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사상 초유 정전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상황 변화 따른 수요예측시스템 ‘절실’
긴급진단/사상 초유 정전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상황 변화 따른 수요예측시스템 ‘절실’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1.09.19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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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변화하는 기후예보 반드시 반영해야
수급 차질 시 발전가능 발전소 즉각 투입 필요

▲ 지난 15일 전국 162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전문자들은 이번 정전사태가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 실패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은 발전소 정비를 하고 있는 모습>
갑작스러운 대규모 정전으로 인해 정부의 전력수요예측시스템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15일 대규모 정전사태가 이상기온으로 인한 늦더위보다 전력수요관리 실패라는 인재(人災)의 성격이 더 크다는 전문가들의 분석 때문이다.
지경부는 지난 8일 ‘올 여름 전력난이 없었던 이유’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경부는 공급안정성 확보를 위해 발전소 책임운영제와, 고장 복구 패트롤제 등을 도입해 설비 고장으로 인한 공급차질을 최소화했다. 또 수요분산책도 적극 시행해 에너지다소비 기업 약 3600개를 중심으로 전력피크를 대비해 전력사용을 분산하는 한편 냉방온도제한 실태점검 등을 강화했다. 특히 지난 해 겨울철 전력피크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을 감안해 겨울에도 전력 공급력을 추가확충하고 직원 설비책임제를 시행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만전을 기한 전력수요 대비책을 자랑한 지경부의 이같은 자료배포는 이번 대규모 정전사태로 인해 결국 일주일 만에 자신들을 자화자찬하는 촌극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자연재해나 설비결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날씨를 감안한 전력수요예측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정전시 사전예고도 하지 않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또한 빠른 대응에도 실패해 정전사태를 너무 오래 방치해 총체적인 전력관리 실패를 보여줬다.
이에 따라 이번 대규모 정전사태를 기해 정부가 기존의 전력수요예측 방안을 개선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먼저 업계 전문가들은 일기예보의 변화를 전력수급조절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정전이 있었던 지난 15일 32∼33도까지 오르는 고온의 날씨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지난 1월 17일처럼 여름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전력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실제 예가 있기 때문에 이상기온을 예측하지 못한 전력거래소의 변명은 결국 수요예측 실패일 뿐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15일에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가 있을 것이라는 기상예측이 분명 존재함에도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점은 태만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향후 정확한 기상정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시각각 달라지는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맞는 유연한 전력수요예측과 발전정비계획 등을 시행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시민들에게 사전예고도 없이 매뉴얼대로 시행하지 않은 순환정전 조치도 과잉대응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예비전력이 100만Kw이하로 떨어졌을 경우에만 시행하는 순환정전을 임의대로 조치한 것에 대해 “지난 2001년 미 캘리포니아 전력대란과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100만Kw의 이하로 전력예비량이 떨어지기 전에 긴급히 순환정전해 더 큰 대규모 정전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이 같은 해명을 살펴보면 100만Kw에서 순환정전을 실시해야한다는 기존 매뉴얼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허점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계획적인 순환정전임에도 시민들에게 방송이나 통신수단을 통해 예보를 전혀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변명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또한 전력거래소가 지침으로 삼는 전력시장운영규칙에는 갑작스런 예측수요 변화에 대한 대응 조치가 충분하지만 이것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전력시장 운영규칙 제5.2.1조는 실시간 수요계획에 대한 것으로 전력거래소가 매 5분마다 향후 1시간에 대한 수요예측을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강창일 의원에 따르면 전력거래소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의 전력수급실적에는 가장 피크시였던 14일(5878.4만Kw)에 전력공급능력이 7013만Kw로 전력수급이 그보다 낮았던 추석(4804만Kw)보다 약 200만Kw 낮아 이같은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전사태후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있다.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장시간 전국 162만여 가구가 정전사태를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긴급전력을 공급받지 못한 것이 그 이유다.
특히 발전소와 송변시설들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즉각적인 발전소 가동을 시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당시 멈춰있던 발전소 23개 중 가동이 가능한 발전소가 하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가장 빨리 가동할 수 있는 발전소의 경우도 8시간이 소요될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력시장운영규칙 중 운영발전계획의 변경 및 통지사항인 제 5.1.3조에는 중앙급전발전기의 고장이나 공급가능용량의 변경과 같은  문제에 대비해 실시간 급전운영 절차가 규정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예비력 부족에 대비해 정지중인 대기, 대체예비력을 가진 발전소는 연료비 우선순위법에 따라 기동하고 또는 대기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정지중인 대기 또는 대체예비력으로 지정된 발전기에 대해 급전지시에 따라 최단 시간내에 기동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거래소는 가장 긴급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수발전(약 392만kW)의 경우도 발전용수량이 오후 1시부터 급격히 고갈돼 용수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더위로 인해 용수를 모두 써버려 양수발전이 정지됐고 그 시점인 오후 3시부터 예비력이 148.9만kW까지 떨어져 비상조치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라 최단시간내에 기동할 수 있도록 발전소를 준비해야했음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심야전기를 이용해 발전용수를 끌어올리는 양수발전의 특성상 발전용수량을 충분히  확보해 놓지 않은 것은 전날 수요예측을 잘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전력기관들이 기존 메뉴얼대로 발전소 23개 중 긴급 가동이 가능한 발전소를 확보해놓았다면 시민이 엘리베이터에 오랜시간 갇혀있는 불편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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