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자리 진 자리
마른 자리 진 자리
  • 신병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탄소배출권 트레이더
  • 승인 2012.06.18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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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탄소시장 틀과 연계 중요

▲ 신병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탄소배출권 트레이더
樹慾靜이나 風不止하고 子慾養이나 親不待니라
(나무는 고요하려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아니하고 자식은 효도하려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樹慾靜이나 風不止하고 子慾養이나 親不待니라 (나무는 고요하려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아니하고 자식은 효도하려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영어로 대자연은 ‘Mother Nature’로 표현된다. 지금 우리들의 어머니(Mother Nature)가 중한 열병을 앓고 있다. 열이 더 올라가면 심지어 사망에 까지 이를 수 있는 상황, 곳곳에 흩어져 살던 자식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다. 과거, 큰 형 대학 보내느라 고생하셔서 지금 후유증으로 엄마가 쓰러지신 것이니 역사적 책임을 지라며 동생들은 잘 사는 큰 형 내외를 쏘아 붙인다.

엄마가 전 생애를 걸쳐 한푼 두푼 모아 두셨던 피 같은 돈 너희들이 얼마 전 사업한다고 다 가져다 탕진한 것 아니냐고, 그래서 엄마가 충격으로 쓰러지신 것이라고 큰 형은 동생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이런 소모적인 논쟁은 아무리 거듭해도 싸움으로 발전할 뿐 제대로 된 해결책은 나오기가 어렵다.

2012년이면 말 많았던 교토의정서 1기가 종료된다. 어떤 이들은 2012년 이면 실질적으로 교토의정서가 종료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2017년 또는 2020년까지 연장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2012년 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제 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가닥이 잡힐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교토의정서가 연장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 가운데에서도 그 연장기간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특히, EU와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간의 논쟁이 대표적인데 양자는 이를 2017년까지로 할 것이냐, 아니면 2020년까지로 할 것이냐를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EU는 첫째, 자신들의 EU-ETS 제 3기 기간이 종료되는 2020년과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둘째로는 1990년 대비 20%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자신들의 의무이행약속기간과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교토의정서 제 2기 기간을 2020년까지로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군소도서국가연합은 이 경우 온실가스 대량배출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늦장을 부리는 것을 도와주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감 있게 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따라서, 2017년까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쨌든 더반총회를 통해 2015년까지는 모든 당사국에 적용되는 의정서, 법적 체제, 또는 법적 결과물(Protocol, Another Legal instrument, or agreed outcome with legal force)을 채택하기 위한 협상을 완료키로 합의된 바 있으므로 올해 말 도하에서 개최되는 당사국총회에서는 교토의정서를 확실히 진행시켜 나갈 것인지, 그리고 그렇다면 제 2기 기간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인도나 중국 등의 온실가스 대량 배출국들은 선진국들의 역사적 책임을 들어 개도국들과 선진국들간 차별화된 책임을 계속 강조하고 있어 교토의정서가 실질적으로 2012년에 막을 내리는 불상사를 전혀 배제할 수도 없어 보인다. 전편에서 이미 언급했다시피 일본, 러시아, 캐나다 등도 빠져 나갔다.

자신이 살기가 어려우면 하물며 부모형제조차 돌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금, 하루하루 먹고 살기조차 힘든 상당수 국가들에게는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당장 급하지 않은, 아니 심지어는 사치스러운 일로 느껴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유럽의 탄소시장도 크게 흔들리고 있고 그 미래도 불투명해 보이는 상황이다. CER 등 배출권의 최대이자 유일한 수요처이며 글로벌 탄소시장을 이끌어 가야 할 EU-ETS가 내외부 충격을 소화해 내지 못하고 궤도를 이탈해 버렸으니 뒤따르던 객차들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꾸어 보고자 얼마 전부터 권위행정의 대명사였던 CDM EB 등이 자체 쇄신책으로 CDM Reform을 추진한다든지, 최근 UNFCCC가 CDM 프로젝트 투자자들이 특정 부분 프로젝트에 한정하여 기 결정사항에 대해 UN의 담당전문가들에게 전화 등을 통한 질의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미 민심은 떠났고 대세는 기울어 버린 것 같다.

이제 기존의 논쟁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더 많은 국가들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더 적은 비용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탄소배출권의 수요창출을 위해 지금 국제사회는 새로운 탄소시장의 틀을 짜고 있는 중이다. 이런 것들은 교토의정서의 연장이라든지, 배출권거래제의 운영이라든지, 기후변화 국제협상이라든지 모든 것들이 국제사회가 짜고 있는 새로운 탄소시장의 틀과 연계하여 검토될 것이다.

지구상의 생명들을 위해 마른자리 진자리 갈아주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던 대자연의 가냘픈 생명은 이제 현 인류의 손에 놓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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