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권리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권리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1.06.27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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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지난 3월16일 미국 환경청이 소집한 한 기자회견장에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연사로 청중 앞에 섰다. “한번 상상해 보십시요. 여러분 자신이 천식 환자라고. 천식 환자는 갑자기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공기가 폐에 차서 부풀어 오르지만 내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응급실에 실려오게 됩니다. 그러면 저 같은 의사를 만나게 되고, 응급조치로 숨쉬기 보조용 파이프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치료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 가시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분은 불행하게도 집으로 가지 못합니다. 저는 이런 환자들을 지난 수년간 수백명을 치료해 왔습니다. 기관지 계통의 병은 공기 중에 있는 오염 물질이 원인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 여러분을 치료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제 환자들 질병의 원인이 되는 공기 중 오염물질을 없애고자 여기에 와 있습니다.” 미국 흉관의학협회 대표로 나온 조다단 트루이트(의사)의 목소리는 사뭇 흥분되어 있었다.

이어 폐의학협회, 소아과의사협회 대표들과 4명의 어린이가 나와서 환경청장 리사 잭슨의 주위를 둘러 쌌다. 잭슨은 의자에 앉아서 책상 앞에 놓인 서류에 사인을 했다. 이것으로 미국 역사상 처음 발표되는 발전소의 공기 오염물질에 대한 규제법안에 서명이 되었다. 법안은 준비기간을 거쳐 2015년에 시효되게 되어 있다.

환경청은 20년 전에 공기청정법의 위반으로 고소당했지만 공화당과 석탄 및 석유 발전소들의 로비를 통한 지연작전으로 여기까지 왔다.
미국 전역에는 400여개 석탄발전소가 있다. 이 발전소 굴뚝에서는 연 7억7200만 Lb(1인당 연 2.5lb) 유독화학물질, 즉 수은, 비소, 납, 크롬, 니켈, 산성가스와 발암 물질이 배출된다.
수은은 산모나 어린이에 접촉되면 두뇌 장애와 낮은 IQ의 원인이 된다.

다른 금속 물질들은 천식 같은 기관지 계통 질병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강과 호수에 스며들어 환경 오염의 주 원인이 된다.
공기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은 이미 대부분의 발전소에 설치되어 있다. 두 가지 기술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스크러버(scrubber) 기술을 사용하면, 유연탄 연소에서 36~90%의 수은을 잡아낼 수 있다. 무연탄에서는 15~66%의 수은을 잡아낼 수 있다고 한다.

다른 기술 ACI(Active Carbon Injection)를 활용하면, 가스 상태에서 수은을 흡수해서 중간 과정을 거쳐 제거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발전소에는 스크러버가 54%쯤 설치되어 있고 ACI가 17% 정도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한 컨설팅 회사의 조사에 의하면 300MW 발전소에 설치할 경우 스크러버는 1억2000만 달러 정도 들고, ACI는 3000만 달러가 든다고 한다. 미국환경청(EPA)은 이 두 종류의 기술 모두가 EPA의 규범에 합당해서 이같은 기술을 모두 다 활용하면, 더 이상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리사 잭슨 말에 의하면 기술 도입으로 인해, 고객 고지서에 반영되는 새 비용은 한 달에 3~4달러 밖에 되지 않는다.
위스콘신 에너지의 CEO 게일 크래파도 “지금부터 새 EPA 규정이 시행되는 2015년까지 고객의 전기 사용 고지서나 회사 자금 운영에서, 이같은 기술 도입으로 인한 비용 차이는 기실 거의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서던 컴퍼니(Southern Company) 같은 미국에서 가장 큰 에너지 회사들은 여전히 정치 로비를 통하여 이 법규를 지연시키고자 한다. 이들의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다.

지난 화요일 기자는 아메리칸 프로그래스 센타에서 실시한, 이 이슈에 대한 공공 포럼에 참석했다. 환경청 부청장 밥 퍼시아시프, 청정에너지 투자 그룹의 대표 세드디우스 밀러, 지속가능성 모델을 보급하는 조사기관 시러스의 대표 민디 루버가 참석했다.
전 백악관 에너지 및 기후변화부 정책부 디렉터 캐롤 부라우너가 진행했다.
환경 문제 조사기관 시러스(Ceres)의 대표 민디 루버는 이 규범으로 인하여 미국은 2억 달러의 투자를 하게 될 것이고, 이는 앞으로 5년간 146만 개의 고용 창출을 이루게 된다고 한다.

청정에너지투자 그룹의 대표로 나온 대디우스 밀러는 자신들과 관계하는 거의 모든 발전소들은 이미 규제에 대비한 설치를 해 놓았다고 한다.
브라우너는 “이것은 공평성이 문제다. 이미 오염물질 제거장치를 설치한 회사는 규범의 시행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이 계속되는 ‘지연 작전’으로 자신들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했다.

시러스의 조사에 의하면 EPA의 규범이 시행되면 연간 1만1000건의 심장마비를, 1만2000건의 어린이 천식을, 1만1000건의 아동 기관지염을, 1만2000건의 응급실 환자를, 85만건의 병가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루버 시러스 사장은 이 규범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앞으로의 태어날 어린이들”이라고 말했다.

예정대로라면 EPA 규범은 2015년부터는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6월말 하원에는 공화당 의원 4명과 민주당 의원사명이 서명한 법안이 상정되었는데 그 법의 요지는 ‘EPA가 규제 법안 작성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하여’ 법안의 발효 시기를 2년 늦추자는 것이다.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하자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우리 현실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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