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계획 이대로 좋은가?
전력수급계획 이대로 좋은가?
  •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소 센터장
  • 승인 2011.11.21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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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소 센터장
전력수급의 문제가 그 어느때 보다도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수급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어 나가야할 것인지 짚어볼 시점이다.
2000년대 이후 만성적이 수급불안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이루어진 발전소 건설과 적정 전원배합 등 역할과 순기능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계획만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서 적기에 발전소를 건설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비소요는 늘어나는데 반해 건설과정은 갈수록 어려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수급계획의 개념과 방식이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전력수급계획과 발전사의 투자 간의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는 것을 볼 때 수급계획의 기능과 용도를 재고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과 같이 다수의 참여자들로 구성된 발전시장에서 발전소 건설은 궁극적으로 사업자의 판단과 시장여건에 의해 이루어진다. 정부의 수급계획이 있다하더라도 어디까지 계획이지 건설을 강제하기 어려우며, 설사 계획대로 이행된다 하더라도 주민의사, 환경영향 등 많은 인허가 및 건설과정에서 공기를 보장하기도 용이치 않다. 발전 참여자는 시장여건의 변화와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수급의 불확실성은 커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공급에 대한 책임 또한 정부로부터 시장참여자에게 이전되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시장신호에 의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 전력공급의 키 플레이어는 정부가 아닌 시장참여자다. 만약 시장참여자의 역할과 공급자로써의 책임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급의 불안이 야기될 것이며 이는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다만, 우리와 같이 전력계통이 고립된 여건에서는 안정적 전력공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므로 정부의 제한된 범위에서의 개입이나 비상시에 대비한 보완책은 필요할 것이다.
미래의 전력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어려우며, 따라서 수요와 공급이 항상 적절하게 유지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지금과 같이 불안정한 전력시장에 의존할 경우 사업자의 선택이 특정전원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 한해 한해의 수급변동에 일히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비상시에 대비한 대응책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전원설비 공급의 견고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의 다변화와 에너지원간의 적정배합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24년까지 앞으로 14년 동안 약 3,700만 kW의 신규발전소 건설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약 전력수요가 목표수요를 넘어선다면 추가로 1000만 kW 이상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이는 매년 260만∼330만 kW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막대한 건설비가 소요되고 건설과정이 복잡한 발전소 건설이 적기에 시장에서 원활하게 공급되기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수급정보가 불투명하면 투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발전사업자는 언제든지 건설 기피나 중단을 결정할 수 있고 이러한 의사결정이 누적될 경우 전력가격 급등이나 수급비상 사태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수급계획은 무엇보다도 규제적 요소를 최소화해 왜곡되지 않은 시장신호를 전달해야 한다. 규제와 시장은 양립하기 어려워 반듯이 부작용을 유발한다. 전력가격을 인위적으로 설정하거나 설비운영을 규제한다면 수급정보의 신뢰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의 수급계획도 발전경쟁이 도입된 선진국과 유사하게 수요예측 수급분석 등과 같이 전력수급자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담아야 한다. 즉 시장참여자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믿을만한 시장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력수급계획은 수급정보와 함께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공급력 제공을 유도하기 위한 대가가 가격정보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력수급자원의 주기적인 분석을 토대로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설비건설에 따른 별도의 인센티브를 반영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공급력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작동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판매사에게 공급력 확보 의무를 주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즉, 적정 공급력을 확보하도록 입찰 등을 통해 설비를 계약방식으로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제 전기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전기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만큼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우리의 전력산업은 국민생활과 산업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해왔다. 지금처럼 전력수급계획의 여건이 달라지는 이때 수급계획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달라진 에너지환경에 맞추어 전력수급의 안정과 바람직한 수급계획의 기능을 다시 짚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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