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2.10.21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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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말일 ‘돌이킬 수 없는 날’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100개월 카운트 다운’이라는 글과 함께 시계가 큰 소리로 재깍거린다. 그 옆의 빨간색 숫자는 똑딱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나씩 작아지고 있다.  

“지구의 기후를 보호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계가 중단하는 날이 되면 우리는 지구의 티핑 포인트를 지났을 것입니다. 그 선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선입니다”  

섬뜩하다. 헐리우드의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었으면 좋겠다. 불행하게도 이것은 철저한 과학적 실험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다. 140여 개국에서 1000여명이 넘는 기후과학자들이 세계의 각처에 있는 기후 관측소에서 모여진 것들을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이다. 영국의 가디언지가 IPCC의 보고서를 근거해 개설한 웹사이트이다. 더 섬뜩한 것은 정작 이 시계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2008년 8월 1일부터 이 시계는 재깍거리기 시작했다.  

 기후과학은 지구의 기온이 섭씨 2도 상승까지가 지구가 참아낼 수 있는 상한선이라고 한다. IPCC는 2008년 당시 온실가스 축적량을 기준으로 지구는 100개월 후에 산업혁명 이전의 온도보다 섭씨 2도 상승하게 된다고 66~90%의 확률을 가지고 결론지었다고 ‘onehundredmonth.org’에서 설명한다.

2012년 10월 현재 우리는 그 절반 지점인 50개월을 넘었다. 이해하기 힘들지만 50개월 동안의 기후변화에 관한 인류사회의 노력은 가중되기는커녕 오히려 그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경기침체 기간이었음에도 화석 연료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이 2011년에 31.6Gt으로 전년도보다 1.0Gt이 증가했다. 

 탄소감축은 최대배출국인 중국(23.5%)과 제2배출국인 미국(18.3)을 제외하고는 의미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2008년 당선 당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세계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말한 바 있는 오바마에게서 가장 실망한 사람들은 아마 전세계 환경관계자들이었을 것이다.  

 이번 재선 캠페인에서는 더 참담하게 기후변화에 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침묵을 깨기 위해 1만6천명이 서명한 기후변화에 관한 질문을 토론 사회자 짐 레어에게 전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침묵해도 시계는 침묵하지 않고 계속 재깍거린다. 티핑포인트 관련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한센 박사를 비롯한 많은 기후과학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고 유엔 기후회의에서도 논의되어 왔고 유엔과 세계은행에서도 준비해오고 있다.  

 지난 6월 네이쳐지에서는 22명의 과학자들이 연구 논문으로 지구가 티핑포인트를 향해 가고 있음을 경고한다. “금세기말 지구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지구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되어 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인간은 지구 면적의 43%를 차지하고 있고 화석연료를 태우고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킬뿐만 아니라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충격으로 생태계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급속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논문의 주 저자인 가주 버클리 대학 안토니 바노스키 교수는 “인류는 지학적인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작은 활동도 지구에 극단적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숫자적으로나 자원을 사용하는 면에서 자연계의 그 어느 것보다도 훨씬 더 큰 위협을 지구에 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작년 11월에는 보수적인 IEA에서도 연례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를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이 5년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경고 했다. 티핑 포인트는 450ppm의 이산화탄소의 축적으로 기온이 2도 상승되는 지점이다. 현재 391.07ppm(CO2 Now)이다. 세계의 현 인프라로 이중 80%가 고정적으로 배출된다. 아무 조치없이 이대로 간다면 2015년에 90%가 되고 2017년에는 100%가 된다는 것이 IEA의 보고내용이다.  

 한센박사도 최근 다시 한 번 티핑 포인트가 근접해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의하면 지금 지구는 빙하가 없는 지구로 변하고 있다. 13만년전 이미 안 인터글레시알기의 지구는 지금보다 기온이 섭씨 1도 더 높았고 해수면이 지금보다 4.5m 내지 6m 높았다고 한다. 기온이 화씨 5도에서 10도 상승하면 해수면이 22.8m 에서 36.5m로 상승한다. 우리가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지구의 기온이 3~6도로 올라가게 될 것이고 이는 해수면 상승이 수십 미터까지도 가능해 지는데 그것은 죽음을 뜻하는 것이다.  

 뉴욕시장 브름버그는 콜롬비아 대학에서 있은 경제포럼에서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과학에 대한 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과학을 믿지 않는 사람들로만 모여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세상의 어느 작은 회사라도 CEO가 자신은 과학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이 하루라도 살아남겠습니까?”

 공화당의 대선 주자들 중의 한 사람인 릭 페리는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위해서 데이타를 조작하는 사람”이라고 하고, 허만 케인은 “온난화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미셸 바크만은 “공장에서 나온 과학”, 론 폴은 “희대의 사기”, 샌토림이 “기온의 변화는 간단히 쓰레기 과학”이라고 말하는 것을 지칭한 것이다.  

 플로리다주에게는 해수면의 상승이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프로리다의 각 카운티의 정부 관리들 150명은 해수면 상승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을 두 후보에게 보냈다. 그 질문서에서 20세기에 들어와서 해수면은 20cm나 상승했고 이는 홍수와 음용수 오염의 원인이 되어서 배수를 위한 인프라 개선비만으로도 2억 600만달러가 든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해수면 상승의 문제는 플로리다를 비롯해 미국과 지구촌 전체를 위협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차기 미국 대통령이 반드시 다루어야 할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기후변화에 관해 오바마는 입을 닫았고 캠페인 자금이 대부분 오일 머니인 롬니는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오바마가 해수면의 상승과 지구를 걱정하는 동안 저는 여러분의 가족을 걱정하겠습니다” 라고 했다.

 티핑포인트를 향하는 시계는 지금도 계속 재깍거린다. 2016년 12월 말일까지 계속 재깍거릴 것이다. 그날은 우연히도 차기 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날이기도 하다.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가 지속적으로 대기 중으로 날아가는 우리 현재의 일상이 방해를 받지 않는다면 그날은 이산화탄소 축적량 450ppm이 채워지는 날이고, 지구 온도가 2도 올라가는 날이며 재앙적인 기후재해를 더 이상 돌려놓을 수 없는 날이다.

 미국이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그 일, 그날이 오지 않게 산업혁명 이후로 줄곧 해온 우리 일상에 극적인 탄소감축, 청정에너지 정책으로 방해해 줄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인류의 역사 중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민의 한표 한표에 세계와 다음에 또 그 다음에 올 인류의 운명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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