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 좋은 이유
명품이 좋은 이유
  • 신병철 탄소배출권 트레이더(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 승인 2012.05.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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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속 차별화된 그린CER 관심둬야

▲ 신병철 탄소배출권 트레이더(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과거 강남 아파트 가격이 저렴했던 적이 있었다. 괜찮은 강북 지역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도 초반에 들어서면서 매 주 몇 천만원씩 오르더니, 결국 가격이 몇 배로까지 뛰어오르며 강남불패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세등등하게 치솟기만 하던 아파트 가격도 수 년 전부터는 주춤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과 같이 세상에 있는 많은 것들의 가치는 계속 변화한다. 심지어 샐러리맨이나 운동선수, 연예인의 몸값마저도 나이와 실적, 경력과 능력, 주변상황, 경기, 노력여하, 교육 등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가수 이효리씨의 싸인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젊은 남학생이 싸인을 요청하며“핑클짱이라고 적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이효리씨는 웃으며 너 아직도 핑클 좋아하니· 소녀시대로 바꿔”라고 말했다고 한다.
탄소배출권(CER)도 마찬가지다. 탄력을 받아 한창 잘 나가던 때는 톤당 20유로 이상에 거래되던 것이 요즘은 과잉공급과 경제위기 등과 맞물리면서 잔뜩 몸값을 낮추었다. 거래가격은 톤 당 4유로 전후에서 형성되어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가격이다. 국내에도 탄소배출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나 관련펀드 운용사들이 있어서 담당인력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배출권가격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이 바닥이니 현금여유가 있다면 사두어도 좋다고 한다.

이들은 현재 배출권 가격이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고 이해관계자들도 많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가격이 떨어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아파트 가격이 분양가나 심지어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많은 서민들이 집을 매수하였는데 아파트가격이 더 떨어지도록 당국에서 용인하겠느냐는 논리와 유사해 보인다.
다른 이들은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배출권가격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필자도 배출권 가격의 향방에 대해 궁금한 생각이 들어 탄소배출권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대표 2인과 배출권가격의 향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한 분은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하락할 요소가 더 많아 보이니 배출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조속히 매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또 다른 한 분은 지금 EU가 추진하고 있는 배출권 가격 회복정책이 성공하게 되면 가격은 내년 대폭 상승할 것이라는 대조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두 분의 이야기를 정리해보자면 현재 배출권가격 하락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며 EU가 배출권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 공급되는 탄소배출권의 양을 적절히 차단함으로써 시장가격을 활성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성공하게 되면 배출권 가격은 소폭, 혹은 상당량 상승할 수 있을 것이나 만약 무위로 돌아가거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배출권가격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EU의 시장 활성화정책 추진추이를 예의주시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탄소배출권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구매 희망업체로부터 적지 않은 러브콜을 받곤 했었다. 그들은 사무실로 직접 찾아오기도 하고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한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제 탄소시장 관련행사에 참가하면 면담 요청이 최소 몇 건씩 들어오곤 했었다. 상황은 급변하여 요즘은 이따금 한 번씩 매수관련 문의가 오는 정도이다.
마케팅 이론서에 보면 불황일수록 명품의 가치가 빛난다고 한다. CER도 굳이 구분을 하자면 현재와 같은 탄소시장 불황속에서도 선호도가 지속되는 명품 탄소배출권이 존재한다. CER은 크게 그린(Green) CER과 그레이(Grey) CER로 나누어지는데 전자는 재생에너지나 에너지효율향상과 같은 청정 CDM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CER들이다. 예를 들면 풍력이나 매립지 CDM 등이 이에 속한다.

후자는 HFC나 N20 같은 산업가스 CDM 프로젝트에서 발급된 CER들로 발급되는 데까지 투자되는 비용도 톤당 2유로 미만인 경우가 많아 그린 CER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 발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그레이 CER의 대표주자격인 HFC 23 CDM 프로젝트나 아디프산 N20 프로젝트(질산제조과정 제외)의 경우에는 환경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맹비난에 시달리다 결국 2013년 5월부로 EU-ETS에서 사용이 제한되는 것으로 EU에 의해 결정된 이후로 보유자들은 계속적으로 매도러시에 나서고 있다. 블루넥스트(BlueNext)에서 그린 CER의 거래량은 거의 없는 반면 그레이 CER은 매일 몇 만 톤씩 꾸준히 거래되고 있다.
2012년 5월 2일 기준 총 4048개의 CDM 프로젝트가 등록되었고 9억 1944만 440톤의 CER이 발급되었다. 이들 중 HFC 23 CER이 약 50%, N2O가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그린 CER이 그만큼 희소하고 귀한 것이다. 불황속에서도 살아남는 방법은 차별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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