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전력산업 경쟁체제
과감한 경쟁 도입으로 선진체계 갖춰
아시아의 전력산업 경쟁체제
과감한 경쟁 도입으로 선진체계 갖춰
  • 김영산 한양대학교 교수
  • 승인 2012.06.1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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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성공적 경쟁 도입 민간기업 투자 활발
싱가포르, 발전·판매 겸업 산업부문 소매경쟁 도입
일본, 후쿠시마 사고 후 전력산업 재편 논의
전력산업 구체계획 없는 우리에게 시사점 커

▲ 김영산 한양대학교 교수
1990년대초 영국에서 시작된 탈규제 경쟁도입 물결은 유럽과 미국은 물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의 전력산업에도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아시아권에서도 많은 나라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전력산업을 운영하기 위해 경쟁을 도입하게 됐다. 그 중에서도 영연방 국가인 호주가 가장 먼저 전력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했고 싱가포르, 한국, 일본 등이 각기 상이한 형태로 전력산업을 혁신해 왔다. 지금은 필리핀과 베트남도 시장경쟁체제를 통해 전력산업을 운영하고 있고 중국도 전력시장을 개설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주
경쟁도입 이전 호주의 전력산업은 주정부 소유의 전력회사가 발전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력산업 전부문을 독점하고 있었다. 경쟁이 없었을 뿐 아니라 주별로 전력계통 연계도 거의 없었다. 그런 상태가 계속되다 보니 각 주의 독점 전력회사들은 설비예비력 과다, 발전소 이용률 저조, 신규투자에 대한 자본비용 과다, 낮은 노동 생산성 등 경영상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위해 지역 간 계통연계 및 도매전력시장(NEM)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 경쟁도입 정책은 투명한 현물시장 개설, 송·배전망 접속개방, 규제체계 확립, 소비자 선택권 부여 등 4가지가 핵심적인 목표로 제시됐고 빅토리아주와 남호주주에서는 주정부의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 정상화를 도모하기도 했다.

호주의 국가전력시장은 동부에서 남부지역에 걸쳐 5000km의 연계계통으로 뉴사우스웨일스주, 퀸즈랜드주 등 5개 주가 서로 연계돼 모든 발전회사와 소매회사가 도매현물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력사업에 민간기업의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프랑스나 미국처럼 시장가격 위험 회피를 위한 발전·판매회사간 결합이 늘고 있는 추세다. 빅토리아주와 남호주주에서는 대부분의 발전기를 AGL에너지, TRU에너지 등 민간기업들이 소유하고 있고 뉴사우스웨일스주도 민간 기업의 시장 진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정책의 일환으로 2011년 주정부 소유의 일부 발전회사의 전력 판매권을 민간부분에 매각했다. 또한 호주는 소매분야의 시장 확대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온 결과 전력시장에 참여한 5개 주 중에서 태즈메니아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완전소매경쟁이 이뤄졌고 태즈메니아주는 연간 150MWh 이상 소비자까지 소매 경쟁을 확대하고 있다.

성공적인 경쟁사례로 평가받는 호주는 소매시장의 소비자의 공급자 전환율이 2008년 기준으로 연간 11.5∼25.7%에 달했으며 시장요금 전환율은 44.3∼68%에 달하고 있는데 이처럼 소비자의 공급자 전환이 활발한 이유는 다자간의 경쟁적 산업구조가 확립되고 전기·가스·통신 등 결합상품을 통한 요금할인, 선불요금제, 녹색요금제 등 고객맞춤형 서비스 개발이 활발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호주는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해 청정에너지 미래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0년 대비 5% 감축할 것을 목표로 탄소세 도입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탄소배출 절감 기술 투자,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고 올해 7월 1일부터 탄소가격제도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선진 전력시장을 운영하는 호주에서 탄소가격제도의 시행으로 향후 전력시장이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싱가포르
인구 300만의 싱가포르는 외국인 투자 유치 및 경쟁적 시장 환경 조성이라는 일관된 국가발전 전략에 따라 아시아 최초로 전력분야 시장 자유화를 추진한 나라다. 1995년 정부기구인 PUB(Public Utility Board)를 발전 3개사, 송·배전 1개사, 판매 1개사, 가스 1개사, 지주회사 1개 등 7개 조직으로 분할하는 구조개편을 시작하고 2003년에는 1998년에 도입한 전력풀을 개선한 싱가포르 도매전력시장을 개설해 2MW 이상의 250개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매경쟁을 시행했다. 2004년에는 발전부문에서 시장지배력 억제를 위한 규제금융계약(Vesting Contract)을 도입했다. 2008년에는 테마섹 산하 3개 발전자회사를 매각해 민영화하는 등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 결과 현재 발전 12개사, 도매 14개사, 소매 6개사가 전력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싱가포르 전력산업은 송·배전망이 분리 독립돼 있고 발전·판매업간 겸업이 허용돼 대부분의 발전회사가 판매자회사를 통해 판매를 병행한다. 전력판매량의 75%까지 소매 개방이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비경쟁부문인 계통운영, 송·배전운영, 시장운영 기능은 각각 분리된 상태로 계통운영은 독립규제기관인 에너지시장위원회에서, 송·배전망 소유·관리는 파워그리드사가, 시장운영은 EMC에서 담당하고 있다.
전력산업 자유화 이후 많은 발전회사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부분의 기력발전을 가스복합발전으로 전환해 가스복합발전이 2011년 현재 76%까지 증가했고 기력발전은 17%로 감소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전력요금은 2001년 대비 15% 인하됐고 정부의 효과적인 규제로 계통운영 효율성을 강화함으로써 송전비용도 2001년 대비 27% 줄었다고 에너지시장위원회에서 분석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소매경쟁을 도입함에 있어 주택용은 정부가 안정적 요금을 제공하지만 산업부문에 대해서는 경쟁체제를 통해 공급과 소비의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어 우리에게 좋은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일본
일본은 전력산업의 세계적인 규제 완화 흐름과 1990년대 초 자국의 거품경제 붕괴 이후 경제 전반에 걸친 규제 완화 흐름이 자유화의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일본은 타국의 경쟁도입 사례와 달리 지역별 수직 독점을 유지한 채 소매부문에 단계별 경쟁을 도입해 왔고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전기요금을 내리는데 많은 성과를 거뒀다.

일본은 패전 후 맥아더 통치하에 있던 1951년 지역별로 9개의 전력회사가 설립됐고, 1972년에 오키나와 전력이 추가돼 10개의 지역독점 민영 전력회사가 자리를 잡았다. 1990년대 전 세계의 전력업계를 휩쓴 경쟁도입의 큰 흐름에서도 일본은 산업구조를 분할하지 않고 송전망 개방을 통한 소매부문 개방을 3차의 제도개혁을 통해 단계적으로 진행해 왔다. 1995년 제1차 제도개혁에서는 특정전기사업자 제도의 도입을 통해 발전부문에 경쟁원리를 도입했고 1996년의 제2차 제도개혁에서는 소매시장의 자유화를 추진해 자유화 부문의 요금을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함으로써 공장과 백화점 등의 특별고압수용가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경쟁을 시작했다. 제3차 제도개혁에서는 자유화범위를 고압수용가까지 확대해 2005년에는 계약전력 50kW 이상의 고객으로 자유화범위가 확대됐다. 이와 함께 2005년에서는 전력회사간 융통전력의 관리와 거래를 위해 전력계통이용협의회와 전력거래소를 창설해 송배전망 이용에 따른 기존 전력회사의 차별적 대우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