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공장 상추 생산비는 보통상추의 14배
식물공장 상추 생산비는 보통상추의 14배
  • 임송택 토람 대표이사
  • 승인 2011.07.3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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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송택 토람 대표이사
농업은 특성상 기후 및 자연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최근 들어 계절, 풍수해 등으로 인해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환경 조건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면서 인공광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식물공장(plant factory)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009년 남극 세종기지로 자체 제작한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보낸데 이어, 2010년 3월 빌딩형, 수직형 식물공장 연구동을 개관하고 본격적인 식물공장 연구에 착수했다. 지식경제부는 2010년 7월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사업에 ‘IT-LED 기반 식물공장을 위한 핵심부품 및 핵심기술 개발’ 과제를 선정하고 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라북도, 경기도, 경상북도, 광주시, 남양주시 등이 식물공장 사업에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성테크, 파루스, 카스트 등 식물공장을 수익모델로 하는 전문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후변화, 식량안보, 새로운 미래 산업 측면에서 식물공장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식물공장은 1950년대 일조시간이 적은 북유럽에서 인공광원으로 빛을 보충하여 식물을 재배하면서 시작되었다. 수경재배방식과 시설원예가 결합하면서 농작물 재배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공장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식물공장은 온도, CO2 농도 등 재배환경을 최적화하고 인공광원을 이용한 24시간 광합성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단위면적당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다. 극지방, 도시 또는 사막과 같은 극한 조건에서도 식물 재배가 가능하다.

반면 식물공장은 막대한 설비투자비와 높은 생산비로 인해 경제성이 낮다고 평가되고 있다. 인공광원 유지에 따른 에너지 소비가 크다.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곡물류 대신 엽채류 중심으로 재배대상 작물이 치중되어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식물공장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식물공장의 시장경쟁력은 확보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이에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식물공장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상추 1kg의 생산비가 1만4428원으로 시설상추(1060원/kg) 대비 약 1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보다 식물공장 운영이 활성화된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식물공장 시설은 일반 하우스시설의 17배 정도의 운영경비가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국내 식물공장의 에너지 투입량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시설채소와 비교 시 무려 60배 가량 많다. 식물공장에서 상추 1kg을 생산하기 위해 경유 8.7리터에 해당하는 에너지(309MJ/kg)가 투입되고, 상추 중량의 약 15배에 달하는 14.6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이다. LED 인공광원의 효율성이 지금보다 3배 이상 높아져 광전환효율이 이론적 한계치에 도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상추 1kg 생산에 따른 이산화탄소배출량은 농산물 중량의 약 5배인 5kg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식물공장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이유는 인공광으로 광합성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주로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에너지로 인공광원을 밝히고 온,습도를 제어하는 식물공장은 낮과 밤, 계절,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재배환경을 인위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태생적 한계를 내포하게 된다.

식물공장의 경제성이 낮은 이유는 조명설비의 설치와 운영으로 인한 높은 감가상각비와 광열비 때문이다. 환경성이 낮은 이유 또한 인공광원과 인위적 환경제어에 소요되는 높은 에너지 투입에 기인한다. 지금까지 농약, 비료 및 농기계(연료)와 같이 직접 또는 변형된 형태의 에너지 투입이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해왔지만, 태양에너지를 인공에너지로 대체하는 식물공장의 경우는 투입 에너지 대비 생산성 향상 효과가 낮다. 즉, 태양광 광합성을 인공광 광합성으로 전환하는데 따른 높은 에너지비용이 식물공장의 낮은 경제성과 환경성의 원인인 것이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식물공장은 경제성과 환경성이라는 두 가지 큰 축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받고 있으며, 생산규모가 커지고, 기술진보가 이루어져도 현재 식물공장이 안고 있는 낮은 경제성과 부정적 환경영향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식물공장이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한국농업의 지속가능한 대안이 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식물공장에 대해 좀 더 신중하고 비판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잦은 기상재해와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안보 차원에서 그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식물공장이 오히려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에너지집약형 시설이라는 점은 이율배반적이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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