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무엇이 문제인가
값싼요금으로 가격왜곡 등 심각한 문제 초래
전기요금 무엇이 문제인가
값싼요금으로 가격왜곡 등 심각한 문제 초래
  • 변국영 기자
  • 승인 2011.07.31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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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수록 손해보는 구조 한전 3년 연속 영업적자 기록
석유류 소비가 전기로 대체되는 왜곡 현상 갈수록 심화


현행 전기요금의 가장 큰 문제는 요금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인상이 이뤄지기 전기요금 원가회수율 86.1%였다. 다시 말해 물건을 만드는 데 100원의 비용이 들어갔는데 86원만 받고 파는 격이다. 시장 논리로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전기가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요금 수준은 지금에 와서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원가 수준은 용도별로 다르다. 원가회수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주택 94.2%, 일반 96.3%, 교육 84.6%, 산업 89.4%, 농사36.7 %, 가로등 78.1%로 나타났다.

원가에도 못미치는 전기요금은 그동안 현실화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으나 그동안 물가영향 등 정책적 고려에 의해 소폭 인상에 그쳤다. 예를 들어 지난 2001∼2010년간 소비자물가는 37% 올랐으나 전기요금 16% 인상에 머물렀다.

이렇다 보니 국내 전기요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도 저렴하며 더욱이 OECD국가들에 비해서는 절반 이하 수준이다. 국내 전력소비는 전체 에너지 및 경제 성장률보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데 요금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값싼 전기요금은 가격 왜곡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원가 이하 낮은 요금은 에너지원간 사용을 왜곡시키고 있다. 2차 에너지인 전력이 석유가격보다 낮은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1차 에너지를 전환해 전력 생산할 경우 60%의 손실 60%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대부분 국가는 석유대비 전기요금이 비싸다.

이렇다보니 석유류 소비가 전기로 대체되는 왜곡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산업연료가 됐든 가정용이 됐든 모두가 전기를 사용하다보니 매년 최대전력 기록이 새롭게 작성되고 있고 나아가 여름철뿐만 아니라 겨울철의 전력수급도 걱정해야 하는 단계까지 오게 됐다.
등유는 가격이 자유화돼 소비가 감소한 반면 전기는 소폭 인상됨으로써 소비가 대폭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 왜곡의 현상은 사회 전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산업분야에서는 주물공장의 동력인 석탄이나 경유가 전기로 대체되고 있고 컨테이너 크레인 동력인 경유도 전기로 바뀌고 있다. 농가에서는 면세유로 하우스 난방이나 농산물 건조를 했었으나 이제는 전기보일러가 이 자리를 차지했다. 학교에서는 가스난방(GHP, 중앙난방)이 시스템에어컨(EHP)에 밀리고 있다.

특히 낮은 전기요금은 에너지절약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실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달 19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최대 전력수요는 7139만3000kW를 기록하는 등 역대 여름철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전날인 18일에도 최대 전력수요가 지난해 이맘때보다 8% 증가한 7095만kW를 나타내 전력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나라 연간 전기사용 증가율이 일본보다 높다는 점만 봐도 우리의 전기 절약은 상당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절약 정책만 가지고는 에너지를 절약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시스템, 즉 가격으로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 맞고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낮은 전기요금이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한전의 적자는 향후 전력부문에 들어갈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한전은 3년 연속 영업적자로 인해 차입금이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이은 적자로 인해 야심차게 계획했던 해외사업에도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성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에너지기구가 발표한 ‘에너지원단위’ 수치를 보면 한국은 일본보다 에너지 효율이 3배 이상 떨어진다”며 “이는 한국의 산업이 싼 전기료를 바탕으로 에너지 소모적인 구조로 재편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요금 현실화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반을 마련하는데도 핵심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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