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인가 단전인가
정전인가 단전인가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1.10.1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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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덕환 기자

지난 9월 15일은 대한민국 전력산업계에 길이 남는 날이다. 언론과 전력인들은 그날을 9.15 정전사태라고 이름짓고 길이 모시기로 했다.

헌데 혹자는 정전이 아닌 단전이란다. 발전기기가 고장나서 멈추거나, 자연재해 등 피해를 당해 멈춘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전력을 차단한 것이니 단전이란다. 그렇다. ‘9.15 비상단전사태’ 일수도 있다.

그러나 기자는 정전도 맞고 단전도 맞다고 생각한다. 우유부단한데 이유는 있다.

보통 전력수요예측을 위해서는 전력예측프로그램을 이용한다. 프로그램의 이름은 ‘로피’로 해적을 소재로 한 만화의 주인공과 이름은 닮았지만 만화주인공이 천방지축인 것과는 다르게 로피는 합리적인 상황이 아니면 견디지 못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 로피는 전력수요예측에서 ±1%의 오차까지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9월 15일에는 천방지축으로 날뛴 게 있다. 날씨다. 전력거래소는 그날 예측한 기온에서 5%까지 벗어난 무더운 날씨에 당황했다. 전력수요예측은 틀렸다. 생각해보자.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고도 기상청은 날씨를 100% 정확하게 맞추지 못한다. 여기에 전력수요는 날씨보다 더 예측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전력수요는 ‘날씨’까지 포함해서 예측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연재해’니 정전이 맞다.

그런데 9.15 비상단전사태도 맞다.

김재균 국회 지경위 위원에 따르면 9월 15일 당시 한전은 전력수요자가 스스로 전력량을 조정하는 자율절전을 실시했다. 그날 6회의 자율절전을 시행했으나 미리 약속을 한 ‘약정고객’ 814개 중 자율절전을 6회 실시한 곳은 86개소였다. 그리고 525개소(64.5%)는 약정을 단 1회도 지키지 않았다. 이중엔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도 있었다.

또 긴박한 상황에서 한전이 직접부하제어를 하는 업체들도 10곳 중 7곳(70%)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들 중에는 매년 수백만원의 지원금을 받는 대기업들도 있다. 연간 165만원의 직접부하제어 지원금을 받았던 S전자, H 반도체, L호텔, L쇼핑 등도 한전의 긴박한 통보를 외면했다. 이렇듯 일부러 사람이 단전을 하려고 했으니 ‘9.15 비상단전사태’도 맞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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