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퍼센트와 99 퍼센트①
월가시위대 “1%는 미국의 꿈 망친 장본인”
1 퍼센트와 99 퍼센트①
월가시위대 “1%는 미국의 꿈 망친 장본인”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1.12.09 1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이테크’ 시위로 정치사회 주요 화두 바꿔
▲ 김은영 미 워싱턴 주재기자

“시작하겠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사항을” “다음과 같은 사항을”

“부탁합니다” “부탁합니다”

“먼저 우리의” “먼저 우리의”

“평화로운 시위를” “평화로운 시위를”

“증명하기 위하여” “증명하기 위하여”

“모두 한쪽편으로” “모두 한쪽편으로”

“모이십시오” “모이십시오”

“양쪽이 아니라” “양쪽이 아니라”

“한쪽편입니다” “한쪽편입니다”

“그리고 길을 따라서” “그리고 길을 따라서”

“어깨 동무를 하고” “어깨 동무를 하고”

앉으십시오” “앉으십시요.”

“아무말도 하지말고” “아무말도 하지말고”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카티히, 카티히 총장” “카티히, 카티히 총장”

“우리의 총장 카티히가” “우리의 총장 카티히가”

“자신의 자동차까지” “자신의 자동차까지”

“걸어갈 수 있게” “걸어갈 수 있게”

학생들은 한쪽으로 소리없이 움직였고 얼마 후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대학 총장 카티히가 빌딩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녀는 자신의 운전사와 함께 조심스럽게 길 한쪽편에 앉아 있는 학생들이 소리없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길의 끝에 세워진 자신의 렉서스 SUV쪽으로 걸어갔다.

도중에 취재하러 온 기자 한 사람이 “학생들에게 한마디 하시지요”는 말에 멈추지 않고 “월요일에 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차를 타고 그 현장을 떠났다.

이 사건은 월가점령시위를 모방하여 UC 데이비스 학생들이 캠퍼스를 점령한 것을 총장이 경찰을 불러 학생들에게 페퍼가스를 뿌리게 지시한 것에 대한 시위였다.

사람들에게는 월가 점령 시위단이 어떻게 규정할지 몰라 상당히 의아해 하고 있다. 이들에게 일정한 지도자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어떤 일관되거나 구체적인 요구가 있지도 않다. 그저 젊은이들이 도시의 일정한 공공장소에 진을 치고 서로 제 각기 자신들의 주장을 포스터로 그려서 사람들에게 보인다.

질서를 잘 지킬 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의 시설물이나 정원의 꽃들도 다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가끔 모여서 위와 같이 한 사람의 말을 복창하는 ‘인간 마이크’로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이들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당히 조직적이다. 화장실 사용과 쓰레기 버리는 것 그리고 외부 기부금 받는 것과 관리, 회의 진행 방법에 나름대로 규정이 있다. 이를 위한 전문 회계사와 변호사 언론인, 웹 관리자 등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누구나 자신의 이슈를 제안할 수 있고 오가나이저가 될 수 있다.

자신의 형편에 따라 점령지에 와서 텐트에서 살거나 직장에 다니면서 몇 시간씩만 시위하고 갈 수 있고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지원하거나 오거나이즈를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것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일을 진행한다. 그래서 이를 인류 역사상 가장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시위라고도 부른다.

지난 9월 16일 뉴욕 월가 앞 주가티 공원에서 시작한 월가점령 시위는 이를 모방한 시위가 미 전역의 여러 도시와 전 세계로 확산됐다. 3개월 동안 이들은 미국의 정치와 사회의 주요 화두를 바꾸어 놓았다.

‘1퍼센트’와 ‘99퍼센트’라는 말도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었다.

월가점령단은 자신들이 99%를 대표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1%의 부자들을 대표하는 월가를 탓한다.

그들은 1%의 부자가 “세상을 상대로 저지른 죄”는 국민의 혈세인 보석금을 받은 죄뿐만이 아니라, 1%는 사람들의 집을 파산시키고, 환경을 파괴했으며, 식량의 유통 시스템을 오염시키고, 집단적 협상력을 행사해 미국의 직장을 다른 나라로 옮기고, 기본임금을 삭감한 것 등이다.

1%는 “돈과 권력을 쥔 소수의 범죄 집단”이고 미국의 꿈을 망친 장본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11월 어느 날, 1%에 속한 소수의 백만장자들이 의회를 찾아가서 자신들의 세금을 올려 달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당시 열리고 있던 의회의 수퍼위원회에 다음과 같이 쓴 편지를 제출했다.

“… 현재와 같이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매일 매일 힘든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고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원님들과 미의회는 미국의 경제 정책이 실패했다는 현실을 계속 무시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수퍼위원회가 나라를 위해 바른 일을 하기를 요구합니다. 수퍼위원회가 (결정한 부자들의)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주장을 철회하고 백만불 이상 버는 납세자들에게 각종 면세 혜택후 적어도 39.8%의 세율을 적용할 것을 우리는 요구합니다. 그리고 개인용 제트 비행기는 세제 혜택에서 포함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라면서 그 밑에 “애국 백만장자들과 애국 시민들로부터”라고 적고 있다.

부자들의 세율 향상 운동은 제일 먼저 워렌 버핏의 뉴욕 타임즈에 기고문에서 시작됐다고 말 할 수 있다.

버핏은 기고문에서 2010년에 자신은 6300만 달러를 벌어서 700만 달러의 세금을 내 세율이 17.4%였는데 직원들의 세율은 평균 32.9%였다고 했다. 백만 달러 이상 버는 사람들의 세율이 더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국세청의 2010년 세율 지침서는 수입이 8500~3만4500 달러일 경우 15%, 3만4500~8만3600 달러는 25%, 8만3600~17만4400 달러는 28%의 세율을 적용한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시작해 두 부시 대통령으로 이어 온 부자 선호 공화당 정부의 유산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