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정 시각으로 기술과 제품을 평가하고 개선해야
전과정 시각으로 기술과 제품을 평가하고 개선해야
  • 정재우 에코네트워크 이사
  • 승인 2011.10.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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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우 에코네트워크 이사
지구온난화, 자원고갈, 환경오염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어 버린지 오래되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녹색기술, 녹색제품, 녹색소비 등의 방법으로 국가와 기업, 개인이 환경보호 활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녹색 패러다임을 적용해 그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중에서 어떤 기술과 제품이 녹색기술과 녹색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친환경적인 생산공정에서 제조한 전자제품이지만 소비자가 사용시 다른 제품보다 많은 전기를 소비한다면 또는 친환경제품으로 개발한 세제가 생산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은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한다면 어떻게 평가가 되어야 할까? 따라서 진정한 녹색기술과 녹색제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제품의 전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와 자원 그리고 배출되는 환경오염물질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이러한 제품의 환경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도구중 전세계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방법론이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 이다.

전과정평가라는 방법론이 국제표준으로 제정된 지 벌써 15년이 되었다. 선진 기업이 전과정평가를 활용해 자사의 제품을 평가하고 개선하는데 활용한 것은 이보다 훨씬 이전인 1969년부터이지만 1997년 되어서야 국제표준으로 공표되었다. 전과정평가는 표준상의 정의에 의하면 제품 시스템의 전과정에 걸쳐 투입물과 산출물을 작성하고 이들이 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종합 평가하는 기법이라고 되어 있다. 즉, 제품의 전과정인 원료획득 및 가공, 제조, 수송, 유통, 사용, 폐기까지의 전과정 동안에 소모되는 에너지 및 물질과 배출물의 양을 정량화하여 이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고, 환경개선의 방안을 모색하는 객관적이며 종합적인 환경영향 평가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전과정평가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며,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정부 주도로 많은 민간기업이 참여하여 국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과정평가 소프트웨어도 개발하여 무료로 보급하고 있어 전과정평가의 저변 확대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전과정평가의 최대 장점은 제품의 환경성을 수치적으로 정밀하게 분석하여 취약점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자사 제품에 대해 전과정평가를 수행하고 제품 개선에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많이 있다. 세계적인 전기전자 제품 생산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1996년부터 전과정평가 결과를 활용한 친환경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유한킴벌리의 경우도 환경영향이 큰 공정의 개선을 통해 에너지와 원료 사용량을 줄여 생산원가를 절감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삼성전기, 삼성LED, 포스코, LG화학, 한화,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전과정평가를 도입하여 제품을 평가하고 개선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전과정평가 방법론을 적용하는 대표적인 인증제도로는 탄소라벨링이 있다. 탄소라벨링 제도는 제품의 전과정에 걸쳐서 발생되는 지구온난화가스의 양을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산정하여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탄소라벨링 표준은 현재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Standardization Organization, ISO)에서 개발 중에 있으며, 표준 제정이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영국, 스웨덴, 일본 등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인증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0년 10월 세계 최초의 탄소라벨 의무화법인 Grenelle II 법률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2011년 7월부터 약 1년간 시범사업을 거쳐, 2012년부터 모든 제품에 대한 탄소라벨 부착이 의무화 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탄소라벨링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2011년 10월 현재 441개 제품이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받았다. 인증받은 제품은 식품류, 건축자재, 자동차, 반도체 메모리, 철도운송서비스까지 다양하다. 초기에는 대기업들이 주로 인증을 많이 받았으나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인증제품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개선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현재의 상황이 파악되지 않으면 개선할 기회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생산 현장을 다니다보면 원단위 관리를 잘하고 있는 기업도 있지만 많은 기업이 생산 데이터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원단위는 환경성 파악을 위해 관리되어야 하는 기초 데이터다. 향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관점중 하나는 환경적 요소이다. 많은 기업들이 녹색경영을 도입하고 싶어하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녹색경영은 현재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개선 목표를 정하고, 프로세스에 따라 개선 활동을 전개하고, 그 결과를 점검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일련의 순환 구조이다.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와 무거운 시스템을 수립하기 보다는 조직의 상황에 맞게 운영하여 작은 문제점부터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의 스마트한 생산, 소비자의 스마트한 소비, 정부의 스마트한 정책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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