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요금, 독립 규제기관에서 제대로 검토할 때다
에너지 요금, 독립 규제기관에서 제대로 검토할 때다
  • 최병렬 에너지경제연구원 집단에너지연구실장
  • 승인 2012.10.0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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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렬 에너지경제연구원 집단에너지연구실장
2005년 이래 오르기 시작한 석유가격이 작년도와 금년도에 100달러를 넘고 있다.

유가에 연동되어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천연가스도 백만BTU당 16달러를 훨씬 넘겼다. 이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 하니 해외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에너지네트워크 산업의 사업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 물가자극을 우려하여 에너지요금의 인상을 억제 내지 동결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치는 산업의 발전은 물론 장기적으로 소비자 요금의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전기, 가스, 지역난방과 같은 에너지네트워크 산업은 몇 가지 주요한 특징을 지닌다. 동 산업은 초기 투자비가 매우 높고, 수익성 보장을 위해 독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공정경쟁, 그리고 독점사업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동 산업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개입한다. 또 에너지네트워크 요금은 국가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주며, 에너지서비스의 최종소비자는 투표권을 가진 주민들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경제성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에 의하여 에너지서비스가 도입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은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발달했고,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에너지정책의 핵심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급에 있었다. 90년대 이후 동 산업에 민간자본이 참여함에 따라, 공기업과 민간기업, 기업간, 또는 에너지공급기업과 주민간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타났다. 발전소와 송전선 건설과 관련한 한전과 지역주민간 갈등, 도시가스와 집단에너지간의 업역 경쟁, LNG와 LPG간 경쟁, 기타 발전부문 사업자간 대립적 가치들이 그것이다. 

경제성장 시기에는 공기업 중심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정책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일사분란한 정책결정이 요청되었고, 이에 동일부서에서 산업정책과 규제정책을 담당하게 했다. 그 후 민간자본이 참여한 경우에는 정당한 투자보수를 인정해야 하므로 그러한 저렴한 에너지공급 정책은 당연히 수정되어야 했었다. 그러나 아직도 산업의 정책부문과 규제부문이 동일한 정부조직에서 관장하고 있어, 에너지산업을 확대 또는 안정시키려는 정책 기능과 소비자 보호를 고려한 요금 수준을 부과하려는 규제 기능이 서로 충돌할 수 있는 여건에 놓여 있다. 여기에 물가 안정이라는 보다 큰 차원의 국가 정책목표도 에너지요금 결정에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연료가격의 변동에 따라 연료비 증감분을 전기, 가스, 열요금에 적기에 반영함으로써 합리적인 소비와 절약을 유도하고자 ‘연료비연동제’ 를 도입하였다.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는 2011년 7월부터, 가스부문의 원료비연동제도는 1998년 8월부터 도입되었다. 도시가스용은 2개월마다, 발전용은 매월 조정된다. 지역난방부문도 1998년 1월부터 열요금에 연료비변동분을 매년 4차례(3, 6, 9, 12월) 반영토록하고 있다. 그러나 원별로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는 정상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유가와 환율급등으로 원료비 가격이 상승하거나 상승 우려가 있으면 제도의 적용을 유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잦은 제도시행의 유보로 공기업의 경영여건은 악화되고 일부 신생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해외 연료를 수입하는 에너지공급회사의 입장에서는 연료비 연동제의 도입이 불가피하고 타당하게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요금인상 억제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물가당국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에너지요금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타분야에도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에너지이용효율화를 위한 집단에너지공급과 청정에너지 보급을 위한 도시가스 확대 중 어느 것이 우선인지, 또는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LNG, LPG, 그리고 집단에너지의 보급률 수준 등은 에너지원별 정책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더욱이 에너지네트워크 사업은 투자의 대규모성이나 민원발생 가능성 등으로 인하여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분야이다. 동 산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충돌을 에너지원별 조직으로 미연에 방지하거나 효율적으로 조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전기, 가스, 지역난방 등의 네트워크 사업을 통합하여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제 정부는 에너지사업자 뿐만 아니라 복합 에너지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적극 고려하는 정책을 수립·추진해야 한다.

에너지 서비스의 상대적 요금뿐만 아니라 사업 인허가, 시장 감시, 소비자 보호 등을 통괄하는 독립된 규제조직이 필요한 때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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