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와의 전쟁
탄소와의 전쟁
  •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 승인 2012.08.2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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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베스트셀러 작가 혜민 스님은 어렸을 땐 좋았는데 지금은 별로인 것들로 에어컨 바람, 뷔페 음식, 공포 영화, 비행기 타기, 대도시, 밤새 놀기 등을 들었다. 반대로 어렸을 땐 싫었는데 지금은 좋은 것들로 잡곡밥, 걷기, 명상, 혼자 있기, 모차르트, 운동, 차(tea) 등을 들었다.

 

2000년 대 초반만 해도 중국의 물가는 매우 저렴했다. 당시 필자가 산동성 연태시의 가장 좋은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약 20명의 한국기업 CEO들과 성대한 만찬을 개최한 후 식대를 계산한 적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15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 나왔다.

그 뒤로 필자는 값싼 중국의 산해진미에 푹 빠져 살았는데 그러다보니 불과 몇 달 사이에 몸무게가 10kg 이상 늘고 말았다. 특히 늘어난 건 뱃살, 요즘 필자는 훌라후프를 열심히 하며 뱃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요즘은 왠지 과식보다는 적당량의 잡곡밥이 더 좋다. 그래서 혜민 스님의 말에 더 공감이 되는지 모르겠다.

혜민 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저서를 통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과 우리의 삶은 계속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과거의 틀에 맞추어 현재를 재단하려 하지 말고 지금 변화를 수용하라고 권고한다. 과거에 집착하며 세상과 사람들이 변했다고 한탄하지 말라고 한다.

지금 혜민 스님의 이러한 교훈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CER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 CER가격은 한 때 톤 당 20유로를 상회했으나 요즘은 2유로대에 머물러 있는 정도이다. 이로 인해 여러 관련기업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당하고 있고 업무 담당자들도 심각한 내외부 비난에 직면해 있다. 숨도 쉬기 힘들만큼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풍선의 한쪽이 압박을 받으니 다른 쪽이 부풀어 올랐다. 바로 VER(Voluntary Emission  Reduction)의 가격이 올라간 것이다. 심지어 VER가격이 CER가격보다 높게 거래되는 역전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VER(Voluntary Emission Reduction)제도는 자신들이 배출한 온실가스에 해당하는 양만큼 VER(자발적 탄소배출권)을 구매하여 상쇄하기 위한 탄소중립의 대표적 방법이다. 지구온난화는 시공을 초월해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로서 우리가 이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자발적으로 상쇄하자는 선한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주로 환경보호를 추구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단체뿐만 아니라 회사의 마케팅활동의 일환으로 추진을 원하는 기업, 나아가 법적인 온실가스 규제의무가 본격화되기 전 여러 가지 목적에서 사전에 배출권을 구매하여 준비해 두고자 하는 업체들이 주 수요층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일상생활이나 이벤트 등의 활동, 다양한 기업관련 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산정한 후 이에 대한 중립방안을 결정하여 상쇄방안을 이행하게 되는데 그 중 대표적이고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을 받는 중립방법이 자신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만큼 VER을 구매하여 탄소중립을 실행하는 것이다.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을 크게 분석해보면 순수한 의미의 자발적 구매자와 사전 의무구매를 대비하려는 구매자로 구성이 된다. 전자의 구매동기는 사회적 책임(CSR) 및 도덕적 책임감, 사회적 명성이나 이미지 개선 등을 들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는 향후 자발적 배출권이 의무이행을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를 두고 현재의 낮은 가격대에서 배출권을 사재기 해놓는다든지 또는 이들을 다른 잠재 온실가스 감축의무업체에게 이윤을 남기고 팔기 위한 것이다.

2011년 자발적 배출권시장은 약 9천 5백만 톤이 거래되며 총 5억 7600달러 수준의 거래규모를 기록했다고 한다. 2010년 대비 28% 증가한 수치로서 전체 국제탄소배출권 시장의 0.1%가량을 점유한 셈이다. 참고로 최근 2년간 자발적 배출권의 평균거래가격은 톤당 6달러 ~ 6.2달러였다고 한다. 2010년에 비해 2011년의 거래가격이 소폭 상승하였다.

필자는 1997년에 가정용 차량을 구입해 현재까지 운행하고 있다. 운행거리도 13만 킬로미터 정도로 많지 않은 편이다. 요즘 새차들의 디자인과 성능이 워낙 좋아 새로 하나 구매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우선 목돈이 들어가야 하고 무엇보다도 멀쩡히 잘 달리는 차를 내다 버린다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길거리를 가다보면 멋진 디자인의 의류들이 5000원, 만원에 팔고 있다. 입고 있는 옷이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지며 괜히 두세벌 구매하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대부분 자제하려고 노력한다.

세상에 필자와 같은 사람만 있다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갈까 하는 노파심도 들지만 현재 우리는 일상생활을 통해 너무나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고 이에는 절실하지 않은 충동구매나 쇼핑으로 인한 부분도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서울·경기·인천지역의 생활폐기물을 반입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로만 하루 1만 5000톤의 쓰레기가 반입되어 매립되고 있다. 실로 엄청난 분량이다. 15톤 덤프트럭 1000대가 매립지를 들락날락하며 뿜어내는 온실가스만 해도 상당할 것이다.

VER을 구매해 탄소중립을 실행하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하는 것도 자발적 탄소중립 활동의 중요한 한 축이다. 즉, 최대한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노력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발생되는 온실가스에 대해 VER을 구매하여 상쇄하는 것이 탄소중립의 기본 개념이다. 이러한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은 어쨌든 반가운 소식이다. 10년 후의 여름은 올해의 무더위보다 덜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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