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난 '진짜' 이유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난 '진짜' 이유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1.07.31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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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덕환 기자
휴대폰이 연이어 울렸다. 부모님의 전화였다. 지난달 27일 강남 일대 지하철이 침수됐다는 뉴스에 내 안부를 걱정해 전화를 하신 것이다. 통화를 마친 후 스마트폰 검색을 해보니 서울에서는 우면산과 강남 일대 지하철역이 주로 침수됐고, 우면산에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출근길 도중에 우면산 일대와 평소 자주 이용하던 지하철역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크게 놀랐다. 방송에서 크게 보도되는 이같은 일이 내 몸 가까운 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최근 정부가 전력부족이 예상된다며 국민들에게 대대적인 전기절약을 촉구했다. 정부는 전기 요금인상을 통해 전력수요 조절기능이 발휘되길 기대하고 있다. 석유가격도 이번 주에 사상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다른 에너지원을 살펴봐도 에너지 수급을 조절하는 핵심기능에 가격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 이유는 좀더 근원적인 부분에 있다. 수년간 한반도에 극심한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아열대 지역처럼 우기가 이어지는 요즘과 같은 날씨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반포 한강홍수통제소에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 기준으로 재해를 막지 못하기 때문에 서울 등도 재해 안전대책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 대변인도 여름내 수시로 집중호우가 발생해 더 이상 장마 기간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통계상에서도 90년대 이후 하루 강수량이 150mm를 넘는 집중호우 발생 빈도가 90년대 이전보다 60%나 많아지는 등 아열대성 기후 특성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강수량 증가가 세계적인 온난화로 대기와 해수온도가 상승하면서 대기중에 수증기가 많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수없이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과 인간의 무분별한 산림개발이 기후변화를 가속시키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이 말들을 이제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잊으면 이젠 출근길 때마다 보아온 낯익은 풍경들을 볼 수도 없게 된다. 무너져 버린 우면산 산사태 현장처럼 말이다. 우리가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 근원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게 우면산 산사태의 진짜 원인이기도 하다.

강우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재산이 손실됐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분들에게는 위로를, 인명구조와 국가기간시설 복구에 힘쓰고 계신 분들께는 고맙다는 말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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