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보고서
그녀의 보고서
  • 신병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탄소배출권 트레이더
  • 승인 2012.07.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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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M 필요성 검토, CDM 중국·인도 편중돼

 

▲ 신병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탄소배출권 트레이더
얼마 전 한 초등학교에서 한 예쁘장한 여학생이 이야기를 하면서 욕설을 섞었다. 때마침 옆을 지나던 학급회장은 가능한 교실 내에서는 아름다운 말을 쓰라고 권고했다. 자존심 강했던 여학생은 그 말에 울음을 터뜨렸고 전후 사정을 잘 모르는 다른 여학생 둘이 다가와 무조건 학급회장에게 사과를 강요했다. 당황한 회장은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으나 당돌한 여학생들은 무릎을 꿇고 정중히 사과를 하라고 요청했고 어쨌든 여학생을 울린 사실이 미안했던 회장은 그에 따랐다.

이야기가 퍼져 나가면서 결국 어른 싸움으로 번져나갔다. 회장의 부모는 여학생들의 처사가 지나쳤다고 생각한 반면 여학생들은 부모님들에게 욕설을 섞은 적도, 무릎을 꿇으라고 강요한 적도 없으며 회장이 무조건 적으로 잘못한 것이라는 식으로 거짓설명을 했기 때문에 여학생들의 부모님들도 극도의 흥분상태에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담임선생님도 여학생들을 불러 욕설과 함께 무릎을 꿇으라고 강요한 적이 있느냐고 확인했지만 여학생들은 절대 그런 적이 없다며 발뺌했다. 결국 사건의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동급생 3명이 증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여학생이 욕설을 한 것은 사실이며 사건의 전모를 잘 모르는 여학생 둘이 오해를 하고 회장에게 무릎 꿇기를 강요한 것이라며 실체를 밝혀주었다. 평소 품행이 단정한 3명의 증언 앞에서마저도 여학생들은 당돌하게도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부모님들이 먼저 물러나고 말았다.

요즘 탄소시장에서는 조안 맥노튼(Joan MacNaughton)이라는 분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2011년 말 더반 기후변화총회에서 의결을 통해 창설된 독립패널의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녀의 역할은 CDM의 실상에 대한 조사하고 이를 가감없이 보고하는 것이다.
실은 그동안 CDM의 문제점들에 대한 많은 비판들이 세계 도처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여러 환경단체들도 온실가스 감축이 주로 중국과 인도에만 집중되면서 결국 이로 인해 다른 개도국들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말도 안 되는 CDM 프로젝트에까지 배출권이 발급되며 환경적 유익창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는 비난 등과 더불어 CDM 집행기구의 권위주의적이고 불친절한 업무처리 방식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불만이 쌓여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에 이런 문제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수세에 몰렸던 CDM EB측에서 먼저 나서서 자정노력을 벌였지만 이에 더해 기후변화총회 차원에서도 CDM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에 나서기까지 이른 것이다.

맥노튼 부위원장의 역할은 CDM의 문제점과 각종 비난여론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후 이를 바탕으로 CDM의 존속 필요성에 대한 내용까지 검토, 보고하는 것이다. 필자도 얼마 전 카본엑스포에 참가했을 때 이 분이 주관한 모임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신중한 모습으로 수십 명의 탄소시장 종사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는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이들은 당돌하게 자신이 보고 목격한 문제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명확한 근거와 증거가 없는 비난은 오히려 역공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아무에게나 맡길 수도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의 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던 그녀는 현재 전 세계 1만 4000개의 회원사를 거느린 EI(Energy Institute)의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CDM 집행위원회측은 그녀에게 철저한 조사를 부탁한다는 의연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으나 대조적으로 이 위원회의 고위간부 한 명은 그녀에게 어쨌든 CDM이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저감과 에너지효율화를 위한 기술발전에 상당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므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압박 아닌 압박을 했다고 한다.

스탠포드 교수들이 27가지 실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관계의 본심'이라는 책에서는 부정적 의견을 먼저 말한 다음 긍정적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더 좋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긍정적 소식을 먼저 전하면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지지만 잠시 후 부정적 의견을 듣게 되면서 역행 간섭 현상이 일어나 부정적 의견만 기억에 남게 되는 반면 비판을 먼저 들은 상대방은 주의를 집중해서 뒤의 칭찬을 듣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맥노튼 부위원장은 올 11월 UN 기후변화협상단에게 그간의 조사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며 동 내용에는 CDM의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 모두가 담길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녀가 이 둘을 어떤 순서로 배열하느냐에 따라 향후 CDM의 운명이 엇갈릴 전망이다.

실제 맥노튼 부위원장도 최악의 경우 CDM의 존재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할 것이며 아무리 CDM EB라 할지라도 이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어쨌든 그녀와 그녀가 속해 있는 독립패널은 비정부기구, 투자자단체, 연구소 등의 탄소시장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하며 여러 차례 공식·비공식 회의를 개최, 보고서의 완성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고 한다.

CDM은 2005년부터 시작되어 2012년 7월 초 기준 총 4300여개의 프로젝트가 등록되었으며 이를 통해 약 9억 6천 톤의 CER이 발급됐다. 국내에서는 67개의 프로젝트가 등록된데 비해 중국과 인도에서는 각각 2100개와 850개의 프로젝트가 등록됐다. CDM 관련기구들은 이를 통해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막대한 양의 자금과 청정기술이 이전되어 왔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홍보하지만 상기 수치는 이러한 효용이 상당부분 중국과 인도에 편중되며 현저히 균형감을 잃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CDM을 향한 각종 비난여론의 타당성은 이를 통해서도 확연히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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