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에게 기후변화에 관한 입을 열게 하라
대선주자들에게 기후변화에 관한 입을 열게 하라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2.10.05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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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2008년 미국의 대선 때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토론이 활발했었다. 2차, 3차 토론에서 각각 사회자였던 톰 브로카와 밥 쉬퍼는 기후변화와 미국의 석유 의존도에 대해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에게 질문했다. 두 사람은 모두 다소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탄소 감축에 대한 강한 지지를 나타냈다.

그리고 선거 후 오바마는 당선자로서 2008년 11월 18일 기후정상회의 연설에서 “기후변화와 미국의 에너지 의존도는 우리의 경제를 점점 약화시킵니다. 저는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리더십을 확립시켜 미국의 안보를 강화하고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입니다.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에서의 새로운 지도력을 발휘하는 시대를 열겠습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연방정부의 캡 앤 트레이드 제도부터 실시하게 될 것입니다. (중략) 우리는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탄소 감축을 하고 2050년까지 거기에서 80%를 더 추가적으로 감축할 것입니다”

세계는 그의 지도력을 기대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환경그룹들이 기후법을 통과시키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무산됐다. 그리고 ‘캡 앤 트레이드’ 라는 말은 워싱톤 정가에서 ‘더러운 말’이 됐고 이번 대선에서도 여전히 주요 이슈로 떠오르지 않았다.

“미트 롬니와 오바마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관한 침묵으로 귀머거리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한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지도자로 선택을 받으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나라를 위협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것에 대한 도전의 어려움을 감수하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두려워서 슬쩍 방석 밑에 감추어 두어서는 진정한 지도자라고 볼 수 없습니다”라고 환경그룹인 ‘지구의 친구들(Friends of Earth)’ 에릭 피카 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 단체는 최근 ‘기후 침묵(Climate Silence)’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두 대선 후보의 입에 테이프가 붙은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오바마와 롬니의 에너지 계획을 보면 두 개의 플랜을 각각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오바마의 것은 ‘위의 사항 모든 것(All of the above)’이고, 롬니는 ‘화석연료 산업체가 원하는 모든 것’이다.

오바마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솔라, 풍력, 지열, 스마트 그리드, 고효율 건축·장비, 베터리 등)을 다 동원하고 신재생에너지는 자신의 임기동안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국유지를 환경안전 검사를 거쳐 조심스럽게 개방하고 그 사용허가권을 연방 정부의 권한으로 둘 방침이다.

그리고 화석연료 산업에 지원하는 40억 달러의 보조금을 중단하고 환경청(EPA)이 할 수 있는 공해산업에 가하는 각종 규제를 강화해 탄소 배출을 억제하겠다고 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캐나다의 기름모래를 텍사스로 운반하는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설치를 일부는 허가했지만 나머지는 EPA의 연구로 국익이 되는지 보겠다고 했다. 

한편 롬니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부흥을 위한 모든 지원금이나 세제혜택을 폐지하는 한편 화석연료 산업에 해마다 수십년 지원되어 오고 있는 연 40억 달러의 지원금도 계속 유지한다.

연방정부 소유의 국립공원, 해안, 극지방 등을 개방해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석유·석탄 시추 채굴권을 주 정부의 권한으로 둔다. 또한 EPA가 공해산업에 규제하는 환경안전 규제를 모두 다 철폐하고 심각한 환경적인 충격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환경그룹에서 반대하는 키스톤 XL 파이프라인의 설치를 허가한다.

기후과학자들은 이미 5년 후 2016년에 지구의 이산화탄소의 축적량이 티핑포인트인 450ppm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구파괴계획’이라 부를 만한 이 계획은 대통령이 아닌 석유회사 CEO의 에너지플랜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메사츄세츠의 주지사로서의 롬니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2005년 주지사 시절 MSNBC의 앵커 하드볼과 인터뷰 당시 “우리는 에너지 가격과 에너지 공급이라는 두 가지 근본적인 요소를 같이 다루어야 합니다. 석유 생산의 증가와 함께 신재생에너지의 공급량도 같이 증가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풍력, 태양광 등을 통해 이뤄야 합니다”라고 말했었다.

주지사로서 그의 청정에너지와 기후변화에 관한 치적은 상당히 모범적이다. 주의 청정에너지 기술 산업을 부흥시켰고 동부의 캡 앤 트레이드 시스템인 RGGI의 한 멤버로 활발한 활동을 했었다.  

기후변화에 침묵하는 두 대선 주자에게 입을 열게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환경운동단체연합에서는 16만명의 서명을 받아 대선토론의 사회자가 될 짐 레어에게 토론에서 제기할 질문 몇개를 보냈다.

그 중의 하나는 “롬니 주지사님, 주지사로서 당신은 기후변화는 실질적인 것이고 인간 활동으로 야기된 것으로 인정했었습니다. 그 이후로 2010년 국립과학아카데미는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되고 있고 이 변화는 대부분이 인간의 활동에 의해 기인된 것이다’라는 결론을 포함하여 과학계는 이 사실에 합의하고 있습니다. 최근 당신은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합의에 의혹을 표시했는데 그렇게 된 당신의 과학적인 근거나 증거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리고 어떤 증거들이 당신이 최근 탄소공해를 축소시키는 프로그램에 반대를 하도록 만들었는지요?”

한편 오바마가 당선자로서 약속했던 캡 앤 트레이드 제도는 연방정부가 아닌 캘리포니아에서 내년 첫 날부터 실시된다. 주지사 제리 브라운은 그 제도의 시행으로 들어올 6억6000만 달러를 탄소감축 산업에 투자하고 가난한 지역 주민들이 청정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법안에 최근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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