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원을 통한 전력수급 불안 해법
수요자원을 통한 전력수급 불안 해법
  •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소 센터장
  • 승인 2011.10.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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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소 센터장
9.15 정전사태와 관련한 대부분의 논의가 비상시에 대응치 못한 절차적, 기술적 결함과 전기요금과 같은 구조적인 이슈에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도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비해 어떻게 공급능력을 확보할 것인가? 그리고 이번과 같은 비상상황 발생 시 대응조치를 체계화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에 반해 전력수요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공급능력 부족 시의 대응수단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다.

전력수요는 일정기간 동안의 소비량인 에너지(kWh)와 순간적인 수요에 해당하는 부하(kW)로 나누어서 볼 필요가 있다. 산업구조, 국민소득, 요금수준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전기에너지의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구조적이고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전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전력수급불안이란 주로 후자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연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은 발전설비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여름에 폭서나 겨울에 혹한기 며칠, 그것도 몇 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전력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는데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소비패턴은 2000년대 이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전반적인 전력소비는 전기기기의 보급 확대나 신기술 확산,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냉난방, 취사, 공정에서 석유 가스수요가 전력으로 전환되는 ‘연료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기후변화에 따른 계절별, 시간별 전력수요의 변동성 확대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여름철 폭염이 불규칙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6월 말이나 9월 중에도 냉방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2010년을 보더라도 8월 6988만 kW, 9월 6884만 kW로 월간 피크가 차이가 별로 없다. 2008년에는 여름철 피크가 7월 중순에 발생하였다. 뿐만 아니라 2009년부터는 그동안 20년 넘게 지속되던 하계피크에서 동계피크로 전환되었고, 올해 피크부하도 아직까지는 1월에 발생한 7314만 kW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수년전부터 나타나고 있는 전력소비패턴의 커다란 변화다. 

이렇게 늘어나는 전력수요와 변동성의 확대를 공급자원, 즉 발전소 건설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수년째 전기요금 인상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요금인상이 된다하더라도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피크수요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여름이나 겨울철 피크를 유발하는 수요가 통상적인 전력사용에서 기인하기 보다는, 기후요인에 의해 짧은 시간에 급증하는 냉난방수요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름철 폭염 시 냉방수요의 비중은 총부하의 20%에 이르고 있다. 결국 전력수급안정은 냉난방수요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 한해에 며칠이나 몇 시간 동안 발생할 지도 모르는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서 많은 발전설비를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가능하지도 않다. 수요자원 확보는 전반적인 요금구조 재편이나 요금인상에 관계없이 ‘수요관리형 요금’과 ‘상시 수요반응프로그램’의 도입을 통해 저비용으로 비교적 용이하게 수급불안에 대응할 수 있는 해법이다.

먼저 수요관리형 요금의 도입이 필요하다. 흔히 CPP(Critical Peak Price)로 불리는 피크요금제는 참여자에게 평상시에는 낮은 요금을 적용하는 대신 피크시 높은 요금(예 : 5배)을 부과함으로서 피크수요의 급증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상시 수요관리프로그램의 도입이 시급하다. 미국 등에서 시행중인 DR(Demand Response)형 프로그램은 수요자원을 공급자원과 동등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어 보장성이 높다. 특히 금번과 같은 공급력 부족 시에는 단시간에 조달이 가능한 fast-DR형 수요자원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이번 정전 시에도 직접부하제어와 비상절전으로 약 190만 kW를 시행했다고 하나 실제 감축량은 크지 않았다. 만약 비상 수요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었다면 결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기존의 제도는 약정만 되어 있을 뿐 시행실적이 거의 없으며, 설사 시행을 한다 하더라도 수용가의 자발적 감축에 의존하므로 자원의 규모와 보장성(firmness)를 객관화하기 어렵다. 비상수요자원 프로그램의 전제조건은 무엇보다도 1시간에서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제어가 가능한 자원으로 계약조건과 절차에 의해 자동으로 차단되거나 또는 통보 후 차단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신, 제어, 모니터링이 실시간으로 가능한 기술적 인프라의 구축과 아울러 수요자원의 특성과 가치에 상응하는 차별화된 인센티브가 제공되어야 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전력수급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수요자원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력과 투자는 물론,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롭게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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