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의 불행
안데르센의 불행
  •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 승인 2012.10.2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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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시장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전화위복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당장에 보기에는 불행인 것 같아 보이는 일이 나중에는 결국 복이 되는 경우이다. 이는 우연히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당사자의 강철과 같은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지만 달성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젊은 시절 고 정주영명예회장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책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야간 신학교에 다니던 필자의 느낌에 구약시대의 인물이었던 요셉의 일생과 정주영회장의 일생이 무척이나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두 인물 모두 꼬이고 꼬인 인생을 살았지만 좌절하지 않는 의지와 부단한 노력으로 결국 인생의 성공을 거머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다.

고 정회장의 말씀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이 시련과 역경에 부딪쳐 그르치게 되면 보통 사람들은 절망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시련이지 실패가 아니다. 내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이것은 실패가 아니다. 나는 생명이 있는 한 실패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있고 건강한 나한테 시련은 있을지언정 실패는 없다” 그렇다 포기하지 않은 이상 비록 시련은 있을지언정 내 목숨과 건강이 붙어 있는 한 실패는 없는 것이다.

실은 비록 필자도 40대 중반이라는 짧은 세월을 살아왔을 뿐이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많은 일들에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여유도 조금은 생긴 것 같다.

요셉의 일생도 불행의 연속이었지만 결국은 이러한 사건사고들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연단되거나 인생에서 더욱 분발할 수 있는 계기가 돼 결국은 이집트 총리라는 최고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좋은 일에서나 불행한 일에서나 범사에 감사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단, 포기하지 않고, 좌절도 하지 말고 더욱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야 이런 일이 찾아올 확률이 높아진다.

필자는 덴마크를 수차례 가보았다. 안데르센의 아름다운 감수성을 사랑했던 젊은 시절 필자는 코펜하겐의 바닷가를 찾아가 결국 거품으로 생을 마감한 슬픈 인어공주의 동상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와 똑같은 성정을 가진 안데르센은 어떻게 이토록 서럽고도 아름다운 동화를 만들어 내 우리의 여린 동심을 부드럽게 보듬어 줄 수 있었던 것일까?

가난한 구두수선공 아버지와 세탁부 어머니를 두었던 안데르센은 어린 시절 엄청난 생활고에 시달렸다. 때문에 그는 밖에서 친구들과 활발하게 뛰놀기 보다는 집안에서 인형이나 가지고 노는 내성적인 성격을 형성하게 됐고 결국 이렇게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가 70세가 되어 한 많은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왜 안데르센은 결혼하지 않았을까? 실은 안데르센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는 술만 마시면 안데르센을 학대했으며 이로 인해 안데르센은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마치지 못하게 된다.

아마 이러한 불행한 가족사의 아픈 기억이 안데르센의 결혼을 무의식중에나마 가로막지는 않았던 것인지 생각해 보면 필자의 가슴은 더욱 아려온다. 하지만 안데르센은 자신의 모든 불행을 오히려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긍정적 자세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안데르센은 모두에게 고백했다. 가난했기 때문에 ‘성냥팔이 소녀’를 쓸 수 있었고 못생겼다고 놀림을 받았었기 때문에 ‘미운 오리새끼’를 쓸 수 있었다고. 당시에는 큰 불행으로 비추어질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역경과 불행들이 지나고 나니 큰 축복이었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 탄소배출권 가격하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단 금전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사내에서의 입지나 자존심에도 상처를 받고 있으며, 심지어 해고의 위기로 내몰리는 경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탄소배출권 시장을 떠나 이직하고 있으며 금융권에서는 더 이상 돈이 안 되겠다 싶었던지 발 빠르게 탄소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탄소배출권거래와 관련해 필자에게 먼저 연락을 해오곤 하던 금융권의 많은 담당자들도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실은 탄소시장의 자금공급원이었던 금융권에서도 탄소시장에 대한 투자규모를 점차로 줄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들은 수익성 없는 탄소시장보다는 더욱 큰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 하나 둘씩 떠나가고 있다.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비싼 가격에 매수했던 탄소배출권관련 사업체들도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세계은행은 2007년 당시 70억 달러 규모를 자랑하던 CDM시장의 투자규모가 2011년에는 20억 달러로 대폭 줄어들었다고 한다. 올해 10월 19일 기준, BlueNext에서의 CER거래가격은 1.13유로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CER의 톤당 원가가 1유로를 조금 밑돈다고 하는데 작금의 추세라면 CER가격이 원가수준까지 떨어질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하기야 가격이 이 정도까지 떨어지게 되면 그 어느 누구도 CDM에 투자하려 들지 않을 것 이고 이렇게 되면 CER 발급량도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다. 이 경우 일시적으로 CER의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게 되지만 이러한 호재 역시 얼마 못가 근본적인 공급과잉 문제에 묻혀버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세종대학교의 전의찬교수는 어려운 때일수록 좌절에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더욱 교육에 투자하라고 한다. 탄소시장이 잘 나가고 그래서 우리 모두가 바쁠 때에는 시간이 없어서 수업도 못 듣고 논문도 쓰지 못했지만 오히려 불황일 때를 틈타 더욱 더 자기계발을 해놓으면 언젠가는 이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건 교육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해법이고 여러 가지 각도에서 바라보면 다양한 해결책이 모색될 수 있다.

불행하다고 그 불행을 너무 크게만 바라보지 말고 오히려 더 큰 미래를 바라보며 부지런히 대안을 찾아나서 보면 어떨까? IETA의 박찬종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어찌 좋아서만 웃겠는가? 웃어야 좋은 것이지!” 슬퍼도 괴로워도 그냥 한 번 웃어보자. 그리고 치열히 노력해 보자. 그러면 온 세상이 나와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찾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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