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시장 공급과잉 해결사 ‘셋어사이드플랜’
탄소시장 공급과잉 해결사 ‘셋어사이드플랜’
  •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 승인 2012.10.2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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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대책 필요 Vs 배출권 물량 완전 제거

▲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현재로서 탄소시장에서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셋어사이드플랜뿐이다. 이는 2013~2020년 기간 중 시중에 공급되는 EUA(EU Allowance) 배출권의 물량을 한시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일시적으로나마 탄소배출권의 가격을 올리겠다는 취지에서 EC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인위적인 탄소시장 개입정책이다. 하지만 이는 인위적이라는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배출권수량의 영구적인 감축이 아니라는 점에서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에서의 평가이다.
 
하지만 향후 탄소시장의 사활여부는 EU의 탄소시장 활성화정책인 본 셋어사이드플랜에 좌우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왜냐하면 비록 한시적이라고 하더라도 수년간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을 억지로라도 막아 놓으면 그 기간 동안의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인위적으로 막아 놓은 배출권 물량이 한꺼번에 풀려질 수년 후가 문제가 되는데 여기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시장은 훗날 더 큰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여기에 대해서 시장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이렇게 위험한 셋어사이드플랜을 하지 말고 다른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하지 않으면 탄소시장이 붕괴될 수밖에 없으니 일단 셋어사이드플랜을 하되 시장에 나올 배출권 물량의 제거를 일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여하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셋어사이드플랜이지만 EC로서는 사활을 걸고서라도 관철시켜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탄소시장의 붕괴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워낙 높아 연내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은 그간 탄소배출권 가격은 본 셋어사이드플랜에 대한 기대감이 받치고 있었다고 보는 것도 전혀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본 정책이 난항을 겪고 결국 시장에서도 이의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흘러가자 최근 CER가격도 2유로 아래로 하락하는 참담한 결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도 있듯이 최근, 배출권 가격폭락의 배경에는 시장참여자들의 심리적인 원인도 크게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등은 배출권의 영구제거를 전제로 셋어사이드플랜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고질적이 되다시피 한 폴란드의 지속적인 반대입장 표명에 이어 최근 네덜란드와 체코까지 셋어사이드플랜에 대한 지지철회 입장을 밝혀 상황은 더욱더 복잡한 양상을 더해가고 있다.

이의 배경은 이러하다. 최근 네덜란드의 Jacqueline Cramer 환경부 장관이 단기적인 처방에 그칠 뿐인 인위적인 탄소시장 개입에 대해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체코 환경부의 고위 공무원도 셋어사이드플랜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이로써 외로이, 홀로, 고독한 반대투쟁을 해오던 폴란드의 주장이 조금 더 힘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들 주장의 배경은 폴란드와 엇비슷하다. 셋어사이드플랜은 과연 시장활성화를 위한 정기적, 구체적, 명확한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러하지 못하므로 반대하겠다는 것이다. 활성화정책에 탄소시장의 개선과 회복을 위한 좀 더 근원적이고 체계적인 해결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특히, EU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중에서 과연 배출권가격을 올리는 것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도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부분이다. 필자가 기억하기에 독일의 한 법무법인에서도 셋어사이드플랜의 법적추진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현재로서는 눈에 띌만한 탄소배출권 가격의 상승호재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진퇴양난의 입장에 놓인 EC로서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를 관철시킬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켜보는 우리로서도 EC의 노력을 주시하는 것만이 유일한 옵션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추이를 예의 관찰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큰 문제는 셋어사이드플랜이 관철이 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과연 CER가격의 상승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는 EUA 공급량을 축소하는 것이지 CER의 공급량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2~3유로 선에 그치던 EUA와 CER의 가격차이도 요즈음에는 거의 6유로선에 육박하고 있다.

관건은 EUA의 양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셋어사이드플랜처럼 CER의 양을 줄이는 무엇인가가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고동락을 해오던 EUA와 CER은 이제 각자의 길을 가야만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됐다.

이의 방안으로서는 EU나 선진국들이 중심이 되어 탄소준비 은행 등을 설립, 펀드를 조성하여 시장에 과잉유통 되고 있는 CER의 매수를 추진해 수급량을 조절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지만 작금의 불황상황에서 이의 추진가능성이나 성공여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새로운 온실가스 저감제도, 새로운 분야의 탄소시장 편입 등을 모색해 볼 수가 있으며 이례로서 해운이나 항공분야의 탄소시장 편입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현재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해당 분야의 반발이 워낙 심해 단기간 내 무언가를 이루어낸다는 것은 당분간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탄소배출권 가격하락뿐만 아니라 자산가치 하락, 경제난, 실직, 취업난 등 각종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필자가 어린 시절 즐겨보던 개구리왕눈이 주제가의 일부를 소개해 드리며 이번 호를 마치고자 한다.

“비바람 몰아쳐도 이겨내고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라.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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