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마이크로플라스틱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마이크로플라스틱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2.02.13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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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플라스틱은 어디에나 산재해 있고 플라스틱은 영원하다. 우리의 하루 일과 중 플라스틱을 접촉하지 않는 순간이 거의 없다. 아침에 플라스틱 백에 넣어 놓은 식재료를 꺼내어 플라스틱 도마를 사용하여 요리를 하고 다 먹은 후에는 다시 플라스틱 용기나 랩에 싸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석유에서 나온 화학 섬유의 옷을 입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방 속에 플라스틱 바인더나 공책, 휴대폰 등을 들고 다닌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사무를 보다가 플라스틱 물병의 물을 마시고 스티로폴 용기에 담긴 컵 라면을 먹고 일을 마친 다음에는 마켓에 가서 플라스틱 백에 장거리를 담고 플라스틱 포장이 되어 있는 상품들을 사서 플라스틱이 내장된 자동차에 싣고 집에 온다. 심지어 잠자리를 폭신하게 해주는 이불솜까지도 합성 화학 섬유로 만든 것이다.

어디에나 산재한 플라스틱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빨래할 때마다 1900개의 작은 플라스틱 보풀들이 하수구로 나간다는 연구 논문이 나왔다. ‘환경과학및기술’이라는 학술지에 게제된 논문의 공동 저자 산타 바바라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생태학자 마크 브라운은 “마이크로플라스틱 1900개라고 하면 얼마 되는 것 같지 않지만 한개의 옷에서 빨래할 때마다 생산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라고 BBC 방송 뉴스에서 말했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이라 함은 보통 크기가 1mm이하를 말한다. 그의 논문에 의하면 이렇게 작은 플라스틱은 그 어느 것보다도 큰 환경적 위협이 될 것을 경고한다.

그의 연구팀들은 영국·인도·싱가포르를 포함한 세계의 18곳의 바닷가에 가서 샘플을 채취했다. 브라운 박사는 “우리는 어느 한 곳에서도 마이크로플라스틱이 발견되지 않은 바다를 찾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마이크로 플라스틱은 주로 폴리에스터, 아크릴릭과 폴리아마이드(나일론) 같은 화학섬유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대도시 주변에 있는 바닷가에서 더 많은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축적되어 있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바닷가의 마이크로플라스틱의 출처가 도시의 하수구일 것이라는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웨일 도시의 시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아서 하수구를 조사했는데 놀랍게도 그곳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플라스틱 양이 바닷가의 것과 정확하게 일치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지구의 바다에는 플라스틱 쓰레기장이 몇개 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미국 서부에서 일본으로 연결되는 태평양 가운데의 플라스틱 섬이다. 최근 미 국립과학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하와이섬의 약 두 배라고 한다. 이 플라스틱 섬은 해안에서 떠내려온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해류를 타고 이곳에 모인다. 북미에서 떠내려온 플라스틱은 여기까지 오는데 약 6년 걸리고 아시아의 해안에서 오는 것은 약 1년 남짓 걸린다고 한다.

1999년의 공식적인 조사(North Pacific Subtropical Gyre)로 이곳의 1km당 33만 5000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있음이 조사되었다. 여기에 모여진 플라스틱은 물에 떠 있으면서 햇빛으로 쪼개져 점점 작아져 결국 마이크로플라스틱이 된다. 2009년에는 이 지역에서 2700km에 걸쳐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장에서 100개의 샘플을 채취했다. 눈에 띄게 큰 플라스틱 조각도 있지만 대개는 잘게 부서진 것들로 물 표면보다는 물 바로 밑에서 더 잘 보인다. 플라스틱은 유기물이 생태계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바이오 디그레이드가 아니고 햇빛에 의해 포토 디그레이드로 계속 잘게 쪼개지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영원히 생태계의 이물질로 남을 뿐만 아니라 그 독성은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플라스틱이 가지고 있는 유기성 독성 물질 즉 PCB 종류, DDT, PAH종류의 물질은 해초에 흡수되고 해초를 먹은 동물의 내분비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 동물의 호르몬 분비의 교란을 일으킨다. 이 조각들은 또한 해양 플랑크톤과도 섞이게 되고 플랑크톤을 해양동물이 먹음으로 지구 생태계의 중요한 먹이 사슬 체계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좀 더 큰 크기는 바다거북이나 바다새들이 먹고 소화 장애로 인한 죽음의 원인이 된다. 플라스틱으로 인해 해양 동물의 267종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조사됐다.

해양 쓰레기의 90%가 플라스틱이다. 육지의 플라스틱 쓰레기의 약 5%가 바다로 들어간다고 추정되고 있다. 바다 플라스틱의 80%는 육지에서 떠내려 온 것이고 20%는 배에서 나온다. 3000명의 여객을 싣는 크루즈 배 한 척은 일주일동안 8톤의 쓰레기를 바다에 버린다.
이제 바다에는 플랑크톤의 숫자보다 플라스틱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한다. 해양의 중심부에 떠 있는 플라스틱 섬과 함께 우리의 세탁기가 흘려 내보내는 마이크로플라스틱 또한 바다를 죽게 할 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 뿐만 아니로 지구 전체의 생태계를 교란 시키는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이 연구는 시사하고 있다. 우리 생활 주변에 산재한 플라스틱 제품과 우리가 입고 있는 합성 섬유를 제쳐 놓고 깨끗한 물을 찾아서 플라스틱 병에 담긴 물을 사서 마시는 행위를 생각해 본다. 수돗물과 플라스틱 병 어느 것이 더 우리 인체에 유해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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