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적 배출권거래제간의 연계
지역적 배출권거래제간의 연계
  • 신병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탄소배출권 트레이더
  • 승인 2012.07.1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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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탄소배출권 트레이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정책의 목적은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서대문구에 살고 있는 필자는 은평구나 서울역에 있는 대형마트를 찾곤 하는데 길게 줄을 섰다가 가까스로 매장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여전히 사람들의 물결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다가 이리 툭 저리 툭 부딪치기 일쑤라서 괜히 짜증이 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하지만 묘하게도 북적북적 거리는 모습에서 오히려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실은 필자가 살고 있는 곳 인근에도 대형 재래시장이 있지만 왠지 지저분한 느낌이 들뿐 아니라 주차까지 불편해 자주 찾지 않게 된다. 한 곳은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한쪽은 한가한 상인들의 한숨으로 가득 차 있다. 역시 시장이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북적대야 제 맛이다.

한국의 배출권거래제에는 약 450여개 업체가 포함될 전망이다. 1만 1500개의 기업들과 사업장들이 참가하고 있는 EU-ETS의 경우 금융권이나 중개업체 등도 적극 시장에 개입해 유동성을 공급해 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배출권거래제에서는 약 450여개 의무감축 업체 외에 제3자의 참여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합의 내용이다. 한 술에 배부를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차차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어쨌든 배출권거래 착수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참여기업들의 숫자도 늘리고 참여자들의 유형도 다양화시켜야 할 것이다. 나아가 다른 지역 배출권거래제와의 연계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충분한 검토와 철저한 준비를 거쳐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지인은 H은행의 직원이었다. 수 년 전 이 은행이 K은행과 합병하면서 두 조직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갈등과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고 한다. 또한 수년 전 통합된 모 기관 직원의 말을 들어보니 아직까지 물리적으로만 통합이 되었을 뿐 정서적, 문화적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엄청난 업무상의 불편과 비효율이 양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 만큼 상이한 둘 간의 통합에는 오랜 준비와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결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엇비슷한 성년의 경우 상대적으로 덜하겠지만 중동의 몇 몇 나라처럼 10대의 소녀와 중년의 남자가 결혼을 하는 경우 아마도 정상적인 결혼생활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각 지역 배출권거래제와의 연계에 있어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 특히 다년간의 운영경험을 거쳐 상당한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한 EU-ETS와의 통합은 현실적으로 2020년 이전까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 착수해 최소 10년 정도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안정궤도에 올라야 비로소 EU-ETS가 우리를 성숙한 파트너로 보아주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은 현재 EU-ETS가 자체적인 문제로 허덕이고 있고 일부 사람들은 2020년 이후에는 이의 생존여부조차 불확실하다는 전망을 개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상호연계를 논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인 측면도 있다. 다만, 이들은 자신들의 설계 및 운영 노하우를 전수한다든지 하는 등의 차원에서 상호협력을 창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 단계에서 한국의 배출권거래제와 연계를 검토해 볼 수 있는 상대는 중국, 뉴질랜드, 호주, 미국 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자체적으로도 충분히 거래규모가 되고 사용될 배출권도 자국 내에서 등록에 실패한 CDM프로젝트나 자발적 배출권 등을 자체심사를 거쳐 인증한 후 유통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과의 연계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또한 배출권거래제의 연계는 상호 할당방식 등에 대해서 서로 검토 후 승인해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의 배출권을 어떻게 인정해 줄지에 대한 난해한 문제도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다음으로는 뉴질랜드나 호주 배출권시장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양자의 규모가 상당히 작아 연계를 하더라도 상호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서로의 배출권거래제를 연계시킨 다는 것은 이질적인 두 개의 기업을 합병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고 힘든 일일뿐 아니라  착수 후 10년간은 시행착오로 인해 정신 못 차릴 것이 분명한 초보 배출권거래제간의 연계는 서로의 부담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더해 국제시장 분위기 또한 법적 의무를 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가능한 한 피해가고자 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지역적 배출권거래제의 출현도 활발히 일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금 글로벌 탄소시장 참가자들은 한국의 배출권거래제 법안통과를 매우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처럼 지역적 배출권거래제들이 좀 더 탄생하여 과잉공급현상에 빠진 작금의 탄소시장에 새로운 배출권수요를 공급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 뉴질랜드에서는 CER을 유통시키고 있으며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도에서도 CER 유통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지역적 배출권거래제에서 배출권 수요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참고로 탄소시장 전문가들이 지역적 배출권 거래제외 배출권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곳은 항공부문과 해양부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추진과정에 있어 관련부문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 달성되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이야말로 우공이산의 뚝심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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