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 신병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탄소배출권 트레이더
  • 승인 2012.07.30 2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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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CER가격 EUA 10% 전망도

 

▲ 신병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탄소배출권 트레이더
2007년도 경으로 기억된다. 필자의 지인이 상당금액의 융자를 받아 서울 양천구의 35평형 아파트를 매수했다고 한다. 지불한 금액은 13억원에 가까운 큰 금액. 얼마 전 그곳을 방문할 일이 있어 부동산에 들려보니 같은 평형 아파트의 가격 관련 8억원 지지선이 깨졌다고 한다. 배경은 이와 같다.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 한 채가 급매로 8억 가량에 팔려나간 뒤 대기 중인 매수자들은 이제 8억 이하로만 사려고 한다는 것이다. 아무 죄 없는 필자의 지인은 평생 모든 돈을 허공에 날려버린 셈이 된 것이다.

 

필자의 지인은 한 순간의 판단착오로 평생 못 먹고 못 마시며 모은 전 재산을 잃어버렸다. 이를 바라보는 필자의 가슴도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다. 오늘 날 대한민국에 이런 사람들이 어찌 하나 둘 뿐이겠는가! 정보력과 투자요령이 있는 사람들은 돈을 벌고 자기만 너무 뒤쳐진 것 같아 막차에 올라탄 무지한 서민들만 눈감고 코 베인 셈이다. 이 사회는 무릇 약육강식의 원칙이 지배하는 법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정보가 힘이다.

탄소시장에서도 CER의 3유로 지지선이 한 때 무너지며 모두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2012년 7월 19일, 현물 CER거래가 2.93유로에 이루어진 것이다. 7월 25일 프랑스의 배출권거래소인 블루넥스트에서는 그린 CER이 2.9유로에, 그레이 CER이 2.78유로에 손바꿈을 했다. 이를 바라보는 필자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앞으로 CER가격은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0유로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인가? 도무지 반등의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최근의 급격한 가격하락 배경은 무엇인가? 필자가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탄소시장의 한 전문가에게 문의하니 원래 7월에 진행될 것으로 예정되었던 셋 어사이드 플랜에 대한 공식제안이 9월로 연기,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다주며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셋 어사이드 플랜이란 2013~2020년 기간 중 진행될 EUA 경매물량중 약 4억 톤에서 12억 톤 가량(현재로서는 미정 상태)의 물량을 동 기간의 후반기까지 판매보류 함으로써 일시적으로 EUA의 공급량을 줄이고 이를 통해 배출권가격의 회복을 도모하겠다는 정책이다.

필자가 지난달 초 요스 델베케 EU 기후변화총국장에게 문의한 바에 따르면 자신들은 올 7월 셋 어사이드 플랜을 정식 제안할 것이라고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강력하게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은 이를 둘러싼 강력한 반대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실은 EU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견지한 구성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독일의 한 법무법인도 셋 어사이드 플랜이 EU의 배출권거래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고 한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동 규정은 배출권가격이 과도하게 높을 경우 EC가 시장에 개입해 조정에 나설 수 있지만 가격이 낮을 경우 가격을 올리는 역할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유럽의 제조업체들도 탄소배출권가격의 급속한 상승을 내심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배출권가격이 올라가면 필연적으로 전력가격이 상승하게 되며, 상품생산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전력을 사용해야만 하는 기업들의 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논리가 판을 치는 비정한 글로벌 시장에서 EU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불리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로퍼(유럽철강협회)도 셋 어사이드 플랜을 폄하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반대하기 위한 소송까지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게 된 것이다.

필자가 얼마 전 만난 바 있는 캠브리지 대학의 마이클 그럽 선임연구원의 경우에도 셋 어사이드 플랜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동 정책을 폄하하는 그의 표정이 얼마나 진지하고 굳어 있었는지 필자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으며, 심지어 EC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논란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바클레이즈 또한 셋 어사이드 플랜이 무위로 돌아갈 경우 EUA가격은 사상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지속하거나 심지어 0유로까지도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역으로 성공하기만 한다면 이 배출권은 2020년 경 35유로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셋 어사이드 플랜을 두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불꽃 튀는 기 싸움이 펼쳐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 쪽의 목소리가 커지면 CER은 4유로를 훌쩍 넘었다가 반대의 경우 상승분은 다시 소멸된다. 작년부터 시작해 벌써 몇 번짼지 모른다.

현재 EUA와 CER의 스프레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7월 25일 기준 EUA가격이 6.8유로를 기록하고 있는데 비해 CER가격은 2.78유로를 기록하고 있다. EUA가격이 CER가격의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둘의 가격차이는 2009년 12월 기준 2유로 안팎이었다. 당시 EUA가 13.6유로 정도에서 거래되었고 CER은 12유로 선에서 손바꿈되는 수준이었다.

요즘 CER가격의 하락배경을 크게 분석해 보면 EU경제악화로 인한 배출권 수요 감소, 이럼에도 불구한 사상 최대량의 CER 발급, 이에 더해 EU-ETS에서 CER과 더불어 사용될 수 있는 저렴한 ERU가 지속적으로 발급되고 있는 점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여기에 셋 어사이드 정책의 표류는 치명적인 한 방이다.

ANNEX-1(선진국) 간의 JI프로젝트를 통해서 발급되는 ERU 관련 조만간 러시아가 36개 프로젝트에서 약 1억 3천만 톤, 우크라이나가 16개 프로젝트에서 약 1400만 톤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CER가격은 더욱 큰 하락압력을 받게 됐다. 이런저런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 심지어 2020년경에는 CER가격이 EUA가격의 10% 정도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끔찍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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