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만 가는 주유소의 한숨
깊어만 가는 주유소의 한숨
  • 안효진 기자
  • 승인 2012.11.12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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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효진 기자
서울 노량진 알뜰주유소 건너편에 위치한 주유소를 찾아가봤다. 두 주유소의 기름 값을 비교해보니 알뜰주유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주유소 사장을 만나 어떻게 알뜰주유소 만큼 낮은 가격으로 기름을 팔 수 있는 지 물어봤다.

그는 “근처에 알뜰주유소가 생기니 인건비와 휴지·생수 등 사은품 제공 비용을 줄여 가격을 맞추고 있으나 마진폭이 크지 않아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알뜰주유소와 주변 주유소들의 휘발유 판매가의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알뜰주유소가 무늬만 ‘알뜰’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여러 곳에서 거세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주변 주유소들이 그야말로 제살깎기에 나섰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알뜰주유소 정책목표가 주변 주유소들의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유소들의 경영난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경부는 연말까지 알뜰주유소에 대한 삼성토탈의 휘발유 공급량을 3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알뜰주유소의 기름 공급 다변화를 위해 휘발유 10만 배럴 직수입을 시행하는 등 추진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알뜰주유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막바지 힘을 쏟아 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주유소업계에서는 이런 정부 정책에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특정분야에 차별적 지원을 하고 있지만 별반 효과도 거두지 못하면서 무리하게 정책을 끌고 나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사실 주유소업계 뿐만 아니라 에너지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알뜰주유소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본적인 시장논리를 무시한 정책이 과연 얼마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알뜰주유소 확대정책으로 일반 주유소 업자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마른 수건을 쥐어짠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주유소들은 4%대의 매출이익으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휴·폐업 주유소 규모가 급증하는 현상을 보면 경영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주유소 폐업은 철거와 주유탱크 정화비용 등으로 약 1억5000만원이 들기 때문에 그만한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데 기름을 사들일 자금조차 없는 상태에서 한시적이나마 위기를 벗어나고자 휴업을 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지고 있다.

공급초과로 인한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주유소업계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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