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관리보다 중요한 선결 과제
전력수요관리보다 중요한 선결 과제
  • 윤용상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 승인 2012.10.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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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상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우리나라의 전력 수요 최대치를 살펴보면 여름철과 겨울철을 주기로 해마다 두 번씩 잇따라 새로운 기록이 수립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에 비해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으로 전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여 여름·겨울철의 냉·난방에너지가 전력 사용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급기야 우리 정부는 지난 6월21일 오후 2시부터 20분동안 예비전력이 60만㎾이하로 떨어지는 ‘심각 단계’를 가정하고 건국 이래 최초로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아웃’을 염두에 둔 ‘정전대비 대응훈련’을 전국규모로 진행했다.

올 여름에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로 예년과 마찬가지로 냉방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전력 수요가 최대치를 기록했다. 8월 6일 오전 11시 5분에 예비전력이 250만㎾ 아래로 떨어져 전력경보 ‘주의단계’가 발령됐다.

또한 오후 2~3시 사이에 평균 7429만㎾를 기록해 2011년 2월 역대 최고치인 7383만㎾가 경신됐다. ‘주의단계’는 예비전력이 300만㎾ 이하로 10분간 지속되거나 250만 ㎾ 이하로 떨어진 경우에 발령된다.

예비전력이란 사용 전력 이외에 공급이 가능한 발전여력을 나타내며, 이를 기준으로 경보단계를 크게 ‘관심’(400~300만 kW), ‘주의’(300~200만 kW), ‘경계’(200~100만 kW) 그리고 ‘심각’(100만 kW 이하) 등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정부는 전력수요관리, 고효율 전기기기 보급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여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전기온풍기, 바닥전기장판, 전기히터, 시스템에어컨(EHP) 등의 보급 확대로 인해 전력 사용은 매년 증가하여 2003~2004년 겨울 825만㎾에서 2009~2010년 겨울 1675만㎾로 두 배 이상 증가됐다. 최대전력수요에서 난방부하가 차지하는 비중도 동일한 시기에 17.8%에서 24.4%로 크게 상승했다.

이는 등유, 가스난방 등에 비해 전기요금이 저렴하고, 사용이 편리하여 다른 에너지원이 지속적으로 전기난방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에어컨의 냉방전력 증가로 연간 최대전력이 주로 여름철에 발생했으나 난방전력의 증가로 2009년부터 최대전력이 겨울철에 나타나고 있다. 전체 전력수요에서 냉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이른다.

지난 수년 동안의 전력 소비 양상을 살펴보면 올해 겨울에 전력수요 최대치가 경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압 조정, 전기 다소비 수용가에 대한 전력소비 규제 등과 같은 응급조치 성격의 전력수급 안정화를 위한 시행 대책이나 적정 실내 냉·난방온도 준수, 근무시간 전열기 사용 자제, 피크시간대 전기 냉·난방 자제, 점심·퇴근시간 소등하기 및 플러그 뽑기 등과 같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에너지절약 동참만으로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전력수급의 불안과 에너지원 간의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응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수많은 전문가들은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 전기요금 현실화를 꼽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기료의 원가 회수율은 87.4%에 불과하며, 한국전력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고 한다.

저렴한 전기요금 탓에 전기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므로,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냉·난방, 취사 및 공정에서 석유와 가스 수요가 전력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약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하여 전기요금 현실화가 어렵다면 석유, 도시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을 이용하여 냉·난방을 할 경우에 특별히 지원해 주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전기요금 현실화 못지않게 중요한 대책으로 건물부문 냉·난방부하의 최소화를 들고 싶다. 기온이 1℃ 떨어질 때마다 발전소 한 개에 해당하는 50만㎾ 정도의 난방수요가 증가되고, 1℃ 올라갈 때마다 약 60만 ㎾ 정도의 냉방수요가 증가된다고 한다. 건물에서 단열과 차양효과를 잘만 이용하면 냉·난방부하가 크게 줄어 기온변화 대응효과를 갖게 되고, 쾌적한 실내환경이 창출되어 작업능률도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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