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 문제 수요관리로 풀자
전력수급 문제 수요관리로 풀자
  •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
  • 승인 2011.07.25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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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
전력수급 비상, 전력수요 급증. 매년 여름철이면 되풀이되는 말들이다. 올 여름도 장마가 끝나자마자 벌써 지난해 하계 피크를 넘어서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에 최대전력수요가 7314만kW를 기록해 연말에 공표한 수급계획에서의 예측치를 훌쩍 넘어섰다.

폭염이 시작되면 또 다시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이고 올 겨울에도 작년과 같은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근래 들어 우리의 전력수급계획은 중장기는 고사하고 단기적인 예측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전력수요 속성상 기후적 요인의 변동성이 커서 예측이 어렵다 하더라도 반복되는 현상을 하늘 탓만 할 것인가? 전력수요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

전기요금, 기후변화, 경기변동 등이 전력수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부에서는 오래 전 부터 전력수급계획 수립을 통해 전력공급의 안정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 석탄, 가스 등 대규모 화력발전을 물론이고 신재생에너지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경제적이고 단기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수요관리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높지 않다. 스마트그리드가 전력기술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지만 그 핵심요소인 에너지절약과 기술기반의 최적관리를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오래전부터 수요관리를 해오고 있지만 투입되는 예산도 관리, 시행 평가방법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수요관리나 에너지절약은 전력에서 찬밥이며 뒷전으로 밀려나있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전력산업의 참여자들이 매년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 발전소 건설과 전력망 확충을 통한 대규모 투자에 더 관심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풍요로운 공급 탓인지는 몰라도 우리의 전력 소비량은 이미 선진국 수준을 능가하고 있다. 지금은 사실 공급 부족보다도 ‘전력 과소비’의 문제를 걱정할 때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 상업부문의 과도한 냉난방 행태, 불합리한 가격구조와 농업용 수요 등은 전력수요 증가의 주된 요인이다.

정부는 매년 여름철만 되면 전력수급비상대책반을 만들고 이런저런 부하관리 프로그램과 단기적인 공급 확대를 위한 수단들을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때문인지 전력난이 있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대규모 정전과 같은 심각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위태롭기 짝이 없다. 수요관리가 시행되고 있지만 필요한 때 의도한 만큼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낮은 전기요금만 탓만 할뿐 수요관리용 요금이나 제도개발에는 소극적이다.
1년 중 100시간에서 200시간 정도만 수요를 낮추어도 수급안정은 물론이고 전력공급 비용도 상당히 낮아질 것이다. 현재의 전력가격 수준에서도 피크 삭감을 통해 시간당 20∼30억원의 공급비용을 줄일 수 있다.

만약 피크시의 수요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비싼 한계발전기의 투입이 많아져서 발전부문의 수익을 늘려주는 효과로 이어지게 된다.
수요관리는 중장기적으로 발전소 건설을 줄이고 단기적으로는 전력가격 급등과 비상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에너지 문제를 시장에만 맡겨서 해결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가격뿐만 아니라 기기의 효율기준이나 규제를 통해 적정소비를 유도한다면 전력소비 절감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요관리는 우선 소비자 선택을 통해 소비패턴의 변동이 가능하다는 점과 기존의 고효율기술이나 제어기술을 이용할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전력부문의 수요관리는 기술기준과 표준절차가 이미 확립돼 있어 우리 여건에 맞는 프로그램 설계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사회적 편익과 소비자 이익을 동시에 달성 할 수 있다.
지금은 IT 기술과 디지털 계량시스템의 보급으로 인해 실시간 시행과 시행성과의 예측 및 검증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DR(Demand Response)형 프로그램을 도입해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수요관리사업자 등을 포함한 새로운 시행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아울러 수요자원의 체계적인 분석과 신규 프로그램 개발과 설계, 시행 후 성과평가 등을 객관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능도 마련돼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에너지의 여건과 현실은 매우 심각한다. 구호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당장 시행 가능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절약에 호소하는 것은 일시적 효과는 있을지 진정 소비자의 선택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성과를 보기 어렵다. 이제 에너지절약과 전력수요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기반시스템 구축과 새로운 수요자원과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전력수급계획의 실효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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