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을 찾는 이유
명품을 찾는 이유
  • 신병철 탄소배출권 트레이더(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 승인 2012.05.1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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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도 중국보다 한국산 ‘선호’

▲ 신병철 탄소배출권 트레이더(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필자가 중국의 한 사범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해안가에 위치한 그 도시는 깨끗하고 풍경이 아름다웠지만 바닷바람이 항상 거셌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침에 세수를 하지 않고 학교에 온다는 여학생들도 있었다. 이유인즉슨 아침 바람에 피부가 상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지저분하다고 생각했는데, 필자의 손과 얼굴의 피부가 찬바람에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세수를 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그네들의 부득이한 상황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사람은 무릇 환경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2012년 5월 2일, 프랑스의 탄소배출권 거래소인 블루넥스트(BlueNext)에서 그린(green) CER은 3.83유로에 거래가 된 반면 그레이(gray) CER은 3.65유로의 가격대를 형성하였다. 두 CER간 약 0.18유로의 가격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그레이 CER은 지금부터 유통기간도 12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데다 그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깨끗하지 못한 CER이라는 이미지까지 붙어 있어 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CER 가격도 앞에 붙은 수식어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전에서 그레이(gray)의 의미를 찾아보니 ‘회색·잿빛의·우중충한’이라는 의미로 나와 있었다. 오죽 환경건전성이 부족하면 청정해야 할 탄소배출권 이름 앞에다 ‘그레이’라는 수식어를 붙였겠는가! 실은 상당수의 그레이 CER들이 중국에서 발급되고 있다.

그린 CER과 그레이 CER 구분법외에도 배출권이 발생한 지역별로 약간의 가격차가 나기도 한다. 작년 말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East Anglia)대학과 서섹스(Sussex)대학의 연구원들은 개도국들에서 진행되는 CDM 등에서 뇌물과 협작 등이 성행하고 있으므로 탄소배출권 시장의 투명성에 대한 대대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위키리스크를 통해 미국 연방회계감사원이 인도의 주요 프로젝트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인터뷰 중 인도 CDM프로젝트들이 추가성이나 배출권 발급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들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참고로 인도는 총 등록된 CDM프로젝트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의 CDM 추진과 관련된 환경과 전반적 분위기가 이렇다면 누구든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필자도 중국에서 CDM사업 개발을 할 때 현지 컨설팅업체로부터 이와 비슷한 내용의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구매업체들은 중국이나 인도에서 발급된 CER 보다는 한국에서 발급된 CER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한 중국식당의 이름을 보니 천국김밥이었다. 김밥천국의 짝퉁으로 보인다. 만약 누군가가 배가 고파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고른다면 천국김밥보다는 김밥천국을 선호할 것이다. 천국김밥에서 잘못 식사를 하다가 안 좋은 식재료들로 인해 진짜 천국으로 향하게 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여대생이 세수도 안하는데 요리사라고 손이라도 제대로 씻었겠는가!

탄소배출권도 중국산(Made in China)보다는 한국산(Made in Korea)이 더 각광을 받는 이유는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CDM사업들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의해서 추진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명하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고 그래서 구매업체들은 조금 프리미엄을 얹어 주더라도 한국에서 발급된 CER을 더 선호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작년 가을 EU 기후변화부의 코니 헤더가드 장관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 시 향후 더 많은 종류의 CER이 EU-ETS에서 사용이 제한될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점이다. 이상하게도 EU 에너지분과위원장인 피터 자펠 등은 산업가스 외에 추가적인 제한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하여 헤더가드 장관의 발언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한 지붕 두 가족도 아닌데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왜 이렇게 관련인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일까?

이를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 필자는 생각해 보다가 이와 같은 시각에서 접근해 보면 어떨까 하는 결론에 다다랐다. E라는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정리대상은 C라는 직원이다. 사내에서는 C가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소문도 있고 아니라는 풍문도 돌기 시작한다. 갖가지 정보를 접한 C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결국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며 차츰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산업가스외의 추가적인 CER에 대한 사용제한이 가해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든지, 현재로서는 그런 계획이 없다는 등 모두 다른 내용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EU의 필요와 개도국들의 태도에 의해 결정되게 될 것이다.

온실가스 대량배출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CER의 가치를 계속 존속시켜 주고 EU의 제안을 거부한다면 추가제한을 통하여 개도국들의 CER의 급격한 가치상실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추가제한이 가해진다면 그레이 CER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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