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
후유증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2.03.1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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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덕환 기자
고리 1호기 사고에 이어 보령화력발전소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올 겨울을 무사히 넘긴 후유증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력기관들은 겨울내 정전이 발생할까 노심초사하며 발전소를 풀가동시켰다. 사람도 쉬지 않고 일하면 병이 나듯이 기계도 오랫동안 작동하면 고장이 나기 마련이다. 그 여파가 지금 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노후발전설비일수록 꼼꼼히 점검을 해야 하지만 정기점검을 시작하는 봄과 가을은 짧기만 하다. 하지만 겨울내 가동을 멈춘 적이 없기 때문에 여름이 되기 전 전 발전소가 정비를 받아야 한다.
전력거래소가 발전소의 계획예방정비기간을 두고 골머리를 썩고 있을 것이고 발전소도 혹시 문제가 터지지 않을지 속을 끓이고 있을 것이다. 여론과 정치권의 눈을 피해 피크기를 잘 넘겼지만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후쿠시마 1주년과 핵안보정상회의, 총선과 대선 등 민감한 사안들이 엮여있는 상황에서 사고에 대한 은폐의 유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리원전의 경우 후쿠시마 때와 같이 비상디젤발전기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압박감이 컷으며 이를 숨기려다 술자리에서 지역시의원에게 들통나고 마는 촌극이 연출된다.
문제는 사후처리다. 기준과 규정이 필요했다. 단기간의 문제를 처리할 것이 아니라 좀더 앞을 내다봐야 했다. 현재의 문제에 바짝 긴장해 보이는 상처를 치료하고 후유증은 생각지 못했다.
고리원전사고 당시 책임자였던 현 위기관리실장을 보직해임한 것은 급급한 처사다. 사건의 진위를 모두 밝히고 대책을 마련한 후에 문책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더 길게보면 고리원전을 계속 운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폐로기술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수명을 다한 원전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사후처리를 할 수 있는 과정은 고려하지 않은채, 현재 발생한 여론의 움직임만을 의식해 보전(保全)을 생각할 뿐이다. 물론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 권력의 산하인 정부의 속성이지만 사고가 나도 줏대를 지켜야 할 때가 있다. 사회도 여론몰이보단  함께 고민하고 지켜보는 태도를 보여야한다. 이미 발생한 문제는 어쩔 수 없지만 기준과 규정에 따라 움직일 수 없는 조직은 사고가 일상이 될 것이다.
후유증이 상처보다 무서운 이유는 몸에 남아 일생을 괴롭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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