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채 상한선과 CO₂배출 상한선
미국 부채 상한선과 CO₂배출 상한선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1.07.25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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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문제는 생태계 사할 직결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현재 미국에서는 TV의 어느 채널이나 신문의 헤드라인은 한가지이다. 앞으로 일주일 남짓 남은 8월2일 ‘국가 디폴트(default)일’을 어떻게 처리하는냐 이다.
미 헌법에 의하면 정부 부채가 일정한 규모를 넘어서면 의회가 상한선을 높일 수 있다. 만약 상한선을 높이지 않으면 국가는 부채를 더 이상 늘릴 수 없게 된다. 즉 현재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연방정부가 지불해야 할 많은 부분에서 지출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부채 상한선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서 몇가지 안이 나와 있다. 오바마 안, 갱 6명의 안, 공화당 티파티 안 등 3가지 안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화요일 티파티 의원들은 자신들의 법안 ‘삭감-제한- 균형(cut-cap-balance)’이라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고 만면에 희색이 완연하다. 이 법안은 복지연금, 건강보험, 공무원 연금을 포함한 정부의 각 부처의 예산을 큰 폭으로 삭감(cut)하고, 부채 상한선을 현재의 수준으로 제한(cap)하며, 헌법 수정을 통해 매년 부채를 갚아 나가며 균형을 잡는(balance) 안이다.

오바마 안은 정부 각 부처의 지출을 어느 정도 삭감하고 세제 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 연 25만 달러 미만 수입자는 현 상태로 유지하고 그 이상의 부자 납세자에게만 세금을 인상하고, 정부 세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 안은 특히 석유와 석탄산업에게 가는 향후 10년간 200억 달러의 지원금을,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돌리도록 하고 있다.

3명의 공화당 의원과 3명의 민주당 의원이 참여해 ‘6명의 갱’ 안이라고 불리우는 이 법안은 오바마의 안과 비슷하다, 하지만 세제의 재조정으로 정부의 세수입을 늘리지 않도록 한 것이 차이점이다.
미 언론은 공화당 티파티 안에 대해서 ‘극장 정치 (political theatre)’라고 평가한다. 실효성이 없는 줄 알면서 자신들이 입장을 천명하기 위해서 ‘정치쇼’를 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이 법안은, 상원을 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통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 안이 통과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여간 부채상한선에 대한 공방은 앞으로 한동안 미 언론을 뜨거운 날씨보다도 더 뜨겁게 달구는 토론 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클라이미트 프로그레스 블로그의 저자 조셉 롬은“만약 현재 국가 부채 상한선 토론이 ‘CO2 배출 상한선’ 토론이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공화당의 티파티 의원들을 ‘녹색 티파티’로 가정한다면 이들은 급격하고도 과격한 목표인 이산화탄소 배출 상한선 350ppm을 조금의 타협의 여지도 없이 끈질기게 요구할 것이다. 현재 세계의 대기 중 탄소 축척 양은 390ppm이고 해마다 2ppm씩 증가하고 있다.

그들은 350ppm보다 낮으면 앞으로 오는 모든 세대들을 위험에 놓이게 할 뿐만 아니라 현세대에서도 수십억 인구들이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된다며 끈질기게 설득하려 할 것이다.
또 미국민은 계속 반복해서 온난화가스 배출 상한선을 고수하지 않으면 정부가 파산될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해수면의 증가와 홍수로 인한 범람을 막기 위한 방벽을 정부 외에 누가 건설할 것이며 해마다 규모가 커질 대형 재해에 누가 대응하겠는가는 주제에 대하여 열띤 토론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정부는 국민들에게 해수면의 상승으로 잠기게 될 지역에는 신 건축을 제한해야 하고 홍수 범람지역이나 사막화 지역에는 재건축을 규제해야 한다고 하면서 국민 전체의 삶에 위협이 되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또한 자원을 보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도덕이라고 각종 언론 매체에 나와서 열렬히 얘기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은 의원들과 매일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를 계속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은 또한 정기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그가 대선 캠페인에서 발휘했던 수사학적인 기술을 발휘하여 어려운 기후변화에 관련된 기후 과학을 쉽게 설명하게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데 놀랍게도 상상 이상으로 저렴한 경비가 든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게 될 것이다.

언론 매체들도 매일 기후변화와 그 해결책에 대한 보도를 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현재 국가 부채의 균형이 국가 경제의 건강함과 얼마나 깊게 연결이 되어 있느냐를 참을성 있게 국민 대중에게 설명한 것과 같이 온난화와 극심한 기후현상과의 관계도 끈질기게 설명할 것이다.
사실상 ‘드릴 베이비 드릴’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세웠던 공화당 티파티 의원들이 부채상한선에 이토록 집중하는 의도는 환경청의 공해 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석유산업에 지원되는 지원금을 계속 받도록 하는 것이다. 또 각종 정부의 복지연금 등을 없애고 현재 부자에만 유리하도록 되어 있는 세제혜택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구실이다.

경제학자들과 월스트리트에서도 부채 상한선에 집중하는 그들의 의도가 넌센스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각종 조사에서도 국민 여론은 부채가 최우선 문제가 아니고 실업률을 줄이는 것이 더 급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부채 문제와 기후 문제는 모두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후 문제를 무시했을 때에 앞으로의 세대가 겪을 결과는, 경제 위기를 넘어선,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태계 사활과 직결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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