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정책, 누가 언제 결정할 것인가?
전력정책, 누가 언제 결정할 것인가?
  •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
  • 승인 2012.01.0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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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
2011년은 에너지분야의 종사자 입장에서 특별히 기억이 많이 나는 해이다. 일본의 후쿠시마사태와 우리나라의 9.15 정전 등으로 에너지분야에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우리가 지난 50년간 구축해온 전력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에너지전반으로 눈을 돌려보면 이외에도 너무나도 중요하고 복잡한 이슈들을 만날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2020년까지 BAU대비 30%의 이산화타소 저감을 국제사회에 공언하고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하여 5차 전력수급계획 등의 실행계획을 수정하였고, 스마트그리드와 같이 기구축된 전력인프라를 활용한 에너지부문의 성장동력화를 추구하여 제주에 거대한 실증단지를 구성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한 법까지도 제정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포화시점에 대한 논쟁을 통하여 핵폐기물 중간저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담 기관도 설립하고 다시 한 번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국회주도로 10년간 논의해 온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쟁을 종식할 수도 있는 한전 거래소 통합 법안이 발의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슈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치열한 논쟁과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이슈들이고 우리나라의 성장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요하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해결되기 어려우면서도 반드시 정리되어야 하는 오래된 이슈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알뜰주유소와 같은 석유산업의 적정 경쟁여부 논쟁, 전기요금을 둘러싼 요금인상 논쟁까지 감안한다면 무수한 에너지분야의 이슈가 산만하게 요동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이슈가 해결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논쟁만 있을 뿐 누구도 시원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들 논쟁은 자세히 보면 상호긴밀히 연동된 하나의 거대 이슈일 수 있고 그 만큼 해결방안이 어렵지만 동시에 포괄적인 해법이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아니면 해결방향이라도 정립이 되어야만 에너지분야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고 이러한 난제들에 대하여 정책당국과 공공부문 그리고 민간부문 그리고 전문가집단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즉 경제활동과 일반 국민의 살의 질을 유지하는데 에너지부문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누가 언제 결정해야 하는가 아니 정확히 논의하자면 결정을 하려고 하는 책임있는 집단이 있는가에 대하여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대선정국에서 원전정책과 전력산업구조개편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 기억으로는 대선과정에서 에너지이슈가 실질적인 논쟁으로 다루어지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만큼 에너지이슈가 심각하고 한편 국민적 합의하에 문제를 패키지로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의 논의과정을 보면 과연 비생산적인 논쟁으로 이 복잡하고 상호 연계된 에너지이슈들이 제대로 정리될 수 있을 지 극히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누가 언제 결정할 것인가. 지극히 단순화하여 말하자면 에너지담당 부처인 지식경제부가 올해중에 결정할 것인가 혹은 대선이후 구성될 인수위원회가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재 흐름을 볼 때 원전, 핵폐기물, 각종 지역갈등 등의 성격을 볼 때 상당히 정치적 요소가 강하므로 행정부처가 모든 이슈를 감당하기에 버거울 수 있다. 아마도 일부 정부관계자들은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기다리고자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만약 행정부처가 결정을 미룰 경우 충분한 준비없이 인수위원회로 그 공이 넘어갈 수 있다. 과연 인수위가 이 복잡하고 갈등으로 가득찬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단기간에 설정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지난 경험상 인수위는 과감한 결정은 가능하나 미세하면서 복합적인 이슈의 결정을 결정하기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불행히도 인수위가 비전문가 집단에 포획되어 버린 사례가 있었고 이번에도 되풀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결론적으로 정책적 판단과 결정을 인수위로 지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정책이슈에 대하여 대선정국과 무관하게 전문성과 중립성 등에 기반하여 충분한 고민과 토론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일은 당연히 담당부처인 지식경제부와 관련 전문가그룹이 해야하는 일이다. 지금 매우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하에서 중앙부처의의 공무원들이 정전사태 피해보상금 산정에 시달리고 알뜰주유소에 몰입하고 것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정부, 한전 등 공기업, 전문가집단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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