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도 돼야 에어컨‘잠시’틀어주는 건물
29도 돼야 에어컨‘잠시’틀어주는 건물
  • 이윤애 기자
  • 승인 2011.07.1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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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애 기자
“선풍기 머리에 얼음 담은 컵을 달아놓으면 냉풍기가 됩니다. 곧 시원해질 거에요.” 에너지관리공단의 한 실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 표정도 자못 여유롭다. 30℃에 육박하는 에관공 건물 내에서 편안한 표정의 그를 보며 일순간 ‘해탈’이란 말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종일 생활하는 직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절’(에너지관리공단 건물)에 적응하는 ‘수도승’으로까지 보였다.

한 직원은 “2시부터는 내 자리가 그늘입니다”라며 씩 웃어 보인다. 한 팀은 기자가 갈 때마다 아이스크림 파티를 벌인다. 어쩌다 에어컨이 나올 때의 광경은 또 그 나름의 볼거리다. 에관공은 실내온도가 29도 가량이 돼야 중앙난방으로 에어컨을 ‘잠시’ 틀어주는데 중앙방송에서 “지금부터 에어컨을 틉니다”라는 방송이 나오면 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창문을 닫는다. 행복한 표정으로 “전 국민을 상대로 절약을 얘기하며 우리가 팡팡 쓰면 안 되잖아요”라고 말하는 한 직원 앞에서 덥다는 내 불평이 부끄러웠다.   

최근 여름철을 맞이해서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11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에너지다소비 건물들의 냉방온도를 26℃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다. 에관공과 합동으로 ‘건물 냉방온도 이행점검반’을 꾸려 점검도 나간다.

이와 함께 7월과 8월에 걸쳐 ‘하계특집 1만 절약 우수가구 선발대회’도 개최한다. 전년 동월대비 전력사용량을 가장 많이 절감한 1만 가구를 선발해 최대 2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 주변이 아열대 기후화 돼 가고 있다. 지지난해 보다 지난해가,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덥다. 그런 현실과는 반대로 실내 냉방온도 제한, 에너지절약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이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냉방수요 급증으로 지난 10년 동안 매년 전력 피크를 경신한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 상황이 심각하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의 정책이 전국민의 ‘해탈’, 전 건물의 에관공 화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에 불편하다는 비판에 앞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3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어떤 가정은 실내에서 긴 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바깥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한다. 백화점 같은 곳에서는 아무리 에너지를 절약하고 싶어도 조금만 더워도 거세게 항의하는 고객들 때문에 에너지절약에 동참해 달라는 소리를 꺼내지도 못한다고 한다. 더 나가 솔선수범 해야 하는 공기관 중에서도 일부는 절약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에너지절약에 대해 귀를 막고 지내는 곳도 있다. 이런 에너지절약에 대한 무감각 속에서 일정부분의 강제적 정책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에관공에 가면 좋은 점도 있다. 직원들의 옷차림이 노타이는 기본이다. 또 상큼한 색상의 티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에관공 직원들과 마주하면, 기자 스스로의 옷차림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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