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분할 불확실 감안 반대입장 강력 주장
배전분할 불확실 감안 반대입장 강력 주장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3.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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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배전분할 반대 배경과 논리

차등요금제 거론 반대논리 마련·정부 압박 양동작전
“배전분할 양방향입찰시장 전제조건 아니다” 강조


한전이 배전분할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산자부의 정책과 상반된 주장을 한 것은 기본적으로 배전분할에 대한 새정부의 정책이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배전분할과 관련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결정이라는 모양을 갖춰 일단 배전분할은 하되 배전 민영화는 검토과정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배전분할을 전제하기는 했으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봤을 때 배전분할과 관련 어떤 것도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새정부는 발전회사의 민영화와 관련해서도 민영화라는 大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으나 매각이 추진중인 남동발전을 제외하고는 민영화 방법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발전회사 민영화에 대한 새정부의 방침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배전분할은 더욱 안개속을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새정부는 배전분할과 관련 발전회사 민영화와는 다른 분위기를 여러차례 풍겨왔다.
노무현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 국내 거주 외국기업인과의 자리에서 “배전부문은 국민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만큼 민영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정부가 배전분할은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말한 것도 전력산업구조개편과 관련 일단 새정부의 대체적인 방향만을 잡았을 뿐이지 향후 세부적인 검토과정에서 이같은 방향이 선회할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전이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배전분할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힌 것도 이같은 전후상황을 계산한 전략적인 행동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실 한전은 기본적으로 배전분할에 반대입장이었으나 그동안 전력산업구조개편의 당위성에 밀려 자신의 속내를 말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올 4월 도입 예정인 배전사업부제 역시 배전분할 실시를 좀더 연기해보자는 한전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물론 한전이 무작정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상황을 고려해 배전분할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나름대로의 논리도 마련해 놓고 있다.
한전이 배전분할 반대 논리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배전분할이나 민영화 자체가 아직 우리 현실에서는 어렵다는 것과 배전분할이 양방향입찰시장의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배전분할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배전분할과 향후 민영화 그리고 지역차등요금제를 받아들일 만큼 우리 현실이 성숙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전은 배전분할의 성패요인이 배전회사의 수익성을 어떻게 보장해 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고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지역요금차등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요금을 다르게 적용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를 발생할 소지가 큰 만큼 시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전은 산자부가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일정기간동안 배전회사를 보조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으나 이는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렇듯 현실적으로 지역차등요금제를 실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단순한 배전분할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한전의 배전분할 반대의 핵심논리이다.
이러한 한전의 주장은 이미 지역요금차등제를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점을 들어 배전분할을 반대하는 동시에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인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다.
한전이 배전분할 반대 논리로 내세우는 또 다른 근거는 배전분할을 해야지만 양방향입찰시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착각이라는 것이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마치 배전분할이 돼야만 양방향입찰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는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며 “배전분할을 하지 않더라도 양방향입찰시장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외국사례가 있고 이것이 우리현실에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연구도 끝난 상태이다”고 말했다.
한전은 이 두 가지의 논리를 바탕으로 배전분할 불가에 대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한전의 주장대로 배전분할을 하지 않고도 양방향입찰과 전력산업구조개편 취지를 살릴 수 있냐는 점이다.
물론 이 점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단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배전분할을 전력산업구조개편과 연계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어느정도 가능하다.
핵심은 발전회사 민영화가 배전분할과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배전분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발전회사 민영화에 참여하는 회사들이 향후 시장전망을 어둡게 볼 수밖에 없고 또 Vest Contract도 불가능하게 된다.
현재 남동발전 매각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배전분할에 대한 정부방침이 확실하지 않은 점도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배전분할을 포함한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정부정책이 과연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시점에서는 새정부의 정책이 어떤 식으로 결정될 지 지켜 볼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새정부가 전력산업구조개편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와 관련 배전분할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변국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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