 잡아 가고 이들이 연계되어 가면서 새로운 배출권 수요를 창출해 내고 이와 더불어 CDM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많은 나라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지역적, 분야별 온실가스 감축체제가 만들어져서 새로운 배출권수요가 만들어 진다면 당연히 탄소배출권의 가격도 올라 갈수가 있겠지만 이는 머나먼 장래의 일이고 또한 모든 것이 원활하게 진행된다고 가정을 했을 때에라야 기대해 볼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다.

결국 단기적으로 CER의 가격은 도무지 상승의 여력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내년 4월 이후 산업가스 CER의 사용이 EU-ETS에서 중단되면서 반짝 상승이 한 번 있을 수 있고 또한 EU가 추진 중인 탄소시장 활성화 정책이 향후 수개월 내에 원활하게 타결되었을 경우에도 또 다시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두 경우 모두 상승폭은 아주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점이다.

현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GCF를 송도에 유치하는 쾌거도 거두었다. 2015년부터 시행되는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는 지금 전 세계의 기대와 주목을 한눈에 받고 있는 중이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지금, 한국의 그린 리더십이 향후 전 세계를 주도해 갈 날이 오지 말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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