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통령’을 기다리는 이유
‘에너지 대통령’을 기다리는 이유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2.11.0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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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정 기자
“전기요금이 이렇게 복잡한 정치적 의사결정이어야 합니까.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기요금을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것에 전적으로 기인합니다. 정부가 전력산업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가격 결정을 하기 때문에 값싼 전기를 요구하는 정치적 압력을 설득하지 못하고, 원가 이하의 요금은 공기업 적자로 누적돼 국가 재정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대선을 50여일 앞둔 지난 10월 26일 오전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에너지정책연구회의 첫 번째 발표회.

제1발표자로 나서 우리 에너지 정책과 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는 손양훈 교수(인천대)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그는 “에너지 분야에는 시장도 정부도 없다. 오로지 정치만 남았다. 에너지는 국가의 백년대계여야 하며 에너지정책의 중요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조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중요 정책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산업, 물가, 복지정책에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대 강주명·김준기 교수와 김정관 초빙교수, 홍익대 김종석 교수, 액센츄어 김희집 대표, 숭실대 온기운 교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용헌 박사 등 8인의 에너지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에너지정책연구회는 이날 세계 에너지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 공감하고 에너지와 환경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자고 주장했다.

특히 에너지는 정략적 대상이 아니고 국가의 핵심 아젠다로서 전문가 집단에 의해 현실에 맞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연구회는 우리 에너지정책의 해결과제로 앞으로의 원전,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다소비 경제사회 구조 개선, 미래 국부창출을 위한 에너지 산업 육성, 통일대비 에너지 시스템 구축, 에너지 정책 거버넌스 강화를 들었다.

특히, 이날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지경부 2차관을 지낸 김정관 서울대 초빙교수의 발언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김 교수는 “대통령 후보 진영은 단편적 에너지 이슈만을 다루고 있다. 안전 위험만을 내세운 원전폐기론이나 기술과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 등은 에너지 분야 전체를 조망하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선에서 에너지와 기후변화 이슈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미국과 그렇지 못한 우리나라 상황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이런 합리적인 정책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독립적인 시각에서 에너지 정책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 에너지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지금은 장관급으로 격하됐다. 에너지는 국가적 아젠다로 논의되어야 올바른 정책으로 갈 수 있다”고 호소했다.

발표회가 지적한 대로 에너지는 산업, 안보, 환경, 복지, 물가, 농업 등 국가 미래, 국민 생활과 맞닿아 있다. 전기요금, 원전 등 에너지 이슈는 이제 에너지 업계만이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래서도 안 된다. ‘에너지 대통령’을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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