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공포’의 무서움 알고 있나요
‘기후 공포’의 무서움 알고 있나요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1.06.13 1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년에 한 번 왔던 아마존 가뭄 이제는 2년 연속 발생 ‘충격’

▲ 워싱턴 주재기자
김은영
지구는 태어난 후 26억년 동안 화산폭발이 일상으로 일어나는 뜨거운 덩어리였다. 20억년 전 첫 생명의 조짐인 ‘뉴클리어스’가 나타난 이후 생명은 진화를 거듭하여 오늘의 생태계를 만들어 왔다. 지구의 무생물과 생물은 그 태생이 같기에 이 둘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화학 원소를 서로 나누고 에너지를 서로 나누고 먹이 사슬로 생명과 죽음을 나누고 서로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지구 생태계라는 지원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하다.
최근 뉴스를 보면 지구가 20억년 전 화산 폭발 시대로 다시 돌아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닷 속의 화산 폭발로 쓰나미가 덥쳐 세계를 놀라킨 적이 있던 지난 3월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칠레의 화산 폭발로 인해 인근 도시에 덮힌 화산재를 눈 치우는 트럭으로 쓸어내고 있다.

이웃나라 아르헨티나 공항과 비행기는 화산재가 비행기 엔진에 들어가면서 한순간에 고장났다. 비행기가 뜰 수 없어 공항은 마비되었다. 작년 뉴질랜드와 아이슬랜드의 화산 폭발도 아직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워싱턴의 6월초 날씨는 여름을 방불케 한다. 연일 신기록을 깨고 있다. 여름은 아직도 오지 않았는 데도 미국 전국의 열기는 기록적이다. 텍사스, 콜로라도, 조지아, 뉴멕시코, 알래스카까지도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아리조나의 산불은 11일이 지나도 조금도 진화하지 못한 채 이 불은 더 커지고 있다. TV 인터뷰에서 아리조나의 한 소방관은 속수무책이라고 말한다. 기온이 높아 하늘에 모아진 열이 자동적으로 번개를 만들어 산불이 시작되었다. 건조한 나무들이 연료로 그대로 타들어 가는데 비가 오지 않고는 진화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더 상황이 안 좋다. 금년 들어 산불로 잃은 숲이 62만 헥타르다. 작년 피해면적 22만 헥타르보다 거의 3배가 된다. 러시아 소방관 이고 브라즈니도 아리조나의 소방관과 같은 말을 한다.
“우리는 신에게 이 날씨가 좀 바뀌어서 비가 좀 오도록 낮이고 밤이고 기도합니다. 신만이 유일하게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것 입니다.” 러시아는 세계 숲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지구는 두개의 폐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아마존 열대우림이고 하나는 시베리아의 침엽수림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하나가 타고 있습니다”라고 러시아 자연보호 소사이어티의 브라디미르 간자가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쪽 폐인 아마존도 온전하지 않다. 지금까지 아마존 열대우림에는 가뭄이 100년에 한번쯤 왔었다.
그런데 최근 2년 연속해서 가뭄이 왔다. 학자들 계산으로는, 두해에 걸친 가뭄으로 아마존 열대우림이 배출하는 CO2는 미국의 총 배출양보다도 많다고 한다.
텍사스 주정부는 기록적으로 더운 봄 가뭄으로 인하여 농작물 수확량의 감소, 40억 달러 이상 피해 등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남플로리다가 ‘D4 가뭄대’라고 규정했다. 남플로리다는 기상청이 생긴 이후로 처음으로 ‘이상 가뭄’지역에 들어갔다. 중국도 양자강의 가뭄으로 400만명 이상에게 물부족 현상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자강 유역의 이렇게 심한 가뭄은 50년 이래 처음이다.
가뭄으로 한쪽에서 고통을 받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홍수로 시름을 앓고 있다. 미시시피강 유역의 도시는 한달 이상 물에 잠겨 있다.

주민들은 집을 버리고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콜롬비아도 200만 에이커에 달하는 국토가 거의 일년 동안 계속되는 장마로 잠겨 있다.“지난 10개월 동안 우리는 보통보다 5~6배가 넘는 강우량을 기록했습니다”라고 콜롬비아 기상청장 리카도 로자노가 말했다.
1만50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전대 미문의 파키스탄의 홍수가 작년에 일어난 지 얼마되지 않는다.

바람 또한 가만히 있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5월 중 홍수 피해 지역인 멤피스를 포함하여 알라바마의 토네이도 피해 지역과 와이오밍의 토네이도 피해지역으로, 세 번이나 갔다. 미국은 지난 36개월간 1425개의 토네이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4월 한달 동안에만 600여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지난 주 뉴스위크는‘기후 공포’가 일상이 되었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가 아는 이 일상조차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불과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CO2와 온난화가스는 더 가혹한 온난화로 몰고 갈 것이다. 더 가혹한 온난화에서 비롯된 잔혹한 기후는 더 심한 온난화 현상을 부를 것이다. 악순환으로 진입한다는 얘기다. 식량과 물 부족으로 야기될 전쟁 때문에 파괴될 환경과 생명으로 인해 배출될 온난화가스는 측량할 방법조차 없다.
지구는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세상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돌아가고 있다. 여전히 인류의 관심사는 인간끼리의 세력 다툼이다.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는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경제는 기득권을 가진 자의 채워지지 않는 욕심이 주도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