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냉방, 여름철 전력난 극복에 활용하자
지역냉방, 여름철 전력난 극복에 활용하자
  • 최병렬 에너지경제연구원 집단에너지연구실장
  • 승인 2012.08.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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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렬 에너지경제연구원 집단에너지연구실장
36, 37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이다. 폭염이 며칠 씩 계속되니 가정집이나 사무실의 냉방기기가 사정없이 돌아간다. 순간 전력예비율이 4% 밑으로 떨어지는 날도 있으니 정부와 전력당국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9월에 예기치 않게 대규모 순환 정전을 겪은 뼈아픈 경험도 있어 예비전력 확보에 더욱 예민하다.

전력위기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발전소를 건설하여 공급능력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발전소 1기 건설에는 긴 건설기간(4년~10년)과 수천억에서 수조원의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의 전력난을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단기 및 초단기의 전력공급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전기수요관리를 통하여 사용량을 인위적으로 줄이거나, 또는 기존 에너지공급 설비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전력공급 예비력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전력수요가 급증하여 예비전력이 400만kW 아래로 떨어지면 경보(관심, 주의, 경계, 심각)가 발령된다. 전력경보 ‘관심’이면 전력거래소는 1단계 전압조정에 들어가고 경보가 ‘주의’이면 직접 부하를 제어한다. 즉 전력 사용 대용량 고객이 전력당국과 사전에 계약을 체결하고 전력수요가 높은 시기에 고객부하를 스스로 줄이면 지원금을 지급한다. 전력거래소의 수요자원 시장과 한전의 주간예고제·지정기간제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제도의 운용은 단기적으로 큰 효과를 보이고 있으나 상당한 비용지출을 수반한다. 최근 3년간 전력거래소의 수요자원 시장 단가는 실제 산업용 전기가격의 10배(㎾당 1000원)가 넘는다. 또한 한전의 지정기간 수요조정제도를 통해 보상되는 전력단가는 6~7배(㎾당 560~680원) 수준이라고 한다.

올 여름 같이 아슬아슬한 전력위기 속에서도 기존 에너지공급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전력피크를 구조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집단에너지시스템의 활용이 그것이다.

에너지절약 또는 이용 효율화의 일환으로 80년대 중반부터 정책적으로 추진되어 온 집단에너지사업은 열병합발전(CHP, Combined Heat and Power)과 같은 효율적인 시스템을 도입하여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활용에너지(쓰레기소각열, 지열, 산업공정열, 생활하수열)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에너지수입량을 감소시켜 에너지안보에 기여하며, 버리는 열을 재활용함으로써 온실가스(CO₂) 저감에도 일조한다.

관심의 초점은 허가 규모가 4100MW에 이르는 CHP를 포함한 집단에너지공급 시스템에 있다. 에너지이용효율을 높이려면 공급시스템의 가동률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전기피크가 걸리는 여름철에는 CHP 가동률이 높을 수 없다. 왜냐하면 CHP 가동시 생산되는 열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열의 소비처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 이것이 열을 이용한 지역냉방의 보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이다.

집단에너지 도입 시부터 건물부문에 흡수식 지역냉방이 보급되어 왔다. 열병합발전소나 쓰레기소각장에서 공급한 온수를 각 건물이나 아파트에서 흡수식 냉동기를 사용해 찬바람으로 바꾼 뒤 배관으로 가정이나 사무실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지역냉방은 2010년 말 까지 555개 빌딩에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공동주택에 대한 지역냉방 보급은 미미하다. 공동주택에는 안산고잔 신도시 공동주택 106여 가구에 시범적으로 실시한 이후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는 보급된 실적이 없다. 보급이 어려운 이유는 개별 에어컨 방식에 비해 흡수식 냉방을 위한 시설투자비가 2배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흡수식 냉방기술의 냉방효율이 높아지고 설비에 대한 정부지원도 있어 경쟁력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제습냉방 기술의 발전은 공동주택 냉방보급에 희망을 주고 있다. 제습냉방은 따뜻한 실내공기가 제습기를 거쳐 증발 냉각기를 통과하며 쾌적한 공기로 만들어져 실내에 공급된다. 제습기의 수분을 제거하기 위해 지역난방열을 이용한다. 제습냉방방식은 공동주택의 기존 난방배관을 활용함으로써 설치비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세대별로 설치하기 때문에 필요한 세대만 설치할 수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제습냉방기기 개발 및 시범사업에 착수해 201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지역냉방을 보급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집단에너지공급시설을 활용한 지역냉방 보급은 전력공급을 늘리고 전력 피크부하를 감소시킨다. 미활용 열에너지 이용으로 CO₂ 배출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여름철 전력난 극복을 위해서는 지역냉방의 확대보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화석연료 97%를 수입하는 우리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이용과 설비효율을 최적화하고 폐열 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부처, 에너지공급자, 소비자들이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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