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효율화를 위한 강력한 기술규제가 필요하다
에너지효율화를 위한 강력한 기술규제가 필요하다
  •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
  • 승인 2012.04.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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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
지난 해 발생한 대규모 단전사태이후 지식경제부와 한전 등 관련 기관은 정전방지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동시에 원자력을 둘러싼 에너지믹스 논쟁 역시 오히려 더욱 격화될 것이다. 결국 에너지의 수급안정화와 국가의 베스트에너지 믹스 논의는 금년 대선과정에서도 주요한 의제로 다루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 단전사태로 일부 우리 소비자가 전기에너지의 소중함과 취약함을 실감하게 된 계기로 작동했을 것이고 그 덕에 10% 정도의 전기요금 인상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력수요의 증가가 예상보다 더 크고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금년도도 전력의 공급과 수송(계통)은 상당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향후 상당한 규모의 발전설비와 송배전설비에 신규건설 및 운영보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투자를 위하여는 전기요금의 인상이 절실하나 작년의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의 원가회수율은 15% 정도 미흡하다고 한다. 그나마 미래를 위한 신규투자는 포함되어 있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되어 실질 필요 인상분은 20% 수준에 이를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의 노후화와 함께 더 큰 정전의 가능성을 유발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 산업계와 소비자들은 더욱 싸진 전기에너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전기에너지의 혜택을 향유하려고 할 것이며 요금인상에는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전력의 수급과 안정도는 더욱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소비의 합리화이다. 전기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최종에너지의 믹스를 최적화하여 현재 수준의 에너지공급 인프라가 감당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에너지의 소비를 합리화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현재 유류세관련 탄력세율 조정 논쟁이 무색하게 우리 소비자들은 휘발유의 소비를 줄이지 않고 있고 전력수급의 위기속에서 전기에너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고 소비자들의 행동방식인 것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하에서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 것인가. 에너지수요에 국가가 영향력을 미치는 통제수단으로는 전통적으로 가격, 규제, 도덕, 기술 등을 들 수 있다. 에너지의 세제와 가격 시그널을 통한 에너지시스템의 운영은 장기간에 걸쳐 가장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에너지원별 배분의 메카니즘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사회에서 실현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면 대안이 무엇인가. 결국 규제이다. 특히 금년 겨울에 시행한 소비행태에 대한 규제는 지속적 효과가 담보되지 않으며 오히려 모럴헤저드를 발생시킬수 있다. 결국 기술규제이다. 강력한 기술규제를 통하여 소비자들의 에너지행태를 원천적으로 바꾸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 특히 정전사태와 같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세제 및 가격정책보다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혹은 수요부문에 대한 개입을 필요로 한다.

현행 전기요금 구조에서는 필요한 수요관리 신기술이 낮은 수익성으로 인하여 도입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적절한 수준의 기술규제와 절약 인센티브의 조화는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다. 특히 전력시스템에서 수요부문의 실시간 대응 능력은 원자력, 신재생뿐 아니라 화력 및 복합보다 우수하다. 이는 결국 정전사태에 대비하여 수용가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비용효과적이고 안정적인 자원임을 의미한다,
우리는 지난 해 정전사태를 통하여 전기에너지의 소중함과 취약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 전기는 문명을 유지하는 가장 주요한 에너지인 동시에 인류문명 혹은 사회안전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도 있는 흉기이기도 한 것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해결에는 다양한 선택방안이 모색될 수 있으나 낮은 요금하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수요부문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이고 특히 기술규제이다. 정부는 자신감을 가지고 에너지효율화를 위한 기술규제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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