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과유불급
  • 신병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탄소배출권 트레이더
  • 승인 2012.08.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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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필자는 중국에서 수년 간 생활한 적이 있다. 중국 출장도 밥 먹듯이 많이 다녔다. 한 때 필자의 여권에는 중국 입출국 스탬프로 도배를 한 적도 있었다.

당시 중국 여행도 참 많이 다녔었는데 걸어서 정상까지 7시간이 걸리는 산동성의 태산도 여러 차례 올랐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무릎이 시큰거린다.

중국의 공식인구는 13억명 정도. 필자는 수년 전 어느 노동절 날 겁도 없이 중국 남부의 상주라는 도시에서 태산이 위치한 태안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오랜 시간 줄을 서 간신히 입석표를 구해 플랫폼에 도착했는데 이미 대기 중인 승객들만도 인산인해였다.

어느 덧 기차가 도착했는데 저러다가 터져버리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미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출입문을 통한 정상적인 승차는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필자는 창문을 통해 간신히 기차 안으로 던져질 수 있었다.

후끈한 열기가 가득한 5월의 기차 안에서 사람들 사이에 바짝 끼어 가는 입석의 아가씨에게 목적지를 물으니 앞으로 이틀은 더 가야 한단다. 과잉공급의 부작용이다.

전문가들은 2008~2020년 기간 중 EU-ETS에서 사용할 수 있는 CER 물량이 약 17억 5천만 톤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어떤 이들은 16억 5천만톤 정도로 전망하기도 한다. 이중에서 현재까지 약 5억 톤 정도의 CER이 EU-ETS에서 이미 사용 완료됐으며 이로 인해 사용한도량은 12~13억 톤 정도가 남아 있다.

2012년 7월 16일 기준, 전 세계에서 등록된 4366개 CDM 프로젝트를 통해 총 9조 7135만 5232톤의 CER이 발급(발급요청 물량은 10조 180만 978톤)된 가운데 중요한 것은 향후 2020년까지의 지속적인 CER 공급량인데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EU-ETS에서 2013년 중반부터 사용 금지되는 N2O나 HFC등 산업가스 배출권의 사용금지를 고려하더라도 우선 2013년까지 시장에 공급될 CER의 양은 13억 톤을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총 5600개의 CDM 파이프라인 중 상술한 바와 같이 4366개 프로젝트가 등록되었고 현재 114개 프로젝트가 등록요청을 해놓은 상태이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 프로젝트는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2013년 중반부터 CER 발급량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가스의 EU-ETS 통용이 금지되면서 CER 공급물량이 줄어들고 이를 통해 배출권가격이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반짝 상승에 그칠 수 있다. 왜냐하면 시장에는 총 5600개의 파이프라인 중 등록완료 및 등록요청 중인 4480개 프로젝트를 제외한 1120개의 프로젝트가 언제 어디서 CER을 쏟아 부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실성은 다소 결여되지만 수학적으로만 셈해본다면 4300개의 프로젝트로부터 9억 7135만 5232톤의 CER이 발급되었으므로 한 프로젝트 당 평균 20만 톤 이상이 발급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CDM 파이프라인에서 대기중인 1120개 프로젝트로부터 한 프로젝트 당 동일한 배출권이 발급된다고 가정하면 최대 2억 5천 톤의 CER이 발급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점검해 봐야 할 내용은 이 중 산업가스 배출권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2013년 중반부터 EU-ETS에서 통용이 금지되는 N2O나 HFC CDM의 신규등록요청이 예전에 비한다면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이 대폭 축소되었는데 계속 상품을 찍어낼 무모한 공장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등록된 산업가스 CDM 프로젝트들로부터도 EU-ETS를 제외하고서도 다른 수요처나 사용용도가 있을 수 있고 또 이왕 등록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것을 추진해야 하는 신규등록 프로젝트와 비교시 추가발급비용도 크지 않기 때문에 프로젝트 오너는 계속해서 배출권을 발급받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다시 말해서 소요비용대비 수익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왕 등록된 프로젝트인만큼 계속적으로 배출권 발급신청에 나설 것이라는 것이다. 총 물량중 상당한 부분을 점하고 있는 중국의 산업가스 CER들이 중국 자국내의 ETS에서 유통될 가능성도 솔솔 불거지고 있다.

교토의정서 제 2기에서는 최저개발국(LDC)국가에서 발급된 CER만 인정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에 향후 이런 곳들에 CDM이 집중될 수도 있다. 물론 현지 특성상 인프라나 인력 부족, 여러 가지 불안한 정치 문화 및 사회수준으로 인해 CDM사업이 얼마나 원활하고 투명하게 추진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새로운 유형의 온실가스 감축체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므로 향후 다양한 부문에서 CER이 발급되며 산업가스 CER의 공석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배경에서 시장 전문가들은 2021년 초 EU-ETS에서 남아돌 잉여 CER의 물량이 약 9억 톤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상이 이러하므로 그 누구라 하더라도 향후 CER가격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CER발급량이 내년 경 5억 톤 정도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다가 2020년경에는 2억 톤 수준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들은 또한 2020년 경 CER과 경매로 공급되는 EUA의 양을 합하면 38억 2천만 톤 정도가 될 것이지만 이에 대한 수요는 29억 2천만 톤 정도를 이루며 상당한 공급과잉장세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출권 수요는 대부분 EU-ETS, EU정부,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 발생하게 되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다수의 탄소시장 종사자들은 한국에서도 CER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필자가 이야기를 나눠 본 3~4명의 해외 탄소시장 종사자들만 해도 K-ETS의 CER수요창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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