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파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신병철 탄소배출권 트레이더(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 승인 2012.04.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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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대폭락… 탄소배출권 가격 EU정책개입에 호불호 갈려

▲ 신병철 탄소배출권 트레이더(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요즘은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며 빚내어 집을 산 서민들이 이자부담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어디 부동산뿐이랴, 유럽재정위기 등으로 인해 탄소배출권가격도 폭락하며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조금 더 높은 가격에 팔아보려고 대량의 배출권을 움켜쥐고 있었던 업체들은 물론이요, 배출권가격이 한창 높을 때 선도로 구매계약을 체결해 놓았던 이들은 지금 가격하락폭 만큼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2008~2009년 당시 탄소배출권(CER)가격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톤당 23.38유로까지 몸  값을 올리며 찬란한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당시 돈 많은 일반인들까지 필자를 찾아와 탄소배출권에 투자하게 해달라고 떼를 쓸만큼 배출권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덩달아, 세계은행은 배출권시장의 규모가 곧 15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도처에서도 배출권가격은 앞으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분위기를 돋구웠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배출권가격은 갑작스레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잠시 혼이 나갔던 투자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정신을 차려보니 CER가격은 어느 덧 8유로까지 폭락해있었다. 삼분의 일 토막이 나버린 것이다.

그 뒤로 가격이 조금씩 회복되더니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고 나서는 13~14유로대까지 회복되었다. 이제는 괜찮아지겠지 안심하려는 찰라 EU재정위기가 찾아왔고 이어 2011년 5월경부터 추세전환이 일어난다.
탄소배출권가격은 상상을 뛰어 넘는 무서운 속도로 하락을 거듭하더니 2011년 1월 16일, 심지어 3.28유로까지 하락하고 말았다. 23.38유로시절과 비교하면 20유로 이상 하락한 것이다.
2011년 한해에만 무려 70%에 가까운 하락율을 기록한 탄소배출권은 가히 당년도 최악의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업체들은 14유로 가격대에서 선도거래를 체결해 놓은 경우도 있다고 하니 톤당 손실액이 10유로가 넘는 셈이다. 거래량이 1000만톤 이상인 경우도 적지 않은 가운데 이로 인해 탄소배출권 시장은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배출권전문업체로 명성이 자자하던 CAMCO사나 Emission Trading PLC같은 전문업체들도 큰 타격을 받아 사상최저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니 다른 업체들의 사정이 어떠할지도 가히 짐작이 간다.
상황이 이러하니 손실을 본 기업의 임원들은 애꿎은 담당자들을 들볶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해서든지 상황을 해결해 보라는 것이다.
자신이 없으면 짐을 싸서 나가라고 하니 울며 탄소시장을 떠나는 전문가들의 엑소더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차마 떠날 용기가 없는 이들은 탄소배출권 매도업체들을 만나 계약을 취소해달라고 사정을 하거나 이마저도 안 되면 계약내용 변경을 위한 재협상이라도 해보자고 부탁해보지만 녹녹할 리가 없다.
이마저도 안 되면 최후의 수단으로 CDM사업 호스트국가의 CDM승인기구에 청탁하여 온실가스 저감사업의 등록자체를 방해하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하니 물불을 가리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들의 절박한 상황이 가히 짐작이 가는 바이다.

글로벌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출권거래나 운용경험이 부족한 국내업체들의 피해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에 팔아보려고 배출권을 움켜만 쥐고 있던 기업들, 배출권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거액을 투자한 기업들은 지금 엄청난 당혹감에 빠져있다.
가격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이들의 손실 또한 만회할 방법이 없다. 밤잠을 못 이루고 치솟는 울화에 죽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 몇 번씩이나 드는 것이다.
상황이 너무 악화되자 어쩔 수 없이 EU차원에서 탄소배출권시장을 회복시키기 위한 정책적 개입에 나섰다.
시장에 유통되는 탄소배출권의 수량을 제한함으로써 배출권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겠다는 것이지만 과거 노무현정부에서 인위적인 시장개입에 대한 부작용을 경험했던 우리로서는 솥뚜껑을 보고도 놀랄 수밖에 없다.

본 정책이 성공하게 된다면 배출권가격은 조만간에 현재보다 2배까지 상승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음호에서는 향후 배출권가격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근거를 가지고 분석해본 후 이를 바탕으로 배출권운용전략을 어떻게 세워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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